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 앨 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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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지셔닝 – 잭 트라우트, 앨 리스
이규섭
구글은 검색 포털의 형태로 광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며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 중 하나다. 구글이 성장을 거듭하던 시절에는 물론이고, 비교적 최근인 2019년도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구글 전체 수익의 약 85%는 광고수익이다. 많은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큰 부분을 광고에 쏟아붓고 있다는 뜻이다.
수많은 기업들은 왜 광고에 그토록 큰 비용을 들이는 것일까? 단가를 줄이고 줄여서 얻은 자본을 왜 일시적으로 소비되고 마는 ‘장난’에 소모하는 것일까? 광고 사업의 규모를 생각하면 단순히 예로부터 비즈니스 영역에 내려오는 관습은 절대 아닐 것이다.
수요가 공급을 앞서던 시절엔 참으로 편했다. 물건이 나오는 족족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리고 산업혁명 직후에는 참으로 단순했다. 시장은 좁았고, 전략은 뻔했다. 하지만 이제는 공급이 수요를 월등히 앞선다. 이제 모든 기업은 소비자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끌기 위해 애써야 한다. 가만히 있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기는커녕, 같은 계통의 수많은 제품에 가려져 그 존재를 알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우리의 시선이 닿는 곳마다, 우리가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안에 많은 제품의 정보가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니 기업들은 기를 써서 그 틈을 비집고 들어가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각인시키고자 한다. 슈퍼볼 광고를 떠올려 보자 수십초 남짓한 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더 많은 소비자에게 제품의, 브랜드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보다 더 큰 이익을 위한 투자로써.
폭발적인 공급량이 수요를 압도하면서 단순히 주먹구구식 경쟁으로는 험난한 시장경제에서 살아나기 어려워졌고, 마케팅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고전적인 마케팅 기법이 벽에 부딪힐 때 즈음 등장한 이론이 바로 잭 트라우트의 ‘포지셔닝’ 이론이다. 책은 1981년에 출간된 서적의 20주년 개정판으로, 1969년 동일 저자에 의해 기고된 글에서 처음 소개된 개념에 하나하나 사례를 들면서 더 자세히 풀이한 책이다.
포지셔닝이란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를 소비자의 의식 속에 각인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단순히 제품의 존재를 알리는 판촉행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더욱 정확히는 해당 제품이나 브랜드의 경쟁자로부터 확실히 구분될 수 있도록 소비자의 의식 속에 명확한 자리를 차지하도록 하는 일련의 작업을 의미한다. 아무리 우리 제품이 좋다고 우겨봐야 소비자는 그저 광고라고 치부하고 넘어갈 뿐이다. 설령 소비자가 그 억지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쳐도, 그런 허술한 방법으로는 과잉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기억에 오래 머물지 못한다. 확고한 포지션을 확립하는 것으로, 제품이 소비자에게 지속적으로 소비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제품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된다.
사실 포지셔닝의 대원칙은 명료하다. 일단 무조건 어떤 영역의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최고의 포지셔닝이다. 어떤 것의 처음이라는 이미지만큼 강렬한 것은 없다. 따라서 어느 영역의 시초가 되는 제품을 만들면 그 자체로 소비자의 인식에 각인된다. 세상엔 너무 많은 정보가 있고, 소비자는 1등만을 기억한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종종 2등을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1등만큼은 기억한다. 따라서 이미 해당 영역의 지배자가 확고한 영역에 어떤 반전을 기대하고 후발주자로 도전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일이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절대적인 1등이 존재하는 영역에서 그 자리를 탈환한다는 것은 그 1등이 치명적인 실수를 하는 것을 기다리는 것이다.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제품은 그 자리를 쉬이 내주지 않으며, 경쟁을 위한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같은 노력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다. 그렇기에 2등과 3등으로써 경쟁을 하는 것은 막대한 비용의 손실을 의미한다. 반전을 꾀하는 수많은 2등 브랜드들이 얼마나 많은 투자를 감행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라. 그리고 그들은 그 투자에서 어떤 효용을 거두고 있나?
“경마에서 언제나 빠른 말이 이기는 것은 아니며, 전쟁에서도 언제나 강한 자가 승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내기를 한다면 기본적으로 빠른 자와 강한 자 편에 걸어야 한다.” – Damon Runyan
그래서 이 명료한 첫 지침의 뒤로는 상세한 주의사항들과 그렇게 되지 못한 경우의 생존전략을 다룬다. 한가지는 새로운 세부 영역을 개척하여 그 분야의 리더가 되는 것이다. 이미 확고하게 자리 잡은 소비자의 마인드를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과거 맥주의 품질과 맛, 기호를 선전하기에 급급한 시장에서 프리미엄 맥주의 포지셔닝을 차지한 미켈롭의 예를 든다. 여기서 핵심은 아래 구절이다.
‘그렇다면 미켈롭이 진짜 미국 최초의 프리미엄 맥주였을까? 그렇지 않다. 미켈롭은 맥주 애음가의 마인드에 최초로 “프리미엄 맥주”라는 포지션을 구축했을 뿐이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떠올리는 사업 영역들은 이미 리더들이 뿌리내리고 있다. 따라서 이 단원에서 이야기하는 교묘하고도 확실한 포지셔닝이야말로 대부분에게 절실한 방편이다. 이 때 혼자만의 논리가 아니라, 경쟁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그와 대비한 나만의 확고한 포지션을 확립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게 영역의 리더로써 소비자에게 각인을 시키고 안정을 확보한 뒤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기업의 규모를 키울 다양한 기회를 얻게 된다. 이른바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돼라. 그러고 나서 뱀을 용으로 키우라는 전략이다. 용의 꼬리는 쉬이 용의 머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저자는 끊임없이 강조한다.
또 한 가지 재밌는 대안 중 하나는 2등이 되는 전략이다. 이는 단순한 생존 전략으로 작가는 펩시의 예를 든다. 1등이 강력하고 뚜렷한 포지션을 가지고 있으면, 오히려 그 분야의 확고한 2등 기업으로써 이미지를 각인 시켜 그 수준에 맞는 적절한 포지션을 차지하는 것이다. 이로써 2등으로써의 적정한 점유율을 담보할 수 있게 되고, 그 보상이 충분할 경우 아주 유효한 생존 전략이 된다. 다만 여기서 조금 욕심을 부려 2등 기업으로써의 포지션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다시 압도적 1등과의 불공정 경쟁에 뛰어들게 되어 쉽게 무너지게 된다. 말 그대로 차선이요. ‘생존 전략’인 방편이다. 작가의 표현은 이렇다. ‘만약 어떤 기업이 첫 번째가 아니라면, 2위의 포지션을 차지하는 첫 번째라도 되어야 한다. 이 또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객관성을 갖추어야 한다는 점은 흥미로운 점이다. 회사의 사람들도 비슷한 사람들만 모여 있다 보니 결국 안에서 밖으로 향하는 사고에 익숙해진다. 그러면 실질적으로 제품이 취해야 하는 방향성.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간과하게 된다. 기업이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어떻게 소비자한테 팔아넘길지를 아무리 논리적으로 설명해봐야 결과론적인 이야기만 될 뿐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그렇게 하고 있다. 자신들이 생각하는 멋진 방식대로 물건을 팔려고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낭비하면서!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며,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돈을 들이든 시간을 들이든 갖은 방법을 통해 소비자의 의도, 외부인의 시선이 어떠한지 정보를 취해야 한다. 그리고 시장의 상황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입맛에 따라 해석할 것이 아니라, 그 정보 자체로서 받아들여야 한다. 기업의 수뇌부가 경직된 사고를 보이는 사례들이 우리의 머릿속에 벌써 선하다. 밖에서 보고 있는 우리 눈에는 어리석어 보이지만 나름 한 분야의 수재인 그들이 그런 아둔한 모습을 보이는 게 우연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입장에서 결국 우리는 모든 것을 사고파는 개념에 적용하며 살아간다. 세상은 곧 시장이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과잉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오히려 단순함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확고한 포지셔닝이다. 알리고자 하는 바를 확실한 영역에 위치시키는 것이야말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다. 저자가 말하듯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끊임없는 조사와 객관성을 위한 검토, 그리고 동시에 과감한 행동과 신속한 대처가 박자를 맞추어 진행될 때에 비로소 우리는 이 치열한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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