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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건드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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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의준
댓글 0건 조회 7,702회 작성일 20-04-0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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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 그는 과연 악마인가?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감사합니다.”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조주빈의 첫 마디이다. 조주빈은 인터넷 메신저 텔레그램에서 이른바 '박사방'에서 ‘박사’로 활동하며 미성년자 등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통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무려 260만명이 동의했다. 이는 역대 청와대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인원의 동의를 받은 청원이 되었다. 경찰에 따르면, 16명의 미성년자를 포함해 74명의 피해자가 있음에도 조주빈은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로 자신의 범행을 뉘우치기는 커녕 스스로를 악마라 칭하며 자신의 악행에 심취해있는 태도를 보였다. 조주빈은 정말 악마인가? 아니면 악마로 보여지고 싶은 비열한 범죄자인가?


  여기 악마를 꿈꿨던 또 다른 사람이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 시리즈 ‘고양이를 건드리지 마라’ 의 루카 매그노타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루카 매그노타는 고양이를 학대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그 영상은 엄청난 조회수와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이 관심을 마치 기다리고 있기라도 한 듯이 루카 매그노타는 다음으로 고양이를 살해하는 영상을 올린다. 루카 매그노타는 고양이 학대와 살해에서 멈추지 않고 급기야 살인을 하기에 이른다. 루카 매그노타의 믿기 힘들고 믿기 싫은 살인 사건은, 그의 바람대로(?) 전 세계에 특종감으로 퍼진다. 그는 즉시 악명 높은 '유명인'이 된다. 이후 언론에서는 그의 엽기적인 범죄 행각을 대서특필로 보도했다. 물론 불행한 가정 환경에 놓여있었던 그의 유년 시절과 배우와 모델을 꿈꿨지만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았던 그의 20대도 빼놓지 않았다. 루카 매그노타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되었는데 프랑스로 도주했던 그가 캐나다로 이송될 때 토론토 공항엔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관심을 갈구하던 나르시시스트 루카 매그노타는 언론에 노출된 그 상황을 즐기는 듯 카메라 앞에서 태연해보였다. 누군가는 이렇게 참혹하고 엽기적인 살인 사건을 다루는 다큐를 제작한 이유에 대해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다큐는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진짜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던진다. 루카 매그노타로 하여금 믿을 수 없는 살인 행각을 하게 하기까지, 그의 범죄에 분노하며 격렬한 반응을 보인 대중과 언론들이 가장 큰 도움을 준 게 아닐까 하는 반문 말이다. 루카 매그노타는 자신에게 심취해있었고, 끔찍한 범죄를 통해서라도 유명해지고 싶어했다. 학대와 불우로 점철된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극악으로 치달은 성격적 결함과 그의 관종끼를 충만하게 만드는 소셜 미디어의 관심이 루카 매그노타의 괴물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게 아닌가라는 합리적 의심 말이다. 



“그는(루카 매그노타) 영화 놀이를 했어요. 

그리고 자신이 그 영화의 주인공이었죠. 

또한 세상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했어요.”



   청와대 국민청원에 청원하던 모두의 염원대로 드디어 우리는 ‘박사’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 앞에 선 조주빈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 손석희  사장님, 윤장현 시장님, 김웅 기자님 등 저에게 피해를 입은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멈출 수 없던 악마의 삶을 멈춰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먼저 조주빈은 여성 피해자에 대한 사과 없이 피해자를 손석희와 윤장현, 김웅으로 한정해 답변하였다. 이 말에서 볼 수 있듯이 조주빈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번이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 생각했기 때문에 더욱 주목받고 (자신이) 돋보일 수 있는 대상을 같이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 사람은 그동안 피해자들이 자신에게 복종하고 언론이 한 마디라도 더 끌어내려고 애걸복걸하는 과정에서 자존감이 고양된 상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자의식이 굉장히 부족한 사람인 것 같은데 마치 자신이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더욱 과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본인 스스로를 악마라고 표현했다.  ‘자칭 악마’ 조주빈의 발언에 대중들은 경악했다. 아마도 조주빈은 스스로 악마이길 원한 듯하다. 조주빈은 올 초 SBS ‘궁금한 이야기 Y’ 제작진과의 텔레그램 대화 말미, “PD님이 보기에 저는 악마입니까?”라고 물었다. 또 검거 직전  박사방에 남긴 유서에서도 ‘악마는 갑니다’라며 자신을 악마로 표현했다.

아마 조주빈 역시 루카 매그노타처럼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악마의 사전적 정의는 신에 대립하여 존재하는 악(惡)을 인격화하여 이르는 말로, 피해자들을 ‘노예’로 칭하며 그들을 통제하고 우위에 서고 싶어했던 조주빈의 욕구를 알 수 있는 단어이다. 이런 그에게 언론은 조주빈이 원하는 것을 해주었다. 언론은 그가 대중앞에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대중들의 관심을 받게 하였고, 그에게 ‘악마의 삶’을 과시할 수 있는 권력을 쥐어주었다. ‘자칭 악마’ 조주빈에게 그가 원하는 것을 이뤄준 셈이다. 


  ’n번방 사건’이 보도된 이후, 각종 언론에서는 조주빈을 ‘악마’, ‘괴물’로 표현하고 있다. 심지어 그의 나이, 출신 학교, 봉사 활동 등을 단독으로 보도하며 범죄자의 일대기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최근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조주빈이 쓴 글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방송했는데  전문가들은 조주빈의 글을 읽고 그를 경제와 암호화폐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40대의 남성으로 파악했다. 조주빈은 전문가들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러한 언론 보도로 조주빈은 범죄에 능한, 대담한 성격을 지닌 사람으로 비춰질 수 있다. 실제로 끔찍한 범죄를 보도하는 기사에 종종 범죄자를 미화하거나 영웅시하는 댓글들을 볼 수 있다. 


  또 폭력적인 아버지와 어린 자식을 버리고 떠난 매정한 어머니라는 조주빈의  불우한 가정환경도 연이어 보도되고 있다. 누가 그에게 서사를 부여하였는가? 서사가 있는 악마는 위험하다. 안타까운 가정환경은 그의 범죄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 이러한 보도는 성범죄를 관대하고 정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만 만들 뿐이다. 


  언론노조는 흉악범을 ‘악마’, ‘짐승’, ‘늑대’ 등 비정상적 존재로 여겨 행위를 축소하거나 타자화 해 예외적인 사건으로 인식하게 한다며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밝혔다. ‘성 노리개’, ‘씻을 수 없는 상처’ 등의 표현은 성폭력 피해를 ‘순결 훼손·회복이 불가능한 수치스러운 일’로 잘못 인식하게 하거나 피해자를 물건 취급함으로써 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에 대해 공감할 수 없게 한다며, 해당 표현을 사용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성범죄는 비정상적인 특정인에 의한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온라인 성 착취 네트워크를 끝장내려면 조주빈이 평범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강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루카가 원한 걸 해준 것 같아요. 

 더 나아가야 했을 정도로 우리가 자기애를 충족시켜 줬을까요?

그리고 그에게 방송 시간을 정말로 더 늘려주고 싶은 걸까요?

우리는 괴물에게 먹이를 준 걸까요 아니면 괴물을 만든 걸까요?

 그리고 당신.

 루카 매그노타에 대한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바로 당신. 

당신은 공범인가요?”



 글을 쓰면서도 ‘조주빈’, '루카 매그노타'라는 이름과 그가 행한 범죄와 그 모든 걸 담은 기사와 다큐멘터리를 언급하면 할수록, 우리가 그들이 원하는대로 해주는 것은 아닌지 반문해본다. 언론은 범죄자를 ‘악마’화 하여 보도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하며 범죄 내용과 관련 없는 범죄자의 가정 환경과 개인 신상을 보도하지만 그 일은 검찰과 경찰 그리고 범죄 전문가의 소관일 뿐이다. 우리는 그가 궁금하지 않고 그가 받을 처벌만이 궁금하다. 그의 범죄가 속속들이 밝혀질 것인지가 궁금하다. 만약 조주빈이 다시 본인이 악마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해주고 싶다. 당신은 그저 비열한 범죄자일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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