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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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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563회 작성일 20-04-08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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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

감독: 스파이크 존즈

 

   "사랑하는 크리스.. 당신이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를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을까. 그 작은 아파트에서 누웠던 밤. 그때 난, 마치 무언가 커다란 세상의 일부로 변한 것 같았어. 그날 이전에 난 마치 세상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살아왔지. 그런데 그때 밝은 빛이 나를 깨운 거야. 그 빛은 바로 당신이었어. 당신과 결혼한 지50년이라는 걸 믿을 수 없어. 지금까지 매일 당신은 그때 그 소녀 같아. 우린 함께 긴 여행을 떠났던 거야.. 우리의 50번째 결혼기념일을 축하해.”

당신의 영원한 친구, 로레타


   이 편지는 로레타가 쓴 것이 아니다. 이 로맨틱한 문장들은 편지를 대필해주는 작가 ‘테오도르’의 작품이다. 둘 사이의 50년의 세월을 모두 다 아는 사람처럼 이해하며 감동을 전한다. 그는 동료의 칭찬을 받지만 이렇게 얘기한다. “고마워 파울, 근데 이건 그냥 편지일 뿐이야.” 테오도르는 타인의 감정을 잘 읽고, 그 감정을 전달하기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여 편지를 쓴다. 보통 편지의 내용은 진심을 전하는 행복하고 감동적인 이야기지만 너무 대조적이게도 그의 삶은 팍팍하기만 하다. 1년이 넘도록 그는 이혼의 과정을 겪고 있다. 그는 전 아내 ‘캐서린’을 정리해내지 못하고 있다. 서류에 사인만을 남겨두고 있지만 아직 그 마지막 과정을 앞두고 도무지 자신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지만 자신의 진심은 보여주기 무서워한다. 진심을 알고싶은것과는 별개로 가끔은 그들의 진심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때때로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타인의 진심을 받는다. 그때 우리는 솔직할 수 없다. 내 솔직한 감정이 타인에게 상처가 될까 걱정한다. 어쩔 수 없이 상대방의 감정을 고려하여 내 감정이 재생성된다. 하지만 그 감정은 이미 진심이 아니게 되어버리고 그 찰나의 망설임을 상대방이 모를 리 없다. 결국 상대방은 내가 진심인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마찬가지로 상대방도 내게 더이상 진심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서로 상처받기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상대방이 상처받을 것을 두려워해 내 진심을 전할 수 없는 것이야말로 위선의 시작이다. 이런 작은 망설임이 보통 인간관계를 곪게 한다. 테오도르와 캐서린도 마찬가지였다.

 

테오도르는 사람 간의 관계에 더는 자신이 없었다. 때로는 진짜 감정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갑자기 이미 이 세상의 대부분의 감정은 느껴보았다며 염세주의적인 사람이 되어버리기도 한다. 이렇게도 고독한 그가 다시 세상의 온기를 느낄 수 있을까? 그에게 찾아왔던 것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이었다. 실체가 보이지 않아 부끄러울 게 없다고 생각한 탓인지는 모르겠다. 인공지능 운영체제인 ‘사만다’는 확실히 그의 모난 마음을 녹여주었다. 테오도르는 점점 건강하게 대화한다. 사만다뿐만이 아니라 동료, 이웃과도 감정을 공유한다. 엄청난 연산량 덕분에 사만다가 24시간 그의 말에 귀 기울이며 반응할 수 있었던 것도 한 몫 했다. 사만다는 그에게 어느 것도 바라지 않으며, 그의 진심을 의심하지도 않았으며 마음을 떠보지도 않았다. 그렇게 그는 진심 어린 사만다를 통해 자신의 감정 역시 진심으로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이윽고 전 아내 캐서린에게도 편지를 보낸다.

 

캐서린에게.

   여기 앉아서 나는 계속 당신에게 사과하고 싶은 일들에 관해 생각하고 있어. 우리가 서로에게 줬던 고통들에 대해서... 내가 당신의 탓으로 돌렸던 모든 것들. 난 그저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한 거였는데. 난 앞으로도 늘 당신을 사랑할 거야. 우린 함께 자랐으니까. 그냥 네가 알아줬으면 좋겠어. 내 속에는 늘 네가 한 조각 있고, 그리고 난 그게 너무나 고마워.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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