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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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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964회 작성일 20-02-07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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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영화를 한 편 보았다. 평소에 전쟁영화는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영화를 계속해서 찾아보다가 시간이 맞는 영화가 한 편 밖에 없어 ‘미드웨이’ 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세계 2 차 대전 중 미국과 일본과의 전쟁이 벌어졌던 태평양 전쟁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가져온 전투라는 미드웨이 전투를 영상화 한 영화였다. 여느 전쟁 영화와 마찬가지로, 사실을 서술하는 다큐멘터리 적인 요소가 강한 영화였다.


1942년 6월 진주만 공습을 통해 성공적으로 미국 해군의 전력을 약화시킨 일본 해군은, 추가적으로 태평양 지역 미군 기지들을 공략하려고 하지만, 미국과의 전쟁에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던 육군의 의견에 밀려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진주만 공습에 충격을 입었던 미국이 반격으로 도쿄를 폭격하자, 일본 군대는 미국 함대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 이른다. 일본은 미드웨이 라는 태평양에 위치한 미국 기지를 폭격하고 전함과 항공모함을 파괴시키기로 결정하고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들을 비밀리에 해 나간다.


1942년 6월 4일 새벽, 섬으로 진격하고 있던 일본 함대에서 제로센, 급강하 폭격기, 뇌격기로 이루어진 전투기들이 출격한다. 전투기들은 미리 준비했던 대로 미드웨이 섬의 목표물들에 하나하나 폭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일본군은 곧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 시작했다. 활주로를 메우고 있어야 할 미군의 전투기들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일본군의 전투기가 출격한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의 정찰기는 미드웨이로 향하는 일본군 전투기를 발견한다. 미드웨이 해전이 일어나기 전, 괴짜였던 로슈포드 중령은 그가 데리고 있던 암호해독팀과 함께 일본의 다음 타겟이 미드웨이라는 것을 도청과 암호 해독으로 알아낸다. 추가적인 암호해독으로, 미드웨이를 공격할 전투기들이 발진할 항공모함의 위치역시 대략적으로 알아내는 성과를 거둔다. 자신들이 미드웨이를 공격할 것이라는 것을 미군이 알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 일본은, 주변에 숨겨져 배치되어 있던 미국의 항공모함이 자신들을 겨냥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군의 항공모함들에서 출발했던 뇌격대와 급강하 전투기들이 일본의 항공모함과 전함들 위 상공에 나타난다. 정보를 알고 함정을 파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미국의 뇌격대 조종사들은 잘 훈련받지 못한 신참들이었으며 미국의 어뢰의 수준은 한심한 수준이었기 때문에 일본 전함의 대공포와 잘 훈련된 일본 조종사들이 조종하신 제로센에 대부분 전멸되기에 이른다. 하지만 이 때, 전황을 뒤바꿔 놓을 반전이 발생한다. 미국 전투기들이 일본군의 항공모함 위에서 격추당하고 있을 시간, 유능하고 잘 훈련받은 조종사들로 이루어져 있던 엔터프라이즈 항공모함 소속 제6급강하 폭격대대는 태평양 상공에서 위치를 잃어버리고 헤메고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로 전장으로 향하는 일본의 구축함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항공모함의 위치를 발견한 급강하 전투기들은 능숙한 급강하 실력으로 항공모함에 폭격을 가하게 되고, 4대의 항공모함 중 3대의 항공모함을 격추시키는 엄청난 성과를 이룬다.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가져가며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것이 전쟁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류의 기술과 지식에 드라마틱한 진보를 가져오는 것 역시 전쟁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다. 어떤 것으로도 설명할 수 없는 목표 - 누군가에게는 독보적인 통치자가 되겠다는 것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목숨을 혹은 더 소중한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인간의 능력의 한계를 극한으로 끌어 올리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투의 단면들을 깊숙히 들어가 보면 발전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단편적으로, 이 전투에서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첫번째 이유는 일본군이 미드웨이를 침공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첫번째로는 유능하고 열정적인 사람이 있었기 때문이며, 그것보다 더 중요했던 것은 유능하고 열정적이었지만 괴짜여서 전임 상관들에게 무시당했던 이 사람을 믿어줬던 사령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로슈포드 대령은 인간관계가 어려운 괴짜로 나오며, 그 팀 사람들 역시 전문적인 암호학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군악대에서 할일이 없는 사람들이 차출되어 나온 사람들로 나온다. 그랬기 때문에 전임 사령관은 그 사람의 정보능력을 믿지 않았지만, 새로 부임한 니미츠 장군은 그를 신뢰한다. 사람을 호감도나 자신과 친한정도로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진가를 믿고 꿰뚫어 보는 능력, 그 능력이 미드웨이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른 또 하나의 이유는 잘 훈련되고 경험많은 병사들이었다. 그들은 전혀 항공모함에 타격을 주지 못했던 먼저 도착한 미군 전투기들과는 다르게 숙련된 급강하 실력으로 완벽한 급강하 폭격을 선보였으며, 2개 대대 만으로도 3척의 항공모함을 완파 시키는 놀라운 전투력을 보여준다. 준비된 실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셀 수 없는 요인들이 작용하는 것이 전투의 승패라고 하지만, 특히 미드웨이 해전에서는 미국쪽으로 여러 가지로 많은 운이 따라 주었다. 태평양 바다 위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제6급강하 폭격대의 맥클러스키 소령이 전장으로 향하는 구축함을 발견한 것이나 일본군 항공모함이 대지공 타겟으로 급하게 무기들을 전환하느라 폭격을 당할 때 항공모함 곧곧에 폭탄이 널려있었던 것들은 어떻게 보면 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요소들을 것이다. 하지만, 천재지변을 제외한 이러한 운들은 사실은 인간의 사고를 능동적이고 융통성있게 바꿀 수 있는 능력, 그리고 결단력 등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들은 경험과 축적된 지식에서 나올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전쟁에서 전투를 승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처럼 직접적인 전쟁이 없더라도 끊임없이 계속되는 현실과의 전쟁에서 살아남기에도 필요한 것들이다.


다시 영화에 대한 감상으로 돌아가보면, 영화는 꽤나 재미있었다. 전쟁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에 전투씬을 영화관에서처럼 큰 화면으로 본 것은 처음이어서, 수많은 전투기들이 공중전을 하고 항공모함에 폭격을 할 때는 심장이 두근두근하는게 느껴지기도 했다. 화려한 전투씬 외에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으라면 마지막에 일본군 항공모함이 모두 침몰하였을 때 일본군 장수들이 다른 배로 도망갈 수 있으면서도 조국의 명예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배와 함께 침몰하는 나름 멋있게? 포장한 장면이었다. 그들의 죽음은 그 시간 그 장소에서 그것을 바라보는 일본군 에게는 위대한 죽음으로 비췄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식민역사에 대한 좋지 않은 시선을 가지고 있는 나를 포함한 한국인들에게는 자극적이고 눈쌀이 찌뿌려 지는모습으로 비출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듯 인간은 자신이 처한 환경과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색안경을 만들어 내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본다. 이러한 인간들이 모여있는 사회라는 곳에, 지구촌이라는 세상에, 공통적인 정의를 내세울 수 있을까.


오랜만에 본 영화는 이렇게 많은 생각의 잔상들을 남겼다. 매번 비슷한 내용의 논문이나 그래프만 보다가 하는 이러한 일탈은 오히려 나의 뇌에 더 많은 역동성을 가져다 준다. 바라기는 내가 하고 있는 전공 분야 뿐만이 아니라 인문학과 철학적인 부분에서도 좀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쌓을 수 있어서, 정의와 인류, 인생과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는데에 좀 더 확신을 가지고 풍부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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