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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 인사이드 스페이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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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5,836회 작성일 20-10-1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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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92년, 콜롬버스는 이사벨 1세의 지원을 받아 서쪽으로 항해를 떠났다. 그의 배가 길고 긴 모험을 떠났던 이유는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인도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는 향신료를 조달하기 위한 아프리카 최남단의 희망봉을 거치는 길고 험난한 항로보다, 더 나은 항로를 개척하려고 했다. 새로운 항로를 개척한다면 막대한 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이 기저에 있었다. 기나긴 항해 끝에 콜롬버스는 결국 대륙을 발견했다. 콜롬버스가 죽을 때까지 인도라고 믿었던 그 대륙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 그 곳이 인도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어쨌든 그는 인류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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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서양 건너편에 아메리카 대륙이 있다는 것과 편서풍이 그 항해를 도와주었다는 것을 도와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곳에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지금의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의 입장에서는 서쪽으로 항해를 떠나는 것은 거의 미친 짓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무 것도 알 수 없고,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무모한 도전이었을 것이다. 콜롬버스가 항해를 떠난다고 선원들을 모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목숨을 바다에 내다 버리는 것과 다름 없다며, 그의 항해를 비관적으로 보았을 것이다. 배를 구매하고 선원들을 모집하는데 드는 비용을 차라리 그 당시 유망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결과를 알고 있다. 스페인이 이 항해로 전세계 최고의 강대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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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을 지나가고 있는 지금, 콜롬버스와 같은 항해를 도전하려는 또 한 명의 사람이 있다. 그는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이다. 경제학과 물리학을 전공으로 대학에 졸업한 후 그는 창업을 시작했고, 결국 10년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두 번의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이것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꿈을 향해 다시 도전을 시작했다. 정부 기관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 우주항공산업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생각에서 스페이스X라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미친 짓이라는 주위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그는 화성에 인간의 도시를 건설하자는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우주 산업에 끊임없는 혁신을 이루고 있다. 공대생이면 당연히 보았을 팔콘 헤비 로켓 부스터 회수 영상은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과 감동을 주었고, 이를 통해 10억 달러 이상이 소모되는 우주발사체 비용을 1/10로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들었다. 더군다나 그는 테슬라나 솔라시티와 같은 회사를 설립해 또다른 혁신을 이루어내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그를 계속 도전하게 만들었을까. 가진 재산을 모두 털어 넣으면서까지 세상을 바꾸려 했을까? 스페이스 X에 관한 다큐멘터리와 관련 자료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 속에서 두근거림과 감동, 그리고 깊은 통찰을 느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개인적으로 느꼈던 생각과 통찰을 나누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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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넓은 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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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에 있었던 연구 미팅 시간이었다. 지금은 졸업한 박사과정 선배가 구상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그 선배는 반도체의 금속 배선에서 특정한 부분만 열처리를 진행하여 결정화를 시킨다는 연구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그 선배는 본인의 발표에서 ‘이러한 실험을 설계하고 있는데, 다른 논문들의 아이디어를 보면 생각이 거기에 갇힐 것 같아서 다른 논문을 참고하지 않고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 말이 매우 인상깊었다. 연구하는 사람들은 보통 기존에 이루어졌던 연구를 꼼꼼히 살펴보고 실험을 계획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도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실험 목표와 방법을 제시했던 나와는 다르게, 그 선배는 누구도 좀처럼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는 연구자였다. 짧은 발표였지만, 특정한 연구에 매몰되면 매몰될수록 넓은 시야를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 때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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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연구자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 이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을 읽고 너무 많은 것을 배운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많은 선행 연구를 참고한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에서는 선행 연구에서 파생된 연구를 주로 진행한다. 예전에 어떤 기관에서 새로운 물질을 개발했는데, 비슷한 선행 연구가 없어서 프로젝트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웃픈 이야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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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진로를 물어보았을 때 거의 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도 이와 같다.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과거에 조명받았던 의사나 법조인, 선생님 등이나 최근에는 각광받는 연예인이나 유투버가 학생들이 선망하는 직업인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러한 직업들은 주로 자신들 눈에 보이거나 사회에서 좋다고 인정받는 직업들이다. 건축가 유현준의 저서 <어디서 살 것인가>에서 말했던 것처럼, 똑같은 모양의 건물에서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음식을 먹는 곳에서 12년 동안 교육받았으므로 협소한 시야를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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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어떠한가. 그는 경계 너머까지의 시야를 가진 사람이었다. 넓은 시야를 통해서 그는 남들이 꿈꾸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이러한 능력은 대학생 때 전공한 경제학과 물리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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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물리학적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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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상력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수많은 SF 장르의 영화와 소설이 보여주듯이 다양한 상상하고 이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진다. 하지만 상상력과 창의성, 넓은 시야만으로는 혁신적인 것들을 찾고 실천하기 다소 부족하다. 일론 머스크에게는 특별한 무언가가 더 있었다. TED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것을 얼핏 엿볼 수 있었다. TED의 사회자인 크리스 엔더슨은 일론 머스크에게 이렇게 물었다. “How have you done this? These projects are so -Paypal, SolarCity, Tesla, Space X, they’re so spectacularly different, they’re such ambitious project as scale. How on earth has one person been able to innovate in this way? 머스크는 그의 질문에 명쾌한 대답을 제시한다. ‘물리학적 사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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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기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존의 것을 조금 바꾸어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한다. 유추의 사고법이다. 대부분의 연구자가 사용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는 세상에 없는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유추의 사고법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떤 것의 근본적인 것에서부터 파고들고 근본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유추법에 의존하지 않고 철저히 근본적인 원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저에는 물리학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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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의 대담한 도전은 콜롬버스의 그것과 닮아 있다. 콜롬버스가 그의 항해를 떠날 수 있었던 이유도 (비록 인도가 아니라 아메리카 대륙이었을지라도) 지구는 둥글다는 사고를 기저에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화성으로의 이주가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였던 이유도 ‘로켓 제작에 필요한 재료비를 2%까지 낮출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는 기존에 10억 달러의 발사 비용을 1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러한 발상은 기존 데이터를 이용한 유추에서는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순전히 원리에 근거하여 사고하였기에 가능한 발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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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끊임없는 노력과 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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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은 시야와 물리학적 사고법이 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실현시키는 데에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2002년 설립한 스페이스 X가 2008년 첫 발사를 성공할 때 까지는 6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로켓 발사를 3번의 실패했고, 이를 통해 그는 페이팔을 매각해서 번 돈과 투자자들에게 받은 대부분의 돈을 날리고 파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에 2008년 금융 위기가 발생하여 테슬라 또한 거의 파산 직전까지 갔었고, 이혼 소송도 준비 중이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과거를 회상하면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그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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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에서 그는 “세 번 연속으로 로켓 발사에 실패했을 때,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한 번도 없었다(Never)”라고 대답했다. 일론 머스크는 “나는 스페이스 X의 성공 확률을 10퍼센트 미만으로 보았다. 내가 이것을 실패하더라도 이것은 해야하는 일이기에 나는 시작했다.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다음 주자가 바통을 받아 이 일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짧은 몇 마디의 대답이었지만, 그 대답의 말에서 깊은 감동과 그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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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실패를 겪는다. 실패를 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당연한 것이지만, 사회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다. 물론, 실패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은 아니지만, 실패하지 않기 위해 어떠한 도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이러한 의식은 사람들이 보수적인 사고를 갖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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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학원에 들어와 실험을 하고 몇몇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일론 머스크와 같은 인물이 나오기 힘든 환경이라는 것을 깊이 느낀다. 실패가 용인되지 않는 사회이기에 대부분의 연구 프로젝트는 실패가 고려되지 않은 연구로 진행된다. 또한,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닌 파생 아이디어로 진행된다. 그래핀이 주목받으면 그래핀에 관한 연구로, 뉴로모픽 소자가 주목받으면 뉴로모픽으로 파생된 아이디어에 관한 연구가 진행된다. 이러한 연구 또한 실패가 용인되지 않기에 보수적으로 실험이 진행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반도체 분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다른 연구 프로젝트도 비슷한 처지일 것임이 틀림없다. 물론, 모든 연구가 지식의 경계를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조금 더 실패가 용인되는 분위기에서 연구가 진행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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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전하고 혁신하는 것보다 자신의 안위를 챙기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집을 사고 투자를 하여 돈을 버는 ‘작은 성공’만을 쫓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은 모든 것이 ‘돈’으로 귀결되어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해야한다. 자신의 안위를 위한 사람은 millionaire가 될 수는 있지만, 세상을 바꾸는 사람은 billionaire가 될 것임을, 물질을 쫓는 사람보다 사회를 바꾸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음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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