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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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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충선
댓글 0건 조회 5,581회 작성일 19-12-05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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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

임세원


정신과 의사로 탄탄대로의 길을 걸어오던 저자는 여느때와 같은 평범한 날 아침, 자신의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타는 듯한 고통이 반복적으로 가해지는 병을 가지게 된 그는, 처음에는 ‘조금 지나면 괜찮아 지겠지’ 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래 가지 않았고, 점점 더 심한 통증으로 인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내가 모르면 그것에 대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라고 자부할 정도의 베테랑 정신과 의사인 그는, 아이러니 하게도 환자들에게 종종 “선생님은 이 병을 몰라요” 라는 말을 듣곤 했다. 관련 분야의 지식으로는 누구에게도 뒤쳐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그는, 환자들에게 이런 말을 듣는 것이 굉장히 싫어했다.


죽을 것 같은 무기력함과 고통을 경험하고 나서야, 저자는 환자들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음을 깊이 깨닫는다. 정신의학적인 심리학적인 지식을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한들, 우울증을 가진 한 사람이 감당하고 있는 좌절감과 슬픔, 삶에 대한 무기력함은 어떤 지식이나 가이드로 해결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책이 끝날 때 까지 저자의 몸이 나아졌다던가 하는 기적적인 반전은 나오지 않는다. 책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저자의 몸은 고통속에서 발버둥친다. 하지만, 끝이 없는 고통 가운데서도 일말의 희망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저자는 그 희망을 과거를 잊고, 미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오늘의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 에서 찾는다. 또한, 자기 자신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향해 관심을 분산시키며, 스스로를 무너지게 내버려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내 주변에도 경한 우울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심각한 정도의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나 역시 심각한 정도의 우울감에 빠져 본 적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객관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우울감의 정도나 좌절감의 정도를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저자와 같이 탄탄대로를 걸어왔던 사람들에게는 그게 인생이 꺾이더라도 내재되 있는 자신감이 존재해 책에서 서술된 것처럼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단 한 번도 펴보지 못한 사람도, 주변에 아무도 의지할 사람이 없는 사람도 존재한다. 이들의 어려움과 좌절감을 그 누가 어떻게 단정할 수 있으며 위로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에게는 절대자의 존재가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도저히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도 의지할 수 없고 비빌 언덕이 없는 상황에서, 내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는 절대자의 존재는 세상을 살아가게 할 힘을 줄 수 있다.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는 그 이후에 문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산다는 것 자체에 회의를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삶을 살아가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은 그닥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삶을 지지할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영속적인 무언가. 세월이 지나도 가치가 변하지 않는 죽음 앞에서도 허무로 돌아가 버리지 않는 무언가. 이 무언가는 아마도 어느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아가페적인 사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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