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노세민
댓글 0건 조회 5,960회 작성일 20-10-08 16:50

본문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 김영하


우리는 우리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결정권을 가지고 있을까. 길지 않은 27년의 삶을 돌아보아도 수많은 결정을 스스로 내려왔다. 어떤 대학에 갈 것이며, 전공을 무엇을 택할지 어떤 사람을 만나고 피할지.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에게 남은 결정권은 무엇이 있을까. 그런 상상을 해본 적이 있다. 나중에 더 이상 극복하지 못할 시련이 다가 왔을 때, 더 이상 버티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내가 불치병에 걸린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때 내가 ‘죽음’을 선택한다면 그것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 되었다. 물론 이것이 먼 미래에 우리나라에도 자살이 합법화가 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유교사상이 지배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법이 제정되었다는 것은 조금 놀라운 일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자살’이라는 이슈는 우리나라에서는 보장 받지 못하는 선택이다. (예를 들어, 자살을 하면 보험금을 받지 못한다는 말을 여럿 들어 보았을 것이다.) 아직까지도 우리나라의 자유주의라는 범위안에는 들지 않는 권리이다. 물론 자살이 합법화 된 국가라 해도,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승인된 대표적인 국가는 네덜란드인데, 2017년 오렐리아 브라우어스는 신체가 건강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이라는 이유로 안락사를 승인 받았다. 이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는데, 제일 중요한 논점은 ‘자발성’이었다. 의사의 입장에서는 오렐리아의 정신질환이 자발적으로 의도된 것인 것인지, 진짜 질환인지를 100% 구분할 수 없다. 이러한 정신 질환에 대한 자살에 대해 한쪽에서는 어차피 안락사를 승인하지 않는다면 다른 고통스러운 방법의 자살로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과, 자살이라는 것이 단순한 욕망일 수 있고 쉽게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입장으로 나뉜다. 이 사건에 대해 오렐리아는 자신이 그러한 결정을 내릴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비슷하게 전세계적인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 은 말했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이 말은 아직까지도 진정한 자유주의를 대변하는 명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고 있다.

 


“사람은 딱 두종류야. 다른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사람과 죽일 수 없는 사람. 어느 쪽이 나쁘냐면 죽일 수 없는 사람들이 더 나빠. 그건 K도 마찬가지야. 너희 둘은 달라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종자야. 누군가를 죽일 수 없는 사람들은 아무도 진심으로 사랑하지 못해”

 


이 책의 주인공의 직업은 ‘자살 도우미’ 이다.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조력 자살을 제공한다. 제공받은 사람은 ‘미미’와 ‘세연’. 두 사람의 공통점은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는 사람들, 즉 미련이 없다는 것은 행복이 없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 더 이상 행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에게 자살을 제공하는 것은 옳은 일인가, 잘못된 일인가. 지금까지는 자살을 선택하는 그 사람에 대한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이라면, 이제는 그 자살을 조력하는 사람들에 대한 옳고 그름의 문제다. 미미는 위의 대화에서 볼 수 있듯이, 방치하는 것이 더 나쁜 것이라고 한다. 그럼 방치하는 자는 누구인가, 자기 주변의 사람들을 의미하는 것일까? 대한민국은 OECD 국가중 몇 년째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다. 인구수도 별로 되지않는 나라에서 자살률이 그만큼 높다는 것은 낮은 행복지수와 관련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저 말은, 나를 이렇게 될 때까지 사회와 국가에서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나에게 편안한 죽음이라도 선사해달라는 말로도 볼 수 있다. 물론 개인의 모든 행복을 사회가 보장해줄 순 없지만, 그만큼 개인이 죽을 권리를 억압할 수도 없지 않은 것 인가 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말이다. 최근 이러한 자살과 비슷하게 개인의 권리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는 이슈 중 하나가 ‘낙태법 폐지’ 이다. 자신의 선택이 존중되어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생명을 우선으로 할 것인지, 낙태를 진행하는 의사는 어떠한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지. 낙태를 선택하는 사람에 대한 사회와 국가의 책임은 없는 건지. 그러한 책임과 본인이 주장하는 권리의 균형은 어떻게 조율 해야 할 것인지, 많은 딜레마 속에서 신중히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과 이 글이 개인의 선택과 권리가 더욱더 존중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이러한 문제들과 딜레마들에 대해서 더욱더 신중히 의논하고 결정되어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