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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 일상에서 찾아낸 꿈의 조각들 - 소이 (김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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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재중
댓글 0건 조회 5,839회 작성일 20-05-0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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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틀 : 일상에서 찾아낸 꿈의 조각들>. 책의 첫인상은 단순하지만 강렬했다. 아, 표현이 참 예쁘구나. 책을 써낸 작가는 소이, 본명은 김소연, 1세대 걸그룹 S.E.S로서의 데뷔를 앞두고 연습하다가 그만두고 현재는 배우와 작가 활동을 병행하는 중이다.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많았던 만큼 담을 수 있는, 그리고 담고 싶은 이야기 또한 많으리라.


나는 개인적으로 소설보다는 수필을 더 좋아한다. 그리고 특정 스토리를 풀어내는 것보다는 옴니버스 (Omnibus,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모아 하나의 작품으로 풀어내는 구성) 형식으로 구성된 책이 더 좋다. 사람의 삶이란 연속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매 시간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것을 경험하고, 다른 감정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오늘 기쁜 일이 있었다면, 내일은 슬픈 일을 맞닥뜨릴 수도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시간 속에 조용히 희석되고, 바래지고, 그 빈 자리를 또 새로운 세상이 채우게 된다. 어느 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모든 순간이 사실을 꽃봉오리였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가도 다시 현재로 돌아와 또 다른 치열한 하루를 만난다.


이 책에서도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의 매력이 물씬 풍겼다. 라디오를 틀었다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가 나오는 것에 좋아하다가 그대로 침대에서 잠이 드는 하루. 술에 취해 ‘전 남친’에게 다시 만나보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가 아무 답장을 못 받고 우울감에 젖는 하루. 무료함을 참지 못하고 이웃 나라(아마 일본이나 중국을 말하는 것 같다)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비행기 표를 구매해서 충동적으로 해외에 나갔다 왔던 에피소드까지. 우울함과 행복함과 그리움 등의 감정이 한 책에 모두 들어있는, 그래서 느껴지는 정서적 묵직함. 그 중에 가장 내 눈을 사로잡았던 일화 하나를 여기에 간략하게나마 풀어놓고 싶다.


작가는 자신의 장례식을 미리 기획해놓았다고 한다. 먼저 자신의 장례식은 축제였으면 한단다. 개신교 신자이며 천국을 믿는 자신에게 장례식이란 애도의 기간이 아닌 축복의 기간이며, 또한 더 나은 곳에서 더 좋은 삶을 시작하는 여정이라고 믿는다는 말과 함께. 그리고 드레스 코드. 절대 검은색은 입으면 안된다. 자신이 여름에 생을 마감했다면 그에 맞는 티셔츠를, 겨울이라면 스웨터를 입고 와야 한다. 그리고 장례식장 한가운데에는 단상과 오픈 마이크를 설치한다. 그 곳에서 음악인이라면 자신을 떠올리는 노래를, 화가라면 자신을 위한 그림을 그려줬으면 좋겠다고. 사람이 없을때는 음악을 반드시 틀어달라고 한다. 아침 첫곡은 무조건, 비틀즈의 <Here, There and Everywhere>으로 고정이다. 작은 댄스 플로어도 만들어주고, 자신을 떠올리며 몸을 자유롭게 움직여주었으면 한다. 눈물은 가능하면 흘리지 말되, 울었다면 그만큼 웃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것은 축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면서.


문득 최근에 참여했던, 학생회 선배의 결혼식이 떠올랐다. 정말 신선했던 결혼식이었지. 우리가 흔히들 생각하는, 예식장에서 신랑, 신부가 행진하고 서로 서약을 나누는 ‘정통’ 결혼식은 정말로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끝났다. 진짜는 당일 저녁에 있었던 이벤트이다. 어은동에 있는 G-tree라는, 음악인들이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를 설치해놓은 맥주펍을 통째로 빌려다가 자신의 지인을 모두 초빙해서, 그리고 가야금, 아카펠라, 합창, 기타 연주 등 공연을 하고 싶은 팀을 따로 섭외해서 미니 콘서트를 진행한 것이다. 결혼식은 자신들 두 사람만이 축복받는 자리가 아닌, 모두에게 즐거운 축제로, 그리고 자신들의 새 출발을 당당하게 축하받고 싶은 자리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기획한 것이다. 나중에 나도 저런 이벤트를 진행해봐야겠다. 아, 물론 그러려면 결혼부터 해야겠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고단했던 대학원 생활을 맞닥뜨리면서도, 지금까지 해왔던 취미들. 그리고 비록 일주일에 한 번, 1시간이지만 최근에 시작한 성악 레슨. 이 모든 것에 실날같은 끈을 달아서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는 이유는 단순하지만 어려운 이유다. 인생에 살을 채워넣고 싶어서. 그리고 혹시라도,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할 때 에세이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희미한 꿈을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어쩌면 한 달에 한 번, 글을 쓰는 이 순간이 아무리 바쁠 때라도 내심 반갑게 다가왔던 이유도 그래서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제목을 빌려 표현하면, 일상에서 찾아낸 꿈의 조각들이 알알이 박혀서 그 무게가 제법 묵직한 삶을 살아보고 싶다. 무사히 박사를 졸업하고 나서는, 정말로 그렇게 살고 싶다. 그렇게 할 것이다.


“현실에 쩔쩔맬지언정 꿈꾸는 것을 멈추지 맙시다.”

- 책 말미에 작가가 작게 적어놓은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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