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의 집 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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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저
특수청소업이라는 직업이 있다. 죽은 사람이 남긴 흔적을 치우는 일이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한 특수청소업 종사자가 일하면서 겪은 것을 기록해놓은 책이다. 요즘 시대에 사람은 사고가 아닌 이상 대부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집에서 사람이 죽는 경우란 고독사, 자살, 살인범죄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사인은 그대로 이 책에 등장하는 `고객`들의 사인이 된다. 인체는 죽는 순간부터 체내의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상온에서 며칠만 지나도 냄새가 나고 모양은 흐트러진다. 피가 새어 나오고 근육이 풀려 변을 포함한 여러 분비물이 나온다. 어떻게 알고 찾아왔는지 구더기도 들끓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시체의 모습은 살아있을 때의 모습에서 단지 눈 감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작가의 임무는 이런 흔적들을 말끔하게 치워주는 것이다.
시체는 장의사들의 영역이고 그에게는 시체를 수습한 후 연락이 간다. 그래서 그가 직접 시체를 마주할 일은 잘 없는 것 같다. 대신 죽은 사람의 마지막 흔적들을 마주한다. 한 건이 얼마나 힘들지 아닐지는 `죽은 지 얼마 만에 발견되었는가`에 달렸다. 원룸의 고독사나 자살의 경우 죽은 지 한참 지나서야 발견되는데, 이 일로 경험이 충분히 쌓인 저자는 문 앞에만 가도 그 냄새를 알 수 있다고 했다. 의뢰인의 요청을 받고 찾아간 `현장`의 문 앞에서, 그 문을 열기 전 항상 한숨을 고른다는 말에서 익숙해질 수 있는 일과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은 분명 따로 있음을 느끼게 한다.
현장의 모습은 다양하다. 이 책에 나오는 자살의 경우 대부분이 목을 매는 것 또는 착화탄을 피워 죽는 것이다. 줄 거는 대상으로는 가스 배관, 냉장고, 벽걸이 못 등이 나온다. 목을 맬 줄로는 빨랫줄, 인터넷 랜 선 같은 것도 있었다. 착화탄의 경우는 온 집안의 틈이 다 테이프로 막혀있다. 사람이 침대에 누운 채 죽은 지 오래 지나 발견되면 피는 아래로 흘러 굳어져 매트리스 안에서 덩어리가 되어있고, 썩으면서 뿜어낸 기름기는 주변 가구에 묻어 난다고 한다. 특히나 이 책에 나왔던 것 중 끔찍한 장면은 사람과 침대가 맞붙은 자리에 썩어 녹아내린 사람의 피부조직이 그대로 말라붙어 있어, 마치 스타킹을 벗어놓은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길가에 죽은 동물을 치우는 것도 비위가 걸리는데, 사람의 형상을 간직한 채 눌어붙어 있는 시체 조각을 처리하는 것은 얼마나 고역일지 짐작이 가능하다. 고독사를 그린 장면 중에 기억에 남은 것도 있었다. 죽은 사람이 얼마나 괴롭게 기침을 하며 죽어갔던지, 침실 천장에 산란한 피의 흔적이 그 고통을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그가 맡은 곳 중에는 집안 곳곳이 빨간 딱지로 붙어있던 곳도 있었다. 체납고지서와 독촉장, 가스와 수도와 전기를 끊겠다며 으름장을 놓는 미납요금 경고장, 경고한 대로 이제 공급을 중단했다는 최후통첩장이 우편함에 빽빽하게 꽂혀 있었다. 전기가 끊긴 지 몇 달이나 된 곳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기에 어떤 연유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는 몰라도 이러한 상황을 비추어 보았을 때 사인을 짐작할 수 있었다. 가난했었기 때문이다. 책에 언급된 에피소드들 대부분이 자살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였고, 이들 중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한 통계에 의하면 자살을 하는 이유 중 두 번째로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이 경제적인 이유이다. 그만큼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이란 목숨과도 견줄 만한 가치이다.
당장의 의식주 해결이 어려워 자진한 사람들의 죽음을 순수한 자살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목숨을 끊은 것은 분명 본인이겠지만, 이 나라에서 전기를 끊는 행위는 결국 죽어서 해결하라는 무언의 권유 타살은 아닐까? 점차 심해지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 이에 따른 경제적 궁핍에 의해 도태되는 사람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나라에는 매일 37명의 사람이 자재한다. 그리고 그들의 죽음에 우리 사회가 일조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생각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이다. 불명예스럽게도 이 자리를 2003년 이후로 놓친 적이 없다. 연령대별로 자살률을 살펴보면 놀랍게도 10대, 20대, 30대의 자살률이 제일 높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사람들이 자살률이 제일 높은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은 아닐까. 이들 중 20대의 자살률이 제일 높다. 44.8%로 20대 사망자 두 명 중 한 명은 자살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자진하는 이유로 청년 실업 등 사회적 무게감과 경제적 빈곤 등이 결합해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양시 자살예방센터장이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박선영 교수는 "개인의 자살은 특정 사건이 영향을 준다고 하지만 한 사회의 자살률은 그 자체로 사회적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며 "해당 나이 때에 살기 힘든 사회이기 때문에 그 연령대의 자살률이 높은 것"이라고 말했다. 취업 절벽이라는 어려운 현실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불안한 미래가 20대 자살률을 견인하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가난에 의해 자재하는 사람들이나 불투명한 미래로 인해 자살하는 20대들 모두 어쩌면 자살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들을 죽음으로 몰고갔는지도 모르겠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든지 노동시장의 경직성 및 이중구조와 함께 중소기업의 고용창출능력 저하로 인한 취업난 현상은 최근에 화두된 현상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했었고 아마 앞으로도 계속 국가의 숙제로 남을 것이다. OECD 국가들 중 자살율 1위라는 불명예스로운 자리를 내놓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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