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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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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6,217회 작성일 20-09-09 15:54

본문

죽여 마땅한 사람들

피터 스완슨


예술가와 작가 등 친구들과의 문란한 파티에 빠져 자신을 뒷전으로 여기는 부모를 둔 릴리는 어느날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한 사건을 경험한다. 릴리에게는 기르던 고양이가 있었는데, 반복해서 릴리의 고양이를 괴롭히던 길고양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죽여버리고 아무도 찾아가지 않은 집 뒤 숲 속 우물에 던져버린다. 이를 계기로 '죽어 마땅한 것'은 죽여버리면 된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그녀는, 자신에게 상처를 입히려고 하거나 입힌 사람들을 아무도 모르게 죽여버린다. 

이 책의 매력은 살인이라는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하고 무서운 행위를 뛰어난 상황묘사와 주인공의 심경 묘사를 통해 '어쩌면 이것도 정당화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독자에게 심어준다는 것이다. 세상에는 정말 '죽어 마땅한 사람들' 이 있지는 않는지, 그리고 그들을 죽이는 것은 어쩌면 그렇게 나쁜일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찰나의 순간이나마 가지게 한다.

하지만 정말로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죽여 마땅한'의 기준, 다른 말로하면 도덕적 허용치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 어떻게 보면 사람마다 용서할 수 있는 정도의 범위가 다른 것이고, 같은 말을 다르게 풀어쓰면 공의로운 정도가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것은 누구나 자라온 환경이 다르며, 배워 온 것들이 다르기 때문이 어쩔 수 없이 달라질 수 밖에없다. 그렇디면 누구의 기준으로 이 사람은 죽어도 좋다 라는 것을 판단할 것인가. 나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는 선을 배풀고 있거나 진심어린 사랑을 받고 있다면 그는 '죽여 마땅한 사람'인가. '죽여 마땅한 사람'을 죽인 사람은 또한 누군가에게 '죽여 마땅한 사람'이 되지는 않을까.

인류가 정말 오래전부터 이러한 문제들을 고민해 왔다는 것은, 법과 재판이라는 사회 제도의 존재로 증명될 수 있을 것이다. 지혜롭게도 오랜 시간 전부터 인류는 범죄 행위를 받아들이는 데 대한 개개인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이 납득할 수 있을 만한 징계를 내리기 위한 도구로써 법이란 장치를 사용해왔다. 수천년을 지나며 발전해온 법률 제도를 통해, 개개인의 생각에 대한 차이가 극복되어지고, 사적인 감정이 들어간 개개인의 판단에 따를 때 자칫 무분별해지고 무질서해질 수 있는 사회가 지탱되어 졌다.

하지만 이러한 법 제도가 제대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대전제가 필요하다. 법을 해석하고 집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사적인 감정과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법을 휘두를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자와 대척점에 있는 자들에게는 엄격하게 해석하다가, 자기 편에 있는 사람에게는 느슨하게 해석하거나 법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돌이킬 수 없는 사회적인 불안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죽여 마땅한 사람들' 의 릴리의 이야기는 릴리가 죽인 사람들이 릴리에게 준 상처들을 극적으로 묘사하여 릴리의 살인이 정당화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감성'을 사람들에게 불러 일으킨다. 하지만 이성을 배제한 채 이러한 '감성' 으로만 사람을 판단하고 사리를 분별하게 되면 결과적으로는 심각한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게 된다. '감성'에 치우치게 되면 상황을 합리적으로 보기 어렵게 되고, 같은 잘못을 저질렀다고 할지라도 감정적으로 더 끌리는 쪽은 감싸고 미워하는 쪽은 배척하게 되며, 결과적으로는 분열과 내로남불이 팽배한 사회가 될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으로 어느 집단이나 나라의 위기는 항상 집단간의 분열로부터 시작되었다. 코로나로 모든 것들이 위기가 되어버린 지금 이 시국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이분법으로 갈라지는 극단적인 분열보다는 화합이 필요한 때이며, 누구든지 누군가에게 잘못된 원인을 전가하기 급급하기 보다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고 쇄신해야 할 때이다. '죽여야 할 마땅한 대상' 을 만들고 감성을 자극해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것이 아니라, 그 어느때보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판단과 판결이 필요한 시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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