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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기도 아니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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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호석
댓글 0건 조회 606회 작성일 26-02-24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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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기도 아니 같기도

-로알드 호프만의「같기도 하고 아니 같기도 하고」를 읽고-

 

  

화학은, 물리과학과 생명과학 사이 그 어딘가를 다룬다.

그 어딘가에 있는 것들은 무한히 작지도, 무한히 크지도 아니하며 생명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일까. 화학은 종종 경계에 애매하게 위치한, 단조로운 학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중간 영역은 인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저자 로알드 호프만은 이 영역에서 물질의 성질을 넘어 인간과 사회를 이해하는, 단순하고도 창의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이 작품은, 분자 수준에서 관찰되는 세계가 그것을 탐구하는 과학자들의 내면만큼이나 복잡한 구조를 가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분자 세계를 움직이고 재구성하는 여러 이중성을 설명하며, 정체성, 변화와 안정, 창조와 발견, 드러남과 감춤과 같은 개념이 화학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보여준다.

결국 이 책에서의 핵심 전제는, 물질의 성질이 그것을 구성하는 원소의 종류가 아니라, 원소들이 형성하는 구조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다.

동일한 분자식은 동일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분자식은 구성 성분의 목록에 해당하지만, 실제 성질은 그 목록이 배열되는 방식에서 결정되지 않는가.

또한 화학에서 (화학뿐 아니라 모든 과학이 그럴 수 있지만) 모델은 실재 그 자체가 아니라, 실재를 설명하기 위해 설정된 표현 체계로 작동한다.

 

화학의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이해 방식은 흥미롭다.

우리가 떠올리는 사과는, 영양뿐 아니라 독에 의한 위험을 동시에 포함한다.

우리는 약을 복용할 때, 통증의 완화를 기대하면서도 동시에 부작용을 우려한다.

내일을 걱정하면서도 기대하는 우리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이러한 인간적 양가성은 실상 분자 세계 전반에 퍼져 있는 수많은 이중성 중 하나일 뿐이다.

 

인간은 동일한 생물학적 기반을 공유하지만, 각자는 경험과 환경이라는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형성된다.

우리는 고정된 본질(상수)이라기보다,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함수에 가깝다.

우리의 성질은 내부에 저장된 고정값이 아니라, 외부 세계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에 따라 실시간으로 계산되는 결과값인 셈이다.

 

 

양가성의 가능성

 

결국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우리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어제 물었던 과속 벌금은 당장의 하루를 망쳤을지언정, 내일의 나를 성장시키는 자극이 된다.

어제는 이미 지나간 결과일 뿐이지만, 오늘과 내일 또한 그 결과의 연장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진정한 양가성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아직 오지 않은 미래에 있다.

과거의 사건에 매몰되기보다 오늘과 내일 일어날 일들 속에서 이중적인 가능성을 발견해야 한다.

지금의 아픔이 내일의 약이 될 수 있는 이유는, 그 가치를 결정하는 키를 바로 '나의 시선'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화학이 가르쳐준 이중성의 미학처럼, 삶의 복잡함을 긍정하며 내일로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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