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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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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소희
댓글 0건 조회 6,081회 작성일 20-09-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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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김영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는 내가 가지고 있는 상황을 탈피하고 ‘나’라는 존재를 잊고 싶을 때가 가장 가고 싶어진다. 어떤 지역으로 가든 ‘나’라는 사람을 모르는 곳으로 가 이제까지 시달려왔던 문제들에 일시 정지를 누르고 여행하는 그 순간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여행이 끝나 일상으로 돌아오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래서 유럽에서의 여행보다는 생활을 하고 싶어서 교환학생을 결정하였다. 한편으로는 6개월간의 긴 여행으로 현재 상황을 도피하고 끝없는 여행을 떠나고 싶었다. 하지만 교환 생활을 마칠 시기에 여행의 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 상반기에 프랑스 리옹으로 6개월간의 교환학생을 떠났다. 유럽에서의 생활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고 원할 때 유럽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것이 자유로웠다. 그러던 중 언제나 그러듯 자전거를 타고 산책할 겸 리옹 시내를 돌았다. 하지만 근처에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고 경찰차와 온갖 알아들을 수 없는 사람들의 비명이 들렸다. 충격을 받은 듯 뛰어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이상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 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지도 모른 채 잠들고 일어나니 한국에서 가족부터 지인까지 엄청난 연락이 와있었다. 알고 보니 그 ‘펑’하는 소리가 폭탄이 터지는 소리였고 관련 뉴스를 본 가족과 지인들은 걱정이 되어 연락한 것이다. 테러는 영화 속 혹은 뉴스에서만 등장하는 소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펑’하는 소리가 들리면 그 당시가 필름처럼 지나간다. 이 폭탄테러 사건을 경험하면서 그 당시 나의 위치는 외부인이라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언어적, 문화적으로 낯선 땅에서 3~4개월 살면서 의사소통도 어느 정도 되면서부터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 적응이 되어 마치 꿈꾸는 듯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때의 폭탄 테러 사건은 나를 현실로 이끌었고 이곳은 낯선 땅 프랑스임을 느끼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나’는 여행자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여행의 끝이라는 것이 필요하며 그때부터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였다.


 “기대와는 다른 현실에 실망하고, 대신 생각지도 않던 어떤 것을 얻고, 그로 인해 인생의 행로가 미묘하게 달라지고, 한참의 세월이 지나 오래전에 겪은 멀미의 기억과 파장을 떠올리고, 그러다 문득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생각해보면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그런 것이었다.”


책을 읽다가 가장 공감을 한 구절이다. 일상에서의 ‘나’는 여러 가지 환경과 거쳐온 경험들로 나에 대한 이미지가 생성이 된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그 이미지를 맞춰서 행동하게 되고 나자신을 잃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는 ‘나’라는 존재를 잊고 싶을 때이지만 막상 여행을 하다 보면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여행은 끝이 언제나 존재한다. 일상으로의 복귀도 여행의 일부이다. 일상 속에서 다녀온 여행의 기억을 되새김질하면서 여행의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어 진정한 그 여행의 의미를 만들어준다. 지금 다녀온 여행들을 뒤돌아 생각해보면 나를 되돌아보는 경험들이었으며 이 경험을 바탕으로 일상을 조금 더 열심히 살아가게해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여행 때의 즐거운 장면들이 떠오른다. 언제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번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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