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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타운 - 프레드릭 베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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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성호
댓글 0건 조회 5,732회 작성일 20-12-01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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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타운”은 하키 밖에 내세울 게 없는 작은 마을, 베어 타운에서 일어나는 사건들과 갈등에 관한 이야기이다. 좁고 외진 이곳에서 하키는 단순한 스포츠가 아니다. 하키는 많은 이들에게 꿈이었고, 자부심이었으며, 마을에 풍요롭게 할 수 있는 현실적인 희망이었다. 사람들은 만약 하키팀이 결승전에서 우승한다면, 베어 타운이 하키 특성화 마을로 선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마을에 활기가 넘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베어 타운 하키팀은 코치 다비드와 에이스 선수 케빈의 활약으로 대도시의 팀들을 이겨 나가며 결승전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러나 준결승전 우승 파티에서 술에 취한 케빈이 베어 타운 하키팀의 단장 페테르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게 된다. 뒤늦게 자신의 딸이 성폭행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페테르는 복수심을 품고 결승전 직전에 케빈을 신고한다. 경기장으로 가던 도중 케빈은 경찰에게 체포되고 에이스를 잃은 베어 타운 하키팀은 최선을 다했지만, 결승전에서 패하고 만다. 베어 타운이 의도적으로 공격 받았다는 분노를 느낀 사람들은 마야의 가족에게 패배의 책임을 물으며 케빈의 무고를 주장했다. 비난과 괴롭힘 속에서 마야의 가족과 몇몇 친구들은 마야를 지지했지만, 다수의 지인을 사건의 관여하기를 꺼렸다. 지금까지 이웃, 동료,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사이에서 긴장감과 불신이 맴돌기 시작한다. 


얼핏 보면 “베어 타운”은 단순히 집단의 광기에 맞서는 개인들에 대한 이야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만으로 보인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소설은 집단에 따라 바뀌는 다중 정체성과 집단과 집단 간의 투쟁을 묘사한다. 소설 속에서 집단을 초월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도 순수하게 정의감으로만 행동하는 인물도 보기 힘들다. 개인은 다수의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 학교, 집, 회사와 같은 각기 다른 문화와 규칙을 가진 다양한 집단 속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은 자신이 접촉하고 있는 집단에 맞추어 유연하게 자신의 판단 기준은 바꾼다. 학교에서는 학생의 판단 기준으로, 직장에서는 직원의 판단 기준으로 행동하는 식으로 집단들이 가지고 있는 규칙 간의 모순을 회피한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삶은 집단 간의 충돌 속에서 무너지게 된다. “베어 타운”은 어떻게 사람들이 하키팀의 정체성과 사회의 정체성을 동시에 고수하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모순이 충돌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하키팀의 단장 페테르는 자신의 인생을 하키팀에 받친 사람이다. 젊은 시절에는 하키 선수로, 나이가 들어서는 단장으로 하키팀을 위해 일하였다. 그는 하키 팀의 일원으로서 하키의 문제는 경기장을 벗어나면 안 된다는 하키의 철칙을 받아드려 행동하였다. 하키경기장에 벌어진 선수들 간의 폭력에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자신의 아버지처럼 여겼던 코치가 부당하게 해고되었을 때에도 팀의 안위를 위해 언론사에 해고 사실을 해명하였다. 선수들 사이에 있는 질 나쁜 문화들도 하키에 필요한 것이로 생각하며 눈 감아 주었다. 동시에 그는 가정에서는 평화를 좋아하는 평범한 가장으로 행동했다. 페테르는 두 개의 다른 판단 기준을 자신이 소속된 집단의 역할에 맞게 유동적으로 선택하면서 도덕적 모순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딸이 하키팀 에이스 선수에게 성폭행당하였을 때, 서로 다른 집단의 규칙이 충돌하였고 페테르는 선택해야만 했다.


하키팀의 단장으로서 결승전 우승을 위해 희생을 감수하는 것보다 가장으로서 딸을 지키고 복수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 페테르는 결승전 직전에 본인의 손으로 자기 팀의 에이스를 경찰에 연행당하게 한다. 자신의 딸이 아닌 사람이 성폭행을 당했어도 똑같이 신고했을 거냐는 코치 다비드의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페테르의 모습은 그가 단순히 보편적 도덕심이나 정의감으로 판단한 것이 아니라 그저 가족에 있어 가장이라는 역할에 따라 행동한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만약 다른 사람이 성폭행의 피해자가 된 상황이라면 페테르는 하키팀의 단장의 역할에 맞게 행동하지 않았을까?


성폭행 피해자가 된 마야를 오히려 가해자 취급하는 세력과 고군분투하는 마야의 가족과 친구들의 모습은 마치 소수의 정의와 다수의 악의 충돌같이 보인다. 마야는 실제로 성폭행 피해자이고 피해자를 가해자라고 공격하는 행동은 마땅히 정의롭지 못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 대한 인물들의 판단 기준은 어떠한 정의감이나 도덕보단 집단 내의 연대로 세워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이 마야를 믿는 것은 당연히 가족을 신뢰하고 사랑하기 때문이었고 마야의 친구가 마야를 지지한 것도 지금까지 쌓아온 친구 간의 신뢰와 연대감으로 마야를 지지한 것이다. 하키팀에서도 소수는 마야의 주장을 믿는데 그들은 애당초 팀 내에 아웃사이더거나 신입이라 팀과의 연대감이 별로 없던 사람들이었다. 술집 사람들이 마야를 믿게 된 것도 어디까지나 그들이 따르고 믿던 술집 주인이 마야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해자인 팀의 에이스 케빈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도 가족, 팀, 이웃 간의 신뢰와 연대감에 따라 케빈을 믿고 지지해 준 것이다. 누구도 성폭행이 악한 것이라는 것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저 집단에 있는 연대감과 집단이 공격받고 있다는 피해 의식을 판단 기준으로 마야의 집단과 케빈의 집단이 충돌한 것이다. 그 누구도 부정입학과 입시 특혜가 잘못된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 누구도 민주주의에서 권력 분립이 무너지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저 자신이 지지하는 집단이 그런 의혹이 나올 때마다 모르쇠로 일관할 뿐이다. 나는 그저 집단 의식이 어느 때보다 강해진 시대 가운데, 집단을 초월하고 개인의 신념과 도덕심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등장하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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