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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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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형진
댓글 0건 조회 5,758회 작성일 20-06-0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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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허삼관 매혈기는 작품의 제목에 나와 있듯이 허삼관이라는 인물이 매혈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가정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가난과 혼란스러운 정치적 상황에서 가족을 위해 자신의 생명과 같은 피를 팔아 희생하는 아버지를 보여주는 작품으로 비극적인 상황에 희극이 적절히 조화되어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


 작품을 표면적으로 보면 가족에 대한 아버지의 부성애와 삶을 보여주고 있다. 허삼관은 아내를 구박하고 일락이에게 모질게 하기도 하고 불륜도 했지만 가족을 위해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을 지킨다. 특히, 일락이는 둘째, 셋째 자식들과 다르게 허삼관의 친자식이 아닌 아내와 다른 사람의 자식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받아들이지 못하고 모진 말과 행동을 한다. 하지만 결국 일락이를 자신의 아들로 받아들이게 되고 간염에 걸린 일락이를 위해 사흘, 나흘에 한 번씩 피를 팔아 목숨을 건 매혈을 통해 병원비를 마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이락이의 생산대장이 왔을 때, 대접하기 위해서 매혈을 하고 죽을 것 같아도 생산대장이 주는 술을 받아먹으면서 아들을 생각하는 모습, 일락이가 친자식이 아님지만 팔과 얼굴에 상처를 내고 자신의 아들임을 선언하는 모습에서 헌신적인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에 돼지간볶음과 황주를 먹기 위해 매혈을 시도하지만 늙어 피를 팔 수 없음을 깨닫고 슬퍼하는 모습을 통해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낄 수 있다.


 매혈을 통해 돈을 버는 허삼관이 조금은 이상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은 이 시대의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세대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가장이 아닌 경우도 존재하긴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아버지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가족을 지키는 일을 하신다. 그래서 이 작품을 보고 어머니와 자식들을 위해 묵묵히 일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고 나의 아버지 또한 허삼관과 방법은 다르지만 비슷한 아버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에서 ‘피같은 돈’이라는 말이 있는데 피는 사랑을 의미하면서 그 자체로 돈과 같은 의미도 가진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정말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아버지께서 주시는 돈과 사랑이 아버지의 피라고 생각하니 나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버지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 아버지의 사랑까지 느낄 수 있었다.


 한편 작품의 저자는 작품의 주제를 평등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평등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작가는 평등의식이 아닌 인생에서의 평등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허삼관은 다른 사람들에 비해 가진 것이 없는 불평등한 삶을 살아가고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았지만 나름대로의 평등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간다. 작품에서 몇 달간의 보리 고개동안 죽만 먹고 살던 가족을 위해서 매혈을 통해 국수를 먹으러 갈 때 일락에게는 그보다 적은 돈을 주며 군고구마로 배를 채우라고 말한다. 일락이에 대한 허삼관의 차별은 받아들이기 힘들지만 허삼관만의 의붓자식에 대한 평등의 방식이라 생각하면 적절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허삼관에게 일락은 자신의 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목숨과 같은 피를 판 돈으로 일락에게 좋은 음식을 사주지 않는 것이 평등한 방법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인생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았을 때, 허삼관은 인생에서 여러 차례 위기가 찾아온다. 일락이가 자신의 자식이 아닌 상황, 아내인 허옥란이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는 상황, 일락이가 간염에 걸린 상황 등 다양한 위기가 찾아오지만 어떻게 하다보니 결국은 위기를 넘어가게 된다. 즉, 허삼관의 이야기는 인간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는 인생사에서 여러 위기가 오고 하나의 위기를 넘어서면 또 다른 위기가 올 것이지만 그 위기도 넘기면 괜찮아 질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다르게 표현하면 위기를 겪고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상황은 언제나 역전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작가는 평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 것 같다.


 이 작품은 중국 작가가 중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전혀 다른 상황에서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고 주인공의 이야기를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부성애, 인간애, 가족애와 같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라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 책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을 느끼면서 책의 표지에 쓰여있는 ‘작가 위화가 세상 모든 아버지에게 건네는 따뜻한 황주 한 잔’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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