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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아틀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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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757회 작성일 20-08-0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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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의 아틀리에

김상욱, 유지원

 

아는 만큼 보이는 건 당연한 이치지만, 안다는 것은 비가역적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때 영향을 준다. 우리는 관성이 강하기 때문에 아는 대로 생각하며, 아는 것만 하려고 한다. 모든 사람에게 같은 경험이 주어져도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그것을 소화한다. 웃기게도 한 사람에게 다른 경험이 주어져도 그것을 이전의 경험에 대응시켜 비슷한 점을 찾으려 한다. 외국이라는 낯선 공간에서 긴장하다가 아는 것이 하나라도 보일 때 안도하는 우리를 보면 인간이 얼마나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학문적인 태도를 함양함에 있어 익숙함을 추구하는 자세는 좋지 않다. 다른 것을 같다고 인지하고 싶은 이 욕구는 배우는 데 있어 독이다. 부끄럽게도,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있다. 논문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아는 것만 보고 넘기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예전만큼 쉽지 않다. 어쩔 때는 두렵기까지 한다. 결국,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알지 못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문제는 내가 다른 것을 같은 것이라 인지하고 싶은 욕구, 편해지고 싶은 욕구에서 나온다.

 

나는 익숙한 생각의 흐름을 바꿔줄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새로운 학문에 눈을 뜨게 되면 새로운 시선이 훈장처럼 따라붙는다. 뉴턴의 아틀리에는 한 분야에 전문가이지만 전문 분야와는 전혀 관련 없는 다른 분야에는 ‘덕후’의 기질을 갖춘 두명의 작가가 쓴 책이다. 물리학과 교수인 김상욱 교수는 예술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지식을 갖추고 있으며, 타이포 그래픽 디자이너인 유지원 작가는 물리학회에도 참석하며 과학적인 사색을 즐긴다. 같은 주제에 대한 두 사람의 에세이를 각각 보여줌으로서 서로가 인지하는 세상의 두가지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과학자와, 과학을 사랑하는 디자이너는 하나의 개념에 대해 자신의 가치를 한곳에 두지 않은 채 하나의 개념에 대한 예술적, 과학적 시선을 동시에 보여준다.

 

타이포 그래픽 디자이너인 유지원은 렉시콘(lexicon)이라는 폰트체를 소개한다. 이 폰트는 부지런히 일하는 우리의 일상을 차분하게 쾌적하게 만들어준다고 말이다. 인간을 소외하는 경제/행정 논리만을 내세운다면 이렇게 글 읽는 사람의 편의를 곱게 살핀 문자는 나오지 못한다. 이런 인간미 있는 폰트에 그녀는 유머가 깃들어 있다고 얘기한다.


유머란 어떤 일에 몰두하다가도 여유를 갖고 주위를 넓게 둘러보며 균형을 잡는 힘이다. 한발 물러서면 시야가 넓어진다. 그렇게 넓혀놓은 공간에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어설 수 있고, 창의성도 들어설 수 있다. 여유는 세상과 더 잘 살기 위해 개인들이 애써 확보해야 할 공간이다. 그 여유 공간 속에서 날 선 감정들은 희석되고, 유머가 채워진다.  

-       유지원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님은 유머에 대한 이야기를 가족의 대화로 시작한다. 고등학생 딸이 요즘 상대성이론을 배운다며 투덜거렸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아인슈타인 죽여버리고 싶어.” 나는 발끈하여 받아쳤다. “무슨 소리야 아인슈타인은 정말 위대한 과학자라고!” 옆에 있던 중학생 딸이 눈도 돌리지 않고 말했다. “왜 싸우는 거야 이미 죽었잖아.”

그는 유머의 한 예시로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을 든다. 2차 세계대전 직후 소련의 위성국이 된 체코슬로바키아에선 공산당 교육이 한창이었다. 마르케타를 사랑하는 루드비크는 자신 없이도 행복하다고 말하는 마르케타에 발끈하여 정치적 농담을 하고 만다. 결국 이 농담이 담긴 엽서는 거대한 폭풍이 되어 루드비크를 집어삼킨다.


유머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가 야기하는 불편을 호감으로 바꾼다. 하지만 유머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차이는 오히려 증폭된다. 하지만 대개는 유머 없는 행복보다 유머 있는 불행이 낫다. 유머 없이 사는 것보다 더 불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       김상욱

 

유머에 대한 시시콜콜한 이야기부터, 이 책은 여러 키워드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이 담겨있다. 소통을 주제로 이야기 하다가 파동에 대한 논문을 인용하기도 하며,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할 때는 한 사람을 구성하는 원자의 영속성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한다. 어떤 주제라도 예술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고, 과학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선은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기 위해선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인문학적 소양을 기르는 노력이 내 전문 분야를 견고히 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으며, 연애를 하며 인간을 이해하는 경험은 사회적인 사람이 되는데 기여한다. 내가 새로운 학문과 언어를 배운다면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다. 이렇듯 내가 습득하는 모든 경험은 알던 것을 더 알게 해준다.

 

편견에 질문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며 불확실하게 항상 열어두는 자세야말로 익숙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새롭게 알 수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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