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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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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855회 작성일 20-03-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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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       테드 창

 

인류가 언제부터 시간을 시간이라 정의하였을까? 시간이란 개념은 탄생한 순간부터 우리에게 안정을 주는 존재이면서도 불안을 주는 존재가 되었다. 시간이 없다면 세상 대부분의 인과관계에 의미를 부여하기가 힘들다. 지금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겠지만 ‘언제’라는 것을 정의할 수 없다는 건 큰 불안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불안 덕분에 일찍이 시간이라는 개념을 고안했을 것이다. 이때부터 시간은 마치 셀 수 있는 개념처럼 여겨졌고, 그 이후엔 흐른다는 개념이 더해졌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흐른다는 속성 때문에 우리는 지나간 시간을 더는 붙잡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간은 두 가지 개념이 있다. ‘크로노스’는 어김없이 일정하게 흐르는 시간을 의미하며 ‘카이로스’는 기회와 때에 관한 시간이다. 카이로스 신은 앞머리는 길고 뒷머리는 대머리다. 앞머리가 긴 이유는 사람들이 붙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고, 뒷머리가 대머리인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 다시 붙잡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테드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는 우리가 만들어낸 개념에 우리 자신이 얼마나 생각이 갇혀 있는지에 대해 말한다. 그가 상상한 이 공상과학 소설집의 기본적인 전제는 우리가 만들어낸 인식의 체계에선 세상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이해하는 세계에선 시간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가며 찰나의 '지금'만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시간이라는 속성을 잘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인과관계에 의해 순차적인 의식을 가진다. 그에 따라 언어 역시 선형적으로 쓰여진다. 주어가 있다면 동사가 있고, 목적어가 있는 식이다.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 이 ‘언어’가 고도화된다면 우리가 시간을 인식하는 방법도 달라질까? 이런 상상력에서 출발한 이 공상 과학 소설은 우리 인식의 체계를 송두리째 흔든다.

 

세계 곳곳에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등장한다. 그들은 체경으로 덮여 있으며 지구를 향해 공격하지 않는다. 먼저 미군은 그들과의 의사소통을 위해 언어학자 뱅크스를 부른다. 그들과의 대화는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에 우리가 구강을 통해 내는 말을 그들은 소음 이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뱅크스는 언어와 같은 형태를 지닌 문자로 소통하려 애쓴다. 7개의 발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임시로 이름 붙인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 들은 문자의 형태를 만들어 보여준다.

 

헵타포드의 어순은 완전히 자유로웠고, 조건 서술문 안의 여러 구의 경우에도 마치 인간 언어의 보편성을 조롱이라도 하는 듯 별다른 우선순위가 존재하지 않았다.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문양에 대한 분석을 조금씩 해나가며 뱅크스는 이들의 언어에 감탄한다. 이들의 언어는 마치 시작과 끝이 없는 모습이었다. 주어와 동사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다. 마치 문장을 쓰기 전부터 완벽한 의미를 모두 다 이해하고, 원형의 문자에서 세세한 부분들을 변형하여 언어를 제작한다. 그녀는 빛이 가지는 최소 시간의 법칙을 떠올린다. 빛은 언제나 최소시간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로를 택한다. 즉, 광선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녀는 헵타포드의 언어를 번역하며, 인류가 볼 수 없는 미래를 그들은 이미 알고 있음을 눈치챈다.

 

미래를 아는 일이 정말로 가능한 것일까? 단지 추측하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아는 것이 가능할까? 물리학의 기본 법칙들은 시간 대칭적이며, 과거와 미래 사이에 물리적인 차이는 없다. 이론적으로는 맞다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대다수는 자유의지가 존재함을 근거로 내세워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이다. (중략) 자유의지의 존재는 우리가 미래를 알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우리는 직접적인 경험에 의해 자유의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의지란 의식의 본질적인 일부인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아는 경험을 할 수 없다. 이런 경험이 일종의 절박감을, 자기 자신이 하게 될 행동을 정확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불러일으킨다면?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그녀는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방식으로는 그들과 동일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 인류와 헵타포드가 맨 처음 자의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양쪽 모두 동일한 세계를 자각했지만 해석이 각자 달랐던 것이다. 인류가 순차적인 의식을 발달시킨 데 반해, 헵타포드는 동시적인 의식을 발달시켰다. 우리는 원인과 결과로 이 세상의 사건들을 지각하고, 헵타포드는 모든 사건을 한꺼번에 경험하고 그 근원에 깔린 목적을 지각하는 것이다. 헵타포드의 언어를 배우며 과거와 미래에 연결된 자신의 모습을 어렴풋이 느끼며 이 소설은 끝이 난다. 

 

정말 미래는 정해져있을까?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시간을 통제할 수 없는 형태로 정의 내렸다. 이 형태가 오묘한 것은 절망과 동시에 희망을 안겨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극히 사실로 믿고 있는 것이 두 가지가 있다면 1. 그래도 내일의 태양은 뜬다. 그리고 2. 미래는 알 수 없다. 가끔 오늘 하루가 힘들고 재수 없었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이미 지나간 하루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내일을 기대하며 잠을 청할 수 있다. 눈을 감았다 뜨면 거짓말처럼 새로운 하루가 우리에게 선물처럼 찾아온다. 비슷한 미래가 다시 또 찾아올것이라 믿는 것은 우리에게 큰 힘을 준다. 인류가 하루를 만들고, 하루를 모아 1달, 1년을 만든 이유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금 우리를 힘들게 하더라도 미래에는 더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대학 입시에 낙방하더라도 1년 뒤의 재시험을 기약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은 우리가 어찌할 수 없이 흘러가지만, 알 수 없는 미래가 오히려 더 기대되곤 한다. 시간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은 어쩌면 인류의 순차적인 의식이 빚어낸 멋진 유토피아가 아닐까 생각한다. 지나간 과거를 붙잡진 못하더라도 멋진 미래를 기대할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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