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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책 - 이소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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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지희
댓글 0건 조회 5,885회 작성일 20-02-0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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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책

이소영 저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식물의 책을 읽었다. 식물세밀화라고 하면 자주 쓰는 말이 아니라 조금 어색한데 식물의 형태를 관찰하여 그린 그림이다. 새로운 종이 발견되거나 연구를 통해 신품종을 육성하였을 때 그것을 소개하려는 의도로 그리고 그 자체로 아름다워 상품 디자인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책의 저자 이소영 씨는 우리 주변의 식물을 소개하는 팟캐스트 '이소영의 식물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는데 그 이야기들을 묶어 이 책으로 출판하였다.

 

책표지의 식물 그림이 예뻐서 일단 집었는데 나는 식물을 잘 몰라 책을 읽기 어렵지 않을까 했다. 그러나 책의 부제인 '도시 식물 이야기'처럼 도시에 사는 우리들에게 친숙한 식물을 다룬다. 포도, 토마토, 블루베리 등 먹을 수 있는 식물과 동백나무, 은행나무, 무궁화 등 오래전부터 친숙한 식물 등 대부분이 아는 식물이라 읽기에 어렵지 않았다. 또한 식물들은 익숙한데 우리에게 익숙한 식물이라도 모르는 것이 많아 읽어가며 알게 되는 것이 많았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식물인 개나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존재하는 종이다. 어릴 때부터 “나리 나리 개나리~ 입에 따다 물고요~” 라는 동요를 흥얼거리며 자랐기에 그 식물에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고유한 식물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자생 식물 미선나무는 뜬금없이 Abeliophyllum distichum Nakai라는 학명을 갖고 있다. 일제강점기 중 일본의 식물학자 ‘나카이’에 의해 발표된 식물이라 그렇다. 우리나라에 주로 분포하는 식물 중 일본 이름이 붙은 학명인 것이 많아 안타까웠다. 또한 튤립이나 바닐라는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이나 마다가스카르의 바닐라 전쟁 등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하였다. 제비꽃은 '폐쇄화'라고 하여 꽃이 피지 않은 채로 스스로 수분해서 열매를 맺을 수 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식물 세밀화와 함께 식물에 대한 이야기들을 만나는 것이 재미있었다.

 

글을 읽으면 작가의 시선이 보인다. 그 사람이 쓴 글을 읽는 것만으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이겠구나 느낄 수 있는 것이 신기하다. 이 책의 저자는 우리가 매일 보고도 지나치는 식물을 자세히 살펴보고 꽃, 열매뿐만 아니라 이파리와 뿌리까지도 세심하게 관찰하여 그렸다. 나는 화려한 꽃과 예쁜 열매에 집중하게 되는데, 작가는 모든 부분을 공평하게 그린다. 계속 바라보고 궁금해한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 글 사이에 식물에 대한 사랑이 느껴졌다. 내가 읽고 뜨끔했던 부분을 한 단락 소개한다.

 

보통 식물을 사러 오시는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식물을 키우고는 싶은데, 자꾸 죽더라고요. 어떤 식물이 잘 죽지 않나요?" "물을 자주 주지 않아도 괜찮은 식물을 추천해 주세요." "신경을 많이 안 써도 잘 자라는 식물은 어떤 거예요?" 그 다음엔 기능적인 부분을 묻습니다. "이 식물은 공기 정화 효과가 있나요?" "꽃의 향기는 좋은가요?" "이 식물은 먹을 수 있나요?" 결국 사람들은 별로 주지 않으면서도 많이 받을 수 있는 식물을 원하는 것 같아요. 바로 그것이 현재 우리 인간이 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일 거고요.

  • p. 104

 

저 질문들이 한치도 틀리지 않고 내가 식물을 대할 때 했던 말이었다. 식물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식물을 먹거나 가공해서 먹는 것은 물론이며 주변 환경을 꾸미는데도 큰 역할을 한다. 아파트 단지에는 잔디밭이 있고 봄에는 벚꽃놀이를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간다. 책에서 언급했듯이 향으로 즐기거나 약으로 사용하는 식물들도 많다. 하지만 식물들은 포커스에 벗어나 있어서 보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기만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이름을 알고 나름 좋아하는 식물인데도 정작 그 식물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다는 미안함을 느꼈다.

 

책을 읽는 내내 엄마랑 등산하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식물을 잘 모르고 자세히 살펴보며 다니는 사람도 아니지만 우리 엄마는 식물을 사랑하신다. 엄마랑 같이 등산을 가면 엄마는 내가 지나치는 나무들, 풀들, 꽃들, 열매들을 항상 감탄한다. 향기도 맡아보고, 어렸을 때 먹었던 열매들을 추억하고 나에게 이야기해준다. 그럼 나는 정상을 향해 오르던 걸음을 멈추고 한번씩 가까이 본다. 내가 빠르게 가느라 놓치고 있던 것들. 그래서 나는 엄마랑 하는 등산이 좋고, 이 책도 좋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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