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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의음식을 먹는 여자들 - 로셀라 포스토리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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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환
댓글 0건 조회 6,283회 작성일 20-10-0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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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하게 획득하지 못한 권력을 쥐고 있는 통치자는 항상 독살에 대한 걱정에 시달린다. 셰익스피어의 소설 맥베스에서도 왕을 죽이고 왕의 자리에 오른 맥베스가 그랬고, 역사 속에서 왕들 역시 독살의 위험에 시달렸다. 히틀러 역시도 그랬던 것 같다. 조선시대에 기미상궁처럼 히틀러도 자신의 독살을 막기 위하여 기미상궁을 강제로 동원했다고 한다. 이는 실제로 히틀러의 기미상궁이었던 마르고트 뵐크가 2013년 AP통신과 인터뷰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히틀러의 음식을 먹는 여자들이라는 소설은 이 실화를 기반으로 하여 쓰여진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은 히틀러가 라스텐부르크 총통 본부(일명 볼프스샨체)에 있을 때 인근에서 차출된 독일 여성들이 음식을 미리 먹는 역할로 징집되면서 시작된다. 주인공 로자는 남편이 군인으로 징집된 후에 어머니와 베를린에 살다가 폭격으로 인하여 혼자 남게 되자 남편의 본가인 그로스 파르치에 오게 된다. 이 곳에서 그녀는 히틀러의 음식을 미리 먹어보는 여성으로 끌려가게 되어 그의 음식을 미리 먹어보는 역할을 하게 된다. 로자처럼 끌려온 여성들은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이 일을 하는 여성들은 독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죽음의 두려움과 동시에 식탐을 느끼며 음식을 먹는 일을 한다. 음식을 먹으면서 독이 들어있어서 죽음의 두려움을 느끼지만, 히틀러는 독살당하지도 않고 그녀도 독살당하지도 않는다. 후에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밝힐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나치 추종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사랑도 잃고 가족도 잃은 그녀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인 일이다. 나치가 그녀의 남편을 앗아갔지만, 그녀가 하는 일은 그 나치가 오래 집권할 수 있는 것을 돕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다. 


 전쟁으로 제일 많이 인명 피해가 있는 집단은 군인이지만, 민간인들이 입는 피해도 만만치 않다. 위 글의 로자 같은 여성들이 나치정권의 지속을 위하여 차출되어 독살의 위험을 매일 하루 세번씩 마주하게 하는 것은 사실 상상도 못할 고통일 것이다. 정당하지 못한 권력 앞에서 평범한 사람은 자신의 생존에 대한 문제까지도 주체성을 상실한다. 정상적이지 않은 구조에 익숙해진다는 것, 그래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이 비정상이라고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 두려운 시절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공포감을 이 책에서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 치글러는 공포에 익숙해지지 못할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한숨도 못 자고 침대에 앉아 밤을 꼬박 샐까봐 두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는 공포에 익숙해질까봐 두려운 것이었다. 그는 자기자식들을 포함한 그 누구에 대해서도 연민을 느끼지 못하게 될까봐 두려웠다. “
 항상 옆에 있는 것은 그 소중함을 느끼지 못한다. 독재정권, 전쟁 시기를 살아냈던 사람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아마도 평범한 일상이었을 것이다. 남편과 함께 살고, 이웃들과 정상적으로 교류하고, 정치적 신념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날 걱정을 하지 않는 일상말이다.
 코로나감염병으로 인하여 행동에 제약을 겪고 있는 한 해이다. 나치 시대에 생존에 관한 결정마저도 주체성을 박탈당한 로자에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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