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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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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551회 작성일 20-07-0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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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신명숙 작가의 단편 소설집 ‘달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마치 밤하늘에 혼자 거닐며 달에게 건네는 이야기다. 가까운 사람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는 달에게만 얘기할 수 있다. 살아가며 겪는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모여서 우리의 내면이 차오르고 그 과정은 마치 달이 한달간 차오르고 다시 비워내는 과정과 닮아있다. 이 다채로운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만 소개하고자 한다.

 

겨울나기


1월에 내린 눈이 아직 녹지 않은 마당에 어미 고양이가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어슬렁거리며 지나간다. 그들은 춥고 배고픈지 마당에 있는 쓰레기 봉투를 뒤적거리기도 한다. 집의 주인은 찬장을 뒤져서 쓰지 않은 접시를 몇개 챙긴다. 그리고 사료와 물을 담아 고양이에게 내어준다. 고양이들은 경계하다가 밥을 먹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으로 인해 고양이가 건강히 겨울을 날 수 있음에 기뻐한다. 그리고는 타자를 위해 공을 들이는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자 마당에 고양이 대신 까치가 드나들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고양이 사료들을 먹는 까치가 귀엽고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점잖게 사료 접시 근처에 쌀을 한 줌 뿌려줬다. 마당에 까치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고양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어느날엔가 외출했다가 대문을 열어보니 고양이 먹으려고 부어놓은 접시 사료들을 까치 떼가 쌔까맣게 몰려들어 쪼아먹고 있었다. 까만 머리들을 맞대고 서로 밀쳐내며 사료를 쪼아먹는데 두려운 감정까지 느낀다. 고양이들은 아마도 까치들이 등장하면서 마당 근처에 얼씬 조차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그 새끼 고양이들은 어디서 잘 지내고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제는 까치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양이 사료를 계속 접시에 부어주었다.

 

해질녘에 이상한 소리가 나서 마당을 바라보았는데, 뒤로 자빠질 만한 광경을 목격한다. 방에 있는데 소리가 요란해서 나가보니 까치들이 난리도 아니었던 것이다. 분위기로 보아 패를 갈라 싸우고 있는 형태였다. 처음에 고양이 먹으라고 내놓았던 사료를 까치들이 차지하더니 다른 영역에 살던 까치까지 사료를 차지하려고 몰려들어 싸움이 난 것이다. 다음날 그는 세개의 접시를 조용히 집 안으로 들여놓는다.

 

“그들에겐 그들의 세계가 있었을 거야. 이 겨울을 나는 방법이 그들 나름대로 있었을 거야. 그들의 세계에 내가 개입하면서 생긴 이 싸움을 그치게 하는 길은 내놓았던 세 개의 접시를 들여놓은 일밖에는 없더군. 그런데 달아. 왜 이렇게 막막한거지?”


고양이가 되었든, 까치가 되었든 다른 사람을 위하는 마음과 배려가 스스로 썩 맘에 들었던 적이 있다.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이 세상에서 해낼 수 있는 관심과 배려를 굳이 찾아보기도 한다. 그런데 이 며칠간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먹먹해진다. 이 이야기에서는 며칠이라는 시간이지만 인생 안에서는 몇일이든 몇시간이든 몇년이든 시간에 걸쳐 변화하는 모양새가 있다. 처음에 고양이를 향한 배려라고 생각했던 것이 내 의지와는 다르게 까치를 향한 배려로 바뀌게 되고, 그들간의 싸움으로 번져버렸다. 한때는 그들을 위한다며 무언가를 부단히 할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 무언가조차 실례라는 것을 느낀다. 까치를 인간이라 본다면 또 다른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는 까치처럼 무언가를 소유했을 때 오히려 마음이 궁핍해지며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기 위해 싸운다. 계속 시도하고 기뻐하다가 또 좌절하고 먹먹해지는 일들의 연속을 ‘겨울나기’가 담아내었다.


나 역시 내 이야기들을 달에 담아본다. 어느덧 동그랗게 차오른 달을 보며 안에 담겨있는 나의 감정들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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