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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의 절반, 친구 - 스탠 톨러 지음, 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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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5,746회 작성일 20-07-05 22:47

본문

“인간은 복잡한 존재야. 어제 만난 천사가 오늘은 최악의 원수가 될 수도 있고, 오늘 널 구한 누군가는 그 다음 날 널 지옥으로 밀치는 **가 될 수도 있어. 

그럼, 내가 그 **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 Stella Jang의 노래 “Villan” 뮤비 Intro 중 나오는 프랑스어 가사

 

사람은 모순적인 동물이다. 누군가에게는 내가 정말 ‘좋은 사람’일 수도 있는 반면, 누군가에게는 반대로 서로 물어 뜯으려고 달려드는 원수 사이일 수도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둘도 없는 친구였던 사이가 찰나의 계기로 순식간에 남보다도 못한 관계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얼마 전만 해도 서로 미워하던 사이에서 친구처럼 지내야 할 사이가 될 수도 있다. 사회 생활에서, 오늘의 친구는 내일의 적이 될 수도, 또 반대가 될 수도 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다. 그래서 하루하루가 긴장의 연속이다.

 

이렇듯 사람 때문에 가장 상처를 많이 받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람은 사람이 없다면 살아가기 힘들다. 이 책의 주인공인 ‘조 콘레드’는, 굉장히 유능하지만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것이 많이 서툰, 전형적인 고독한 ‘천재’ 타입인 듯하다. 시애틀의 ‘스튜어트’라는 이름의 광고 회사에서 지금까지 회사에서 다뤄본 적이 없는 1천 5백만 달러의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한 팀을 이끄는 팀장이다. 그러나 자신의 실적과 이익을 위해서 때로는 동료의 아이디어를 몰래 훔치기도 하고, 부하의 입장이나 기분을 전혀 생각하지 않는 언행으로 팀 내에서는 ‘공공의 적’이 되고 말았다. 자신이 없는 사이에 자신을 욕하고 있는 뒷담화를 듣기도 하고, 자신이 결국 회사 사장에게 프로젝트 수주 성과를 인정받아 무려 20만 달러라는 보너스를 받게 되어 직원들에게 한턱 내려고 하는데 직원들은 저마다 핑계를 대며 자리를 피하려고만 한다.

 

그렇게 자신은 외롭지만 외롭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한 채 살아가다 어느 폭우가 쏟아지던 날, ‘조’는 ‘맥스 플레이스’라는 간판을 건 커피숍을 보고는 문득 커피가 생각나서 들어가게 된다. 커피숍의 사장이자 60대 초반의 남성인 ‘맥’은 인심 좋게 커피 한 잔을 건넨다. 모든 것을 ‘이익’에만 맞추어 판단하던 조는 사장님의 순수한 호의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은 나에게 어떤 것을 원하는 건지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천천히 조는 맥의 커피에 빠져가고, 급기야 맥에게 커피를 배우는 단계까지 이른다.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찝찝함을 간직한 채로.

 

“자네한테 왜 잘해주냐고? 글쎄, 나는 그냥 씨앗을 뿌린다고 생각할 뿐이라네.”

- 본문 中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조는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귀기울여 듣기 시작하고, 공감해주기 시작했다. 어느날, 동료 ‘아만다’가 “당신, 요즘 많이 달라진 거 알아요?”라고 지나가다가 말해 줄 정도로. 그는 확실히 변화하고 있었다. ‘조’와 앙숙인 재무팀장 ‘알렉스’가 당신을 공격하기 위해 뒤를 캐고 다닌다는 소문이 돈다고, 조심하라는 충고까지 해 준다. 그렇게 그는 맥이 말해준 대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씨앗을 뿌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털어서 먼지 안나오는 사람 없다고 했던가. 결국 조는 큰 알렉스에게 건수가 잡혀 청문회에 참석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는 알렉스의 유도 심문에 걸려들어 브로커를 통해 자신이 진행하던 프로젝트의 발주처인 회사 ‘아구코’가 다른 광고 회사를 물색하고 있다는 정보를 거래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회사 지침상, 정보를 거래하는 행위는 중대한 규정 위반이다.) 결국 그는 회사에서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만다.

 

“저절로 만들어지는 행운 같은 건 세상에 없어. 행운의 절반은 스스로가, 나머지 절반은 친구들이 만들어내는 것이지.
따라서 자네의 성취는, 자네의 친구들이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게. 

누군가의 친구가 된다는 것은, 그로 인해 아픔을 겪을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네. 때로는 그 고통과 시련을 나누어 둘러메야 하니까 말이야.”


- 본문 中

 

그러나 회사에서 짐을 싸는 중에 자신을 미워하는 줄로만 알았던 동료들이, 자신을 배웅해주고 격려해주는 실로 예상치 못한 따뜻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그리고 그 역시 맥이 뿌려놓은 씨앗이었다는 것을, 맥이 다른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 시애틀을 떠나게 되면서 커피숍을 인수받게 되면서 알게 된다. 게다가, 자신이 회사를 나오면서 원래 받았을 20만 달러를 나눠가진 옛 동료들이 자신의 커피숍에 초기 사업 비용으로 투자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신의 능력이라면 곧 굉장한 수익을 얻을 것이고, 초기 투자자들인 우리는 돈방석에 앉을 것이라는 생각에’라는 변명을 능청스럽게 늘어놓으면서.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 관계는 복잡하다. 광고 회사 사장에게 조는 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겠지만, 재무팀장에게는 천하의 나쁜 놈이나 다름없다. 내가 아무리 신경 쓴다고 한들,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자신이 주변을 챙겼던 것은 어떻게든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것 또한, 대부분 사실인 듯하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 지독한 성과주의자였다. 조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주변을 챙기려고는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득 생각해보면 모두가 동료이자 친구인, 그래서 비교적 평화로운(?) 학교라서 가능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위험한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철학이 하나 있다. 그것은 어떤 단체, 특히 성과를 내야 하는 그룹을 이끄는 리더는 절대로 착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1학년 때 학부 총학생회를 경험하면서, 군 생활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은 더더욱 굳어져 갔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서, 나중에 내가 어느 팀의 리더가 된다면, 여전히 절대로 부하들 사이에서 착한 사람이 될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사람들 사이에 씨앗을 뿌리려는 노력은 할 필요가 있겠다고는 생각하게 되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점에서 엄격함의 탈을 벗을 수는 없겠지만, 사적으로는 악의 탈을 잠깐은 내려놓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보이지 않는 총칼이 난무하는 사회에서, 언젠가 최악의 상황이 닥쳤을 때 그것이 나에게 구명줄이 되어 줄 수도 있지 않겠는가. 언젠가 박사를 졸업하고 어떻게든 사람들을 이끄는 자리를 맡게 될 처지인 입장에서,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친구들과 어울려 일을, 여유를, 오늘을 즐기라고. 그게 삶의 위대한 성취를 이루는 길이야. 지름길만 좇고 있는 남들과 비교하면, 온갖 곳을 다 돌며 시간 낭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어. 그래서 조바심이 나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여유롭게 걸어간 길이 가장 훌륭한 코스였다는 것을, 언젠가는 깨닫게 되어 있다네.”

 

- 본문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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