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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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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659회 작성일 20-02-03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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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커플링

탈레스 S. 테이셰이라 저

 



   미국의 초대형 가전유통업체 베스트바이 매장 안 사람들은 거대한 벽걸이 TV 앞에서 감탄사를 연발하고, 인텔 펜티엄 프로세서를 탑재한 삼성 신형 노트북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런 뒤 꺼내든 것은 지갑이 아닌 스마트폰이었다. 그들은 익숙한 듯 가격비교 앱이나 아마존 사이트를 열어 가격을 확인하고는 사라졌다. 이는 쇼루밍(showrooming)이라 불리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제품 확인만 하고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실제 구매를 하는 쇼핑 행태다. 소비자들의 쇼루밍은 베스트바이뿐 아니라 월마트, 토이저러스, 메이시스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을 단순 전시장으로 전락시켰다.

 

   구글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 10명 중 6명이 오프라인 매장 안에서 구매 정보를 얻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 같은 쇼루밍 현상은 언뜻 오프라인 소매점만의 문제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디어, 통신, 금융에서 숙박업, 운수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전 분야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런 위기가 왜 생겼는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점이다. 베스트바이를 비롯한 거대 기업들의 위기 패턴은 놀랍도록 유사하다. 넷플릭스와 유튜브의 파괴력에 직면한 컴캐스트와 전 세계의 방송국, 스카이프의 위협을 받는 AT&T, 에어비앤비와 우버의 운송 서비스 앞에서 고전하는 제너럴모터스 등은 모두 같은 선상에 있다.

 

   저자가 말하는 신생 기업들의 공격에 존재하는 공통되는 패턴은 바로 디커플링(decoupling)이었다. 디커플링은 말 그대로 분리하기, 끊어내기이다. 다시 말해 고객 가치사슬(Customer Value Chain, CVC) 중 일부를 분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마존은 TV를 구입하려는 고객의 ‘검색-구입-사용’ 활동에서 ‘구입’ 단계만 낚아챘다. 우버는 자동차 구매 시 ‘검색-구입-유지-사용-폐기’ 활동에서 차를 고르고 구입하고 유지하고 폐기하는 번거로움을 통째 없애고 오직 ‘사용’ 단계만을 제공한다. 넷플릭스는 인터넷을 연결하고 접속하는 등의 기존 단계는 그대로 두고 ‘영상 시청하기’ 단계만 공략해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거대 기업들이 기술과 제품에만 집중할 때 잽싼 신생 기업들은 고객에, 그리고 고객이 불편해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집중했다.

 

   가속화된 인터넷 시대에서 누구나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폰까지,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당연 새로운 기술의 혁신과 상용화로 가능한 것이라 당연히 생각했었다. 에어비앤비, 넷플릭스 등을 보며,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걸 알았지만 이들의 공통점을 도출해내는 건 생각지도 못했다. 이와 더불어 이 책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바는 단순하다. 오늘날의 대부분의 파괴를 자행하는 주체는 신기술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파괴자는 소비자다. 따라서 기존 기업들은 기술이 아닌 다른 종류의 혁신에 힘써야 함을 역설한다. 기술적 혁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의 변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디커플링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두 가지 측면에서 기술 혁신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라고 주장한다. 첫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고객에게 비싸고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하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더 빨리 확산된다는 것이다. 특정 기술이 결과적으로 파괴적이 될지, 지속적이 될지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궁극적으로 기술은 많은 고객들이 그 기술을 소유하기 위해 돈을 지불할 때에만 시장을 파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거의 모든 경우에 기술 혁신 추구는 대체로 기업의 통제에 따라 결정이 내려진다는 점이다. 반면 비즈니스 모델 혁신은 기존의 거대 기업들이 행사할 수 있는 통제력이 훨씬 작다. 이 경우 디커플러는 바로 소비자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범주에 있는 제품을 꼭 구입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할지 말지 결정하는 주체는 결국 소비자이며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업 경영진의 권한 밖의 일이다.

 

   시장에 파괴적 혼란을 가지고 오는 것은 신기술로 무장한 기업도 체계적 유통망을 보유한 거대 기업도 아닌 새로운 흐름에 탑승하여 진화하고 있는 고객, 소비자였다는 것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을 내가 흥미롭게 읽은 이유는 내가 미래에 창업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어서도 당장 몇 년 후 취직하게 될 회사에서 잘 나가기 위함도 아니다. 나의 지금 사고방식에 크나 큰 혼란을 야기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연구를 함에 있어 무엇인가 새로운 기술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을 희망한다. 우리가 희망하는 이유는 대중들이 희망할 것이라는 착각 아닌 착각을 하고 있어서는 아닐까.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 습관처럼 넷플릭스에 접속하여 재밌는 영화나 드라마를 찾고 있지만 나는 과연 내가 불과 1년 전만 해도 알지도 못하던 앱에 어떻게 내 잠자리를 맡기게 되었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소름이 돋지 않는가? 어느새 내 삶 깊숙이 침투한 이 녀석은 그리 대단한 기술도, 엄청난 혁신에서 비롯된 녀석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매월 꼬박꼬박 상납금을 지불하며 내일 밤 잠자리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기를 부탁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업으로 삼는 그 모든 것을 구동하는 모터는 바로 최종 소비자의 가치 사슬을 꿰차고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만 내가, 나를 포함하는 구성체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고 성공할 수 있다. 오늘부터 내 사고 방식은 이 책으로 인해 완벽하게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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