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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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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의준
댓글 0건 조회 5,996회 작성일 20-06-0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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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훈련소
 
임정섭 저
 
 살다보면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회들이 나타난다. 온 힘을 다해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간절한 기회 말이다. 그런데 나는 그 중요한 기회를 ‘글쓰기’ 때문에 놓칠뻔한 적이 있다. 재작년 5월쯤 카이스트에 들어오기위해 원서 접수할 당시였다. NEED 연구실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 교수님께 메일을 보낸 상태였고 교수님께서 면접을 보자고 하셨다. 면접을 보면서 교수님께서는 연구실에 들어오기 위한 조건으로 세 가지를 언급하셨다. 첫째는 운동 특히 축구와 같은 활동적인 운동을 잘하는 것이고,  둘째는 연애를 잘하는 것, 셋째는 독후감을 잘 쓰는 것이였다. 문제는 이 세번째 조건이다. 평소 책과는 거리가 있던 삶을 살았던 나였기에 독후감을 잘 쓰는 것에는 자신이 없어 교수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렸다. 독후감을 잘 쓰지는 못하더라도 매번 최선을 다해 독후감을 쓰겠다고 말이다. 그 얘기를 들은 교수님의 표정은 심각해졌고 나에게 독후감 한 편을 써서 보내달라고 하셨다. 그것을 보고 나를 연구실에 받아들일지 결정하시겠다고 하셨다. 막상 독후감을 쓰려고 하니 막막했었다. NEED 연구실 사이트에 들어가서 선배들 독후감을 읽고 선배들의 글쓰기 실력을 보고나니 더욱더 앞이 캄캄했다. 단기간에 독후감 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에 실력보다는 노력을 했다는 것을 교수님께 보여드리고 싶었다. '동물농장'에 관한 독후감을 보내드리고 나서 며칠 후에 교수님으로부터 답장이 왔다.
 
보내준 독후감 잘 읽었습니다. 오늘 여러모로 생각해 보았는데, 안타깝지만 김의준 학생을 우리 연구실에 받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모쪼록 좋은 연구실을 잘 찾아서 진학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답장을 보고는 순간 눈 앞이 캄캄해졌다. 연구실에서 열심히 연구하는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내 나름대로 황금빛(?)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그런데 독후감으로 그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사실이 절망적이었다. 교수님과 면담을 하면서 교수님의 인자하신 성품과 인간적인 모습들을 보고 이 연구실에 들어오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더 강하게 들었다. 박사과정까지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하고 싶었기에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연구실에 가고 싶었다. 정중하게 교수님께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셨으면 한다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정말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다시 한번 내게 기회를 주셨다. 새로 쓴 독후감이 교수님의 성에 차지 않으셨지만, 나의 열정을 높이 사서 나를 NEED 연구실의 일원으로 받아주셨다.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셨다.
 
지금 글쓰는 능력이 아주 많이 부족한 것을 명심하고,
입학전까지, 다양한 책을 열심히 읽고, 쓰는 연습을 많이 하길 바랍니다. 계획을 세워서!
 
 카이스트 합격 발표가 나고 대학원 입학까지 대략 한 학기의 시간이 있었다.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방법이 어떤 것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글쓰기 학원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글을 잘 쓰고 싶은 나의 절박한 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더불어 글쓰기 관련 책들도 찾아서 읽어보았다. 하지만 글쓰기 실력은 쉽게 늘지 않았다. 대학원에 입학하고 나서도 계속해서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여러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연구하면서 틈틈이 글쓰기 관련 책들도 찾아보고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조언들도 찾고 따라해보고 있다. 그러던 중 나같은 글쓰기 초보의 눈높이에 딱 맞는, 아주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는 책을 발견했다.
 
 
1) 글을 쓸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

1. 용기 - 누구나 처음엔 올챙이였다 

 어떤 이들은 이렇게 하소연한다. "글을 못 쓰는데 어떻게 남 앞에 내놓습니까?" 우리는 노래나 춤과 달리 글쓰기에는 높은 기준을 들이댄다. 노래를 못한다거나 춤을 못 춘다는 것은 약간 창피할 뿐이지 결코 못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글쓰기를 못하면 뭔가 부족해 보이는 사람으로 판단한다. 물론 글은 그 사람의 인품이나 지식의 깊이를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따라서 글을 못 쓰면 상대적으로 피해가 크다. 하지만 글쓰기도 훈련이기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사연이 흥미로우면 털어놓기만 해도 글이 된다. 다만, 자주 쓰지 않으면 어려움이 따른다. 따라서 남의 눈을 의식하지 말고 당당하게 쓰는 일부터 해야 한다. 모든 배움에는 초보인 때가 있다. 누구나 처음은 다 서툴다. 셰익스피어가 펜을 물고 태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다. 물론 타고난 글쓰기 재능은 있었겠지만 처음엔 어설펐을 것이다. 힘겹게 걸음마를 떼지 않고서는 전문가가 될 수 없다.
 
2. 끈기 - 이슬이 모여 샘물이 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남들보다 일을 끝내는 시간이 빠르며, 같은 시간 안에 남들보다 훨씬 나은 결과물을 낸다는 의미다." 글을 많이 쓰지 않은 사람은 글쓰기가 어렵다. 쓰고 고치고 쓰고 지우곤 한다. 어떤 때는 한 줄도 쓰지 못한다. 그럼에도 끈기 있게 도전해야 한다. 참을성 있게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한다. 첫 문장부터 도무지 안 써져서 고민이 된다면 간단한 해결책 하나가 있다. 그냥 이렇게 쓰면 된다.
 
'첫 문장으로 뭐라고 써야 하나. 첫 문장 쓰기 정말 어렵다. 첫 문장을 첫 문장으로 시작하면 안 될까. 제발 첫 문장아 나와 다오.'
 
 그냥 마구 쓰라는 것이다.
 
3. 간결 - 문장 하나에 생각 하나
 
 글쓰기 방법에 대해서 논하는 책들은 보통 간결하게 쓰는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간결하게 쓴다는 것의 구체적인 의미는 제시하지 않는다. 간결하게 쓴다는 것이 단어의 길이가 짧은 것을 써야하는 것인지 문장 길이를 짧게 써야 하는 것인지 늘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간결하게 쓴다는 것의 명쾌한 정의를 내려주었다. 
 
가능한 한 문장에는 하나의 사실만 담는다.
 
 한 문장에 하나의 사실만 담되, 문장이 짧을 경우 두 개까지 넣어도 된다. 세 개는 위험하다. 쉼표가 있는 곳에서 한 번씩만 끊어도 된다. 긴 문장을 썼다 해서 무조건 나쁜 글은 아니다. 다만 불편할 따름이다. 그러나 요즘처럼 정보가 즉독즉해되어야 하는 초스피드 시대에 긴 문장을 권하기는 힘들다. 문장을 짧게 서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글의 논리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이다.
 
4. 단정- 옷매무새 고치듯 단락을 다듬자
 
 "글은 단락으로 쓴다." 무엇이든 양이 많아지면 묶거나 무리를 짓는다. 문장만 간결하게 쓰는 게 아니라, 문단 수준에서도 꼭 필요한 부분만 남겨 간결하게 써야 글이 단정해진다. 초보자의 글에는 대부분 군더더기가 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사과를 수확했다고 하자. 시장에 내다팔기 위해서는 옥석을 가려야 한다. 농가에서는 상품성이 없는 사과를 걸러낸다. 글에서 불필요한 내용, 곁가지, 쓸모가 덜한 글은 빼야한다. 그래야 알곡만 남은 알찬 글이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글을 끝낸 다음 무조건 1/3 이나 1/2로 줄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탄탄한 구성이 된다. 처음에는 덜어내는 일이 어렵을 것이다. 그러나 무조건 줄여야 한다.
 
5. 명쾌 - 군더더기 잡초를 뽑아라
 
 '뺄 수 있는 글자는 반드시 뺀다'는 원칙이 필요하다. 우리들이 흔히 하는 실수들에 대해서 몇가지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느끼는 걸까'라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굳이 쓸 필요가 없다. '느낄까'면 된다. '~하는 데 있어' 라는 표현 역시 잡초이다. 잡초의 또 다른 종류는 피동형 문장이다. '~된다'나 '되었다'류의 표현이다. 무의식적으로 많이 쓰는 습관이다.
 
6. 공평 - 단어의 겹치기 출연을 피하라
 
 모든 등장인물은 무대에 한 번씩만 오른다. '생각하다'를 대체하는 표현은 다음처럼 매우 많다. "~라고 본다, ~라고 느낀다, ~라고 판단한다, ~라고 여긴다, ~라고 규정한다"가 대체말들이다. 순간 늘 ‘생각하다’라는 말만 반복하던 내 글이 떠올랐다. ‘생각하다’ 외에도 이렇게 많은 말들이 있었는데 왜 몰랐을까? 아니, 알고 있었다. 단지 글로 적어내려가지 못했을 뿐이다. 
 

2) 글을 잘 쓰기 위해 지녀야 할 습관
 
1. 요약 - 신문 사설, 칼럼 요약하기
 
 요약 훈련을 위해선 어떤 글을 택하면 좋을까? 글은 논리적인 글과 이야기 형식의 글, 두 종류가 있다. 사설과 칼럼이 전자라면, 소설과 에세이는 후자이다. 논리 훈련이 필요할 경우 사설이나 칼럼을 요약하는게 좋다. 논리적인 사고가 필요한 대학원생으로서는 중요한 훈련이 될 수 있다.
 
2. 필사 - 좋은 글 베껴 쓰기
 
 글을 읽는 데서 나아가 책의 내용을 베껴 적는 일이 글쓰기 훈련이 도움이 된다. ‘베껴 쓰기’가 좋다는 것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글쓰기 초보는 ‘손으로 베껴써야할지, 타자로 쳐야할지’부터 고민이다.  '베껴 쓰기는 손으로 써야 하는가, 타자로 쳐야 하는가?' 일단 전자가 좋다. 우리 뇌는 몸이 경험한 것을 더 잘 기억한다. 베껴쓰기는 어떤 이점이 있을까? 적어도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문장의 구조를 익힐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는 문장을 닮을 수 있다는 점, 세 번째는 뜻을 음미하면서 생각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베껴 쓴 글과 비슷한 형태의 글을 구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본인이 어떤 글을 추구하는가를 먼저 따져 본 뒤, 베껴 쓸 글을 택해야 한다. 
 
3. 어휘 공부 - 풍부한 단어 익히기
 
 그러나 어휘도 공부해야 한다. 익히면서 정복하는 것이다. 고급 어휘를 얼마나 풍부하게 쓰느냐가 곧 글의 수준을 나타낸다는 말도 있다. 
 
4. 1일 1상 -하루에 하나씩, 아이디어 기록
 
 결국은 아이디어가 문제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언제나 창의성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창의성을 기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앞서 언급한 마구 쓰기이다. 마구 쓰기, 즉 프리라이팅. 저자가 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디어에 대한 글을 매일 쓰라는 것이다. '일일일상'이다. 기본적인 글쓰기 훈련으로, 아이디어에 예민해질 수 있는 방편이다. 직접 쓰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기억창고에 더 잘 보관된다.
 
 이 책은 글쓰기를 잘하기 위한 방법들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글쓰기에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나에게 "마구써야한다"라는 조언은 큰 힘이 되었다. 저자가 제시한 방법들을 전부 실천하는 건 글쓰기 초보에게 무리이다. 하지만 그 중 가장 간단하면서도 명쾌한 방법인 “마구쓰기”는 실천해볼만 하다. 그동안 썼다 지웠다 반복하기만 수차례. 어떤 때에는 제대로 쓰지도 못하고 시간만 낭비하기도 했다. 과연 글을 ‘마구’ 써도 되는걸까? ‘마구’ 쓰는 단어들이, 문장들이 글이 될 수 있는걸까? 살얼음 위를 걷듯 한 문장, 한 문장 적었지만 이제 저자의 조언에 따라 글을 ‘마구’ 써보련다. 물론 여전히 글쓰기에 대한 부담은 있다. 글쓰기를 못하면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부족한 글에서 나의 인품이나 지식의 깊이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하다. 그렇다고 글쓰는 것을 계속 두려워하다보면 글쓰기 실력은 영원히 제자리일 것이다. 글을 잘 쓴다는 생각보다는 매번 조금씩 전보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글쓰기에 임하면 글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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