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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EBS 다큐프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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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5,562회 작성일 20-07-01 10:54

본문

 

  ‘자본주의란 무엇인가’라는 문장을 본 적이 있다. 당장이라도 많은 이야기를 쏟아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막상 말해보라고 하면 좀처럼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단순하게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라고 대답할 수 있겠지만, 자본주의의 뒤에 있는 방대한 이야기들을 대표하기에 부족한 설명이었다. 인류의 역사에서 자본주의는 매우 짧은 부분을 차지했지만, 이토록 강력하고 인상적인 체제는 없었기 때문이다. 칼 마르크스의 저서 <자본론>과 <공산당 선언>을 시작으로 탄생한 사회주의와는 다르게 자본주의는 그것이 언제 생겨났는지도 모호하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바탕으로 발전하였고 그 욕망은 인류의 등장과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리라.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 예전부터 우리는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에서 살아왔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필연적으로 이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자본주의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 부의 쏠림과 피폐해진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분노로 인해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와 같은 새로운 체제를 만들었지만, 새로 등장한 체제들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그리고 아직도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보다 더 합리적인 체제를 찾지 못했다. 물론 자본주의도 1930년대 대공황이나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와 같은 많은 문제점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끊임없는 수정과 보완을 거쳐 살아남았다. 인류의 역사상 존재했던 체제 중에 그나마 가장 합리적인 체제라는 것이 보편적인 사람들의 입장이다.


  돈으로 무엇이든 살 수 있는 자본주의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있다고, 자본주의 때문에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살아가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혹자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선택지를 선택하기는 힘들다. 다른 체제로 변화하기 위해서는 이 체제가 스스로 붕괴하거나, 혁명이 일어나야 하는데 두 경우 모두 인간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 자본주의를 대체할 다른 체제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좋든 싫든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작게든 크게든 80억 명의 전세계 인구가 자본주의의 영향 아래에 살아가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본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선진국의 시민들도 단순히 ‘돈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라거나 ‘이로 인해 빈부격차가 더 심해지고 있다’ 정도의 모호한 사실만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돈(신용)과 빚(대출)이 무엇인지’, ‘은행은 어떻게 이익을 취하는지’, ‘자본주의 사회는 왜 필연적으로 패배자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지’, ‘때때로 자본주의의 위기는 왜 나타나는지’ 등과 같은 사항에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특히, 대한민국의 시민들은 금융에 대한 이해가 다른 나라의 그것보다 부족하다. 한국은행이 2019년 1월에 발표한 금융이해력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한민국 시민들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OECD 평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더 낮은 금융이해력 수치를 보였다.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은 축구와 야구같은 게임을 할 때 그 규칙도 모르고 플레이하는 것과 같은 얘기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람은 모르고 실수를 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심각한 피해를 입기도 한다.


  이러한 금융 지식에 대한 부재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돈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터부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라는 말을 어릴 때부터 배우며, 물질을 쫓지 않는 것이 가치있는 삶이라고 배웠다.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다가 몰락하는 많은 이야기들을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입을 통해서 들으며 자랐다. 이러한 가르침들을 배우고 자랐기에 우리는 남들과 돈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학교에서도 자본주의와 돈에 대해 가르쳐주지 않고,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선생님이나 부모님들도 자본주의와 돈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니 아이들을 포함한 대한민국의 시민들이 금융 지식이 부족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물질적인 가치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물질적인 빈곤은 우리가 다른 귀중한 가치를 추구하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의 밥그릇이 비어있는 사람은 대게 베풂과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는 필연적으로 부의 팽창을 야기한다. 전체적인 부의 양이 우상향하지 않으면 자본주의는 붕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의 팽창은 부동산이나 주식과 같은 자산 가격의 증가를 가져온다. 이러한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부의 팽창에 축배를 들며 축제를 즐기지만, 본인의 자산을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이러한 축제에서 소외된다. 소외된 이들은 현실에 절망한다. 서울 평균 아파트 가격은 보통 사람들의 연봉과 연봉상승률로는 손에 닿을 수 없는 거리로 멀어졌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일반적인 사람들에게뿐만 아니라 학창시절부터 공부를 잘 해서 남들이 알아주는 좋은 대학과 좋은 직장에 간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누가 들어도 알 법한 대기업 직장인들이 평생 받을 수 있는 연봉을 꼬박 모아도 서울의 아파트 한 채 구매하지 못한다.


이러한 기저 하에 젊은 사람들은 절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저축은 더 이상 의미없는 것이 되어버렸고 불투명한 미래보다는 확실한 현재의 기쁨을 찾기 시작했다. ‘YOLO(You Only Live Once)’와 ‘Flex(돈을 쓰면서 과시한다는 뜻)’라는 단어가 신조어로 유행처럼 번졌다. 최근 명품 시장에서 2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7배나 증가했다는 사실은 이러한 경향을 잘 보여주는 예시다. 젊은 사람들의 급격한 소비의 증가는, 지금의 불안함으로 인한 절망과 부동산 폭등의 축제를 즐기는 자본가에 대한 원망으로부터 탄생하였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말한다. 평생 모아도 집 한 채 살 수 없는 지금의 체제와 지금의 시대에 우리가 무슨 희망을 찾을 수 있겠냐고. 큰 노력 없이 대학만 나와도 마음대로 대기업에 갈 수 있었던 세대가 우리에게 노력이 부족하다고 질책하는데, 그들에게 무슨 교훈을 얻을 수 있냐고. 걷어 차져버린 사다리를 바라보며 우리는 무슨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겠느냐고. 사실 다 맞는 이야기다. 이미 우리는 사회로부터 냉혹한 견적서를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회사에 들어간다고 할지라도 앞으로 우리가 얼마의 돈을 벌 수 있을지 이미 다 알고 있다. 그 결과 노력으로 변하지 않을 것 같아서 노력 자체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대한민국 사회에 퍼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아무런 계획 없이 하루 하루를 탕진하며 살아갈 수는 없잖은가.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이러한 사회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이것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아야 한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게임의 룰을 파악해야 하는 것처럼 우리의 삶도 그렇다. 이 시스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 속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풍선을 크게 불면 약한 부분에서 터지듯이 끝없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이 체제는 한 번씩 위기를 맞는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그렇다. 절대 멈출 것 같지 않던 자본주의의 톱니바퀴가 이 사태로 인해 멈추어 버렸다.


  이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더욱 주목해야 할 점은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 체제는 부자들에게가 아니라 가지지 못한 자들에게 그 몫을 가져간다는 점이다.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는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워야 한다. 터져버린 풍선 속에서 교훈을 찾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의 피부로 직접 겪어야 한다. 희망이 없다고 무관심해버리면 어쩌면 우리는 평생 비슷한 처지로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매번 터지는 자본주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 우리의 몫을 빼앗아가고 있다는 것을 지각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자본주의라는 체제에 대해서,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여러 질문들에 대해서 공부하고 배워야 하겠다.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이러한 교육을 철저히 시켜야 하겠다. 이러한 의미에서 최근 보았던 EBS 다큐멘터리 5부작 <자본주의>는 내 인생에서 가장 값진 영상들이 되었다. 이 체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통해서 지금의 코로나 사태와 경제 침체를 바라보게 된다면 그 어떤 것보다 값어치 있는 공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이해와 경험을 바탕으로 다져진 올바른 통찰력과 결단은 우리를 경제적 자유로 이끌 수 있는 힘을 가져다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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