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공간들 - 윤광준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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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공간들
윤광준 저
한달에 한번 독후감을 작성하면서 가장 신중한 시간은 책을 고르는 순간이다. 흥미로운 주제로 기왕이면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고르지만 그 중에서도 내가 잘 모르고, 이전에 읽어보지 않은 분야에 대한 책을 선택하려고 한다.
이 책은 건축과 공간에 대한 책이다. 하지만 내가 가기 어려운 그런 공간에 대한 책이 아니다. 멀리 유럽의 성당이나 뉴욕의 박물관에 관한 책이 아니라 우리 근처의 삶 속 공간에 대해서 경험하고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한 장소중에 공교롭게도 내가 유일하게 가본 공간이 하남 스타필드 였는데, 그저 단순한 넓은 쇼핑몰이라고 생각했던 나와는 달리 저자는 마치 예술 작품을 감상하듯이 공간에 대한 감상을 그려냈다. 그리고 목차를 보았을 때 이 책에서 다룬 20여개의 공간들이 모두 우리나라의 사례라 마음에 들었다. 한 공간에 국한되지 않고 미술관, 정원, 지하철역, 쇼핑몰, 카페, 호텔, 심지어 화장실까지 다양한 공간에 대해 말하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이 책에서 특히 재미있던 부분은 원래 그 용도로 만들어진 건물 말고 용도가 변경되거나 새로운 용도를 갖게 되는 건물들이었다. 예를 들면 녹사평역은 원래 서울 시청 이전을 전제로 지하철 11호선의 환승역으로 계획되었는데 계획이 변경되며 역의 용도도 사라졌다. 처음의 설계를 반영해 완성했지만 이용객 수에 비해 역사가 크다. 돔형 아트리움이 설치된 국내 유일의 지하철역이라고 한다. 두 정거장 떨어진 곳에 내가 자주 가는 한강진역이 있어 자주 지나다니는 역이었는데 한번도 내려 본적은 없는 역이었다. 이 역에 대한 이야기를 알고 나니, 다음에 한강진역에 갈 때는 두 정거장 먼저 녹사평역에서 내려보고 싶었다. 역을 찬찬히 보고, 감상하고 저자가 이야기했던 녹사평역의 빛과 자연의 콜라보와, 그에 맞춰 설계되었다던 설치미술을 보고 싶었다.
부산의 복합문화공간 F1963은 원래 고려제강의 공장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름도 공장(Factory)의 F, 공장의 완공 연도인 1963을 따서 지었다. 오래된 공장을 부산 비엔날레 때 전시회장으로 쓰고 그 가능성을 눈여겨 보아 원래의 구조를 살려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보수하여 개장하였다. 그 외에도 오래된 건물의 멋을 살려 보수하고 새로운 공간으로 꾸민 건물들이 여러 곳 나오는데 그냥 지나치던 곳에 그런 역사가 깃들어 있구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오래된 건물을 없애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그 역사를 품고 새롭게 덧붙여 공간을 만드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공간과 건축에 대한 생각이 새로웠다. 공간을 직접 가보고 그 공간을 거닐면서 드는 생각과 느끼는 감각들을 자세하게 묘사한 것이 좋았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있는 공간의 가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공간을 만든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곳을 이용하며 느낄 다양한 감각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았다. 바닥이나 천장, 조명, 테이블, 의자 등 모든 것을. 또한 건물 바깥의 자연과 조화되어 어울려야 한다. 외부의 풍경을 내부에서 즐길 수 있고 전체적인 자연 경광에 건물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혜안에 나도 생각나는 공간이 있어서 조금 덧붙여 이야길 하자면, 근래에 내가 갔던 새로운 공간 중에 제일 좋았던 공간은 KAIST 도서관이었다. 원래도 나는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KAIST 도서관은 유독 좋다. 겉에서 보기에 약간은 초밥(?)같은 독특한 모양새지만 그 건물 외관이 주변의 오리 연못과 나무들의 풍경과도 잘 어우러진다. 또한 들어서면 천장까지 뻗어있는 책장과 천장에서 비추는 햇빛이 구석구석 닿아 햇빛의 움직임에 따라 매시간이 새롭다. 천장의 삼각 피라미드가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을 연상시킨다. 열람실 안에도 창문이 많아 채광이 유독 좋다. 날이 맑으면 어디서든 햇살이 비춘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일상에서도 좋았던 공간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 공간이 왜 좋은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책을 읽는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이곳 장소 중 한곳을 실제로 가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밖을 돌아다니기 좋은 때가 아니어서 포기했다. 나중에 코로나19도 가라앉고 나들이할 철이 되면 가보려고 목차를 적어둔다.
-목차-
1부 일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공간
모든 전철역은 아름다워야 한다 - 녹사평역
눈앞의 것들을 새롭게 보이게 한다 - 앤트러사이트
오늘 하루만큼은 색깔을 듣고 바람을 만져라 - 씨마크 호텔
반복되는 삶이 특별하고 즐거워지는 순간 - 나의 화장실 순례기
2부 그곳에서 쇼핑을 하면 즐거운 이유
눈이 즐거운 곳에선 발걸음도 느려진다 - 스타필드
나는 오늘도 도서관에서 요리를 한다 -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반 가게 - 풍월당
욕심을 비우고 쉼을 채우니 더 좋더라 - 동춘175
3부 작품 말고도 볼 것이 많은 예술 공간
담장 없는 미술관이 도심을 포근히 감싸네 -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좋은 공간은 사람의 마음을 음악처럼 뒤흔드는 힘이 있다 - 롯데 콘서트홀
멋진 건축물 하나가 동네를 바꾼다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산꼭대기에서 물에 비친 미술관을 감상한다 - 뮤지엄 산
4부 개인 취향과 사회 가치가 제대로 구현된 곳
우리의 과거가 냄새로 기억되는 곳 - 부천아트벙커 B39
향나무는 나를 비밀 공간으로 데려간다 - 베어트리파크
화가의 살림집에는 숲이 펼쳐져 있다 - 죽설헌
도시의 자랑거리는 눈에 잘 보여야 한다 - 공평도시유적전시관
5부 보고 듣고 먹고 노는 사이에 안목은 자란다
형식과 내용이 사이좋은 공간이어라 - 보안1942
남산 회현동에서 오감이 즐거운 소풍을! - 피크닉
멈춘 공장에 예술은 숨을 불어넣고 - F1963
인생에 한번쯤은 누려도 좋을, 세상 어디에도 없는 - 오드 메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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