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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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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448회 작성일 20-07-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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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축사회

홍성국 저

 



 1920년대 미국 발 경제 대공황 이후 출범한 국가 주도의 수정 자본주의는 1970년대 즈음 국가와의 협업을 중시 여기는 시장을 바탕으로 하는 신자유주의로 그 패러다임을 변화했다. 국가는 복지를 위해 적절한 조세를 징수하고 이로부터 얻은 재력을 적극 활용하여 거대 자본으로부터 소외된 일부 경제활동주체들에게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 프랑스 프롤레타리아 혁명 이후 이처럼 완벽한 체재가 도래한 적은 없었다. (물론 후대에 기록될 역사책에서는 완벽했었다는 표현을 찾아볼 수 없겠지만) 우리가 이 시대에 살아서, 혹은 내가 현 체제의 수혜자여서 이런 판단을 하게 됐다고 생각 하진 않는다.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완벽한 줄로만 알았던 이것에 경제꼬맹이인 나에게도 작은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았던 구멍들은 점차 크기가 커지고 수가 많아지며 오랜 시간 멋들어지게 부풀려졌던 풍선이 쪼그라들기 시작한 듯하다.

 

 경제사정이 녹록치 않고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골머리를 앓는 작금의 현실이 순환적 과정의 한 단면이 아니라 커다란 구조적 변화의 방증이라는 것이 이 책 ‘수축사회’의 핵심이다. 수축사회는 'NEGATIVE-SUM' 사회를 의미한다. 이러한 과도기에서 과거 지속적 성장 패러다임 하에서 작동했던 논리가 송두리째 틀려지는 건 당연하다. 대표적 사례가 세대 간 분업원리에 바탕을 둔 연금제도다. 고령화와 저 출산으로 인구구조가 역 피라미드형으로 바뀐 상황에서 젊은 세대가 나이든 세대를 부양하는 연금제도는 ‘근본적으로는’ 체제 변화라는 이름의 톱니바퀴와 원활하게 맞물릴 수가 없다.

 

 세계경제는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인한 공급과잉,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 그리고 부의 양극화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운 수축사회로 접어들었다. 여기다 4차 산업혁명은 수요와 공급의 심각한 불균형을 가속화한다. 또한 출산율 감소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와 이기주의의 심화 현상은 공공이익, 자선, 질서 등과 같은 정신적 기반을 약화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양극화를 더욱 가속화하여 중산층의 몰락을 야기할 수 있다. 최근 한국경제의 위기상황과 첨예한 사회적 갈등의 원인 또한 이제 더 이상 전체 파이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최근 불거진 G2 패권 경쟁의 본질 또한 상대방의 파이를 차지하고자하는 생존경쟁으로 봐야함이 옳겠다.

 

 르네상스부터 약 500년간 지속된 팽창사회에서조차 ‘공급과잉’은 세계대전까지 일으킬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우리는 현재 냉전이라는 이념전쟁을 거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와있다. 하지만 지금은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도 수요가 저절로 따라오던 그때와 다르다. (실상은 당시에도 수요처 확보를 위해 식민지 경쟁을 할 만큼 치열했었지만 지금과 비교하자면) 우리는 끊임없는 기술 발전을 바탕으로 공급을 더욱더 체계화하고 효율화하는 데에 몰두하지만 이 작업들조차 수요의 주체가 될 인간들에게 맡겨지지 않는다. 이토록 모순적인 현상은 앞으로 더욱 더 가속화될 것이다.

 

 아울러 최근 펜데믹은 실물경제를 주저앉게 했고 G2의 무역 갈등을 중심으로 야기된 경기침체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여러 국가들은 경기 재개 능력을 갖춘 현명한 리더를 요구하지만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미중 모두 오히려 신자유주의 체제의 재 부흥에는 전혀 관심이 없을 만한 인물들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는 낙수효과를 오매불망하는 초기 자본주의 체제를 원하는 것이 아니다. 소위 말해 힘이 좀 있다는 사람들이 이제는 쪼그라드는 풍선의 구멍을 막기 급급한 1차원적 사고에서 그만 벗어났으면 한다. 이제 이들은 우리 모두가 쪼그라드는 풍선 속에 멍청하게 서 있으면 안 되겠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일찍이는 1990년대 말 IMF 사태부터(국내), 최근 들어서는 2008년 리만 사태(국제)때부터 고개를 빠끔히 내든 변화의 조짐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나와는 달리 BOTTOM-UP 방식을 권한다. 어쩌면 저자는 TOP-DOWN을 행하기에는 그분들이 ‘수축사회’라는 무시무시한 제목을 가진 책을 쉽사리 책장에 꽂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해서일까. 아무튼 저자는 우리가 쪼그라드는 풍선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먼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주의에 바탕을 둔 법치국가, 상호부조의 확산, 신뢰의 회복, 다양성의 존중과 같이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전체적 시각을 갖고, 갈등을 적극적으로 조정하며, 미래지향의 원칙에서 접근하자고 이야기한다. 앞으로 세계경제가 내리막길만을 걸을 것인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많은 부문에서 이런 현상들이 목격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사회적 문제들을 보고 본질적 문제들을 고치려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다시 말해 커다란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인류가 옛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이타적'인 인간이 되어야 한다. 사람들이 공통의 목적을 위해 조직 내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고, 사회적 신뢰가 높아 자유롭게 정보를 공유하면서 잘못된 방법으로 권력과 부가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는 공정하고 열린사회야 말로 사회적자본이 충만한 사회라 할 수 있다. 결국 개방, 자율, 반독점, 협업 등과 같은 가치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가동되는 기초적인 문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가깝게는 우리 연구실 내에서도 내 일이 아닌 이상 전부 남일 이다 생각하여 언행을 가볍게 하는 몇 사람들이 꼭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나라를 구하진 못하더라도 앞으로 힘차게 우리나라를, 인류를 이끌어 갈 엘리트들에게 적어도 피해는 안 끼치는 준-엘리트 정도가 될 순 있기를 강력히 바란다.

 

 1990년대부터 약 30년간 전 세계 시장경제의 주도권을 잡아온 미국은 경제 위기가 도래할 때마다 경기 부양책으로 위기를 모면해왔다. 그 결과 현재 대부분의 국가들 중 부채가 가장 많다.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지 않으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는 경제 구조이며 최악의 상황엔 초저금리,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등 부채를 늘려 극복하려 했던 미봉책들 또한 대가를 언젠간 치르게 될 수 있다. 우리는 터진 상처를 막기 급급한 이들에게 아까운 표를 내던지지 말고 현재 사태를 가장 뚜렷하게 직시하며 미래를 맞이하는 현명한 이들에게 신자유주의, 내지는 그 이후 체재로의 성공적 변화를 맡겨야 한다. 우리 스스로 또한 사회적 자본 축적을 위해 이타적인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작아지는 파이 위에서, 가졌었던 절대적인 양을 잘 유지하려 분탕질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아니라 파이를 다시 한 번 크게 키워나가려 고민하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 같은 기존 체재의 수혜자들은 그런 멋진 인간으로 거듭나야할 의무를 지니고 있음을 이 글을 읽는 우리 연구실 구성원 모두가 간절하게 느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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