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 손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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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심리학자 스티븐 핑커는 자신의 저서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에서 “어쩌면 현재 우리는 종의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라 적었다. 물론 최근에도 지속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슬람 국가들의 갈등, 아프리카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내전, 남아메리카의 카르텔과 정부의 사투 등 다양한 무력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저자는 과거의 폭력이 지금과 비교해 훨씬 광범위하고, 잔혹했음을 지적하며 “폭력의 세계적 추세는 거의 모든 차원에서 하강하는 곡선을 그렸다”고 단언한다.
이 시간에도 전쟁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어도 우리나라에 사는 우리들은 유례 없는 평화를 경험하고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세계 유일의 분단 국가이자 휴전 국가인 우리나라가 유례 없는 평화를 누리고 있다는 건이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진다) 6.25 전쟁이 일어난 지 70년이 다 돼가고, 소규모의 무력충돌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있지만, 국가적인 전면전을 경험해 보지 못한 우리 세대에게 평화라는 말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칼과 총이 오가는 전쟁은 한동안 없었지만 우리는 꾸준히 전쟁을 해왔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상대 회사를 무너트리는 기업 간의 경영 전쟁, 외교력을 바탕으로 아군을 늘리고 세력을 만들어 이익을 취하는 외교 전쟁, 심지어는 시험과 취업에 성공하기 위해 개인들이 경쟁하는 과정도 일종의 전쟁이라고 볼 수 있다. 서로의 이익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각자의 목적을 달성하는 ‘원-원’을 지향하는 사회지만, 우리는 이기적인 인간이기에 자신의 이익을 놓고 한판의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경우를 종종 접하게 된다. 전쟁을 대비하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우리는 동양 최고의 병법서 중 하나인 손자병법(孫子兵法)을 통해 전쟁의 비법을 배우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것이다.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孫武)는 제나라 사람으로 오나라의 왕 합려 아래에서 활약했던 중신이다. 그는 자신의 철학을 오나라 군대에 관철하여 정예군을 만들었고, 초나라를 거의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이는 성과를 냈다. 그는 자신의 병법을 시계, 작전, 모공, 군형, 병세, 허실, 군쟁, 구변, 행군, 지형, 구지, 화공, 용간까지 13장으로 구성하여 설명한다. 손자병법은 전쟁을 시작하기 전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 지, 전쟁을 언제 시작하고 전투를 어떻게 진행해야 하는지, 군대를 어떻게 움직이고 상대를 어떻게 파악하는지, 승패를 예측하고 원거리 전투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전차와 불을 어떻게 다루는지 등, 전쟁에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병법서다
손자병법을 읽다 보면 손무가 각기 다른 장에서 다른 내용을 다루면서도, 공통된 주제를 반복적으로 말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손자병법의 핵심적인 내용을 뽑으면 다음과 같이 3가지 내용으로 추려진다: 1) 도천지장법, 2) 승가위야, 3) 지피지기.
먼저 도천지장법(道天地將法)은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명분(도), 시기(천), 환경(지), 장수(장), 그리고 상벌체계(법)가 준비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도천지장법은 사실상 전쟁에 동원되는 백성들로 이루어진 군대를 어떻게 준비하냐에 대한 내용이다. 우선은 전쟁의 명분을 세우고 이를 백성들과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전쟁을 첫걸음이다. 전쟁의 이유를 모르고 그 뜻에 동의하지 않는 백성은 군대에 징집되지 않고, 싸움에서도 그 의지를 보여주지 못한다. 또 적절한 전투의 시기는 군대의 사기와 직결된다. 상대의 사기가 꺾이고 우리의 사기가 세워질 때가 바로 전투의 때다. 군대는 집에 가까우면 사기가 떨어지고, 물러설 곳이 없을수록 결사 항전을 하므로, 군대가 최선으로 전투할 환경을 조성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한신은 이를 응용해 강을 등지는 배수진을 쳐 크게 승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백성들을 이끄는 장수가 엄격한 상벌체계로 군대를 다스리고 본인이 솔선수범해야 군대가 세워질 수 있다.
둘째는 승가위야(勝可爲也), 즉 승리란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이는 전투에서 이기기보다 이기는 전투를 하라는 손무의 승리에 대한 기본 원칙을 보여준다. 같은 군대를 운영하더라도 본인이 원하는 지형과 시기에 본인이 의도하는 방법으로 전투를 하는 장수가 승리를 쟁취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한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미리 준비하고 계획하며, 상대를 유도해서 원하는 시나리오를 만들어내는 능동적인 장수가 돼야 한다. 또, 상대에게 거짓 정보를 주어 힘이 결집하지 못하게 하고, 본인은 원하는 곳에 힘을 결집해 그곳에서 전투가 일어나게 하는 것도 포함한다. 결국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각 전투의 주도권을 빼앗기지 말고 모든 이야기의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지피지기(知彼知己)는 우리에게 지피지기 백전불태(百戰不殆)로 알려진 유명한 고사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우리는 간혹 지피지기 백전백승(百戰百勝)이나 지피지기 백전불패(百戰不敗) 등으로 이 고사를 오해하지만, 실제 손무는 전투를 통해 승패를 가루는 것보다 가능한 전투를 피하여 손해를 최소화하는 것을 상책으로 두었기 때문에 위 두 예시는 손무의 철학과 일치하지 않는다. 지피지기를 통해 손무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장단점, 우리가 처한 상황, 상대와 우리의 역량 차이들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첩보와 계략을 사용하고 적에게는 오히려 거짓 정보를 흘려주는 일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주장하였다.
2020년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라는 적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이 보이지 않는 적은 우리 사회에 공포와 불안감을 가져다주었고, 나라 간의 전염이 반복되고 정보 공유에 비협조적인 일부 국가들로 인해 국제 사회에 불신이 팽팽해졌다. 질병으로 민심을 잃은 권력자들은 군중의 분노를 잠재우기 위해 그들이 바이러스로 인해 받은 피해를 중국에 물어 그들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 하고, 중국은 자신들에게 있는 일말의 책임조차 피하고자 철저히 정보를 차단하고 있다. 이렇게 복잡하고 어수선한 국제사회 가운데 우리나라는 어떻게 처신해야 할까?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우리나라가 공동체의 뜻을 모으는 도천지장법, 이기는 싸움을 만드는 승가위야, 그리고 자신과 상대를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지피지기의 자세를 가져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현재 우리나라는 범국민적으로 뜻이 하나로 모이고 있는가? 국제사회에서 이기는 싸움을 만들기 위해 국가들과의 우방 관계를 잘 쌓아가고 있는가? 자화자찬이나 감정적인 판단 없이 객관적인 눈으로 우리나라가 처한 환경과 국제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가? 그것은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사람마다 평가가 다를 것이다. 사실 나는 지금까지의 모습으로는 그리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우리나라를 신뢰한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는 6.25 전쟁 이후 70여 년간의 세월 동안 총성 없는 전쟁을 줄곧 승리해온 나라다.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모두 70년간 눈부신 발전을 이루며 지금의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다. 손자병법에는 우직지계(迂直之計)가 있다. 상대방이 주도적인 위치를 잡았을 경우 그 전장을 우회하라는, 마치 소낙비를 피하는 전화위복 책략에 일환이다. 이런 혼란스러운 국제 사회 속에서 현 정부가 제 역할을 감당하길 바란다. 자신을 지지하는 세력만 바라보지 않고 국민 모두의 뜻을 하나로 모으는 나라, 지혜로운 외교전략을 통해 우방 국가들을 잘 형성하는 나라, 그리고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가장 지혜로운 방법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나라. 그런 나라가 우리나라가 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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