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영화감상문)
페이지 정보

본문
'기생충'이라는 영화를 보고나서 느끼는 감정은 짜임새있고 재밌었지만 뭔가 모르게 불쾌한 감정이 들게끔 하는 영화였다. '실제로 이러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들게하면서도 실제 있을법하기도 한 이야기라서 더욱더 몰입해서 영화를 보았던 것 같다. 한국영화 100년 역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 (감독 봉준호)은 올 상반기 최고의 화제작이다. “계급 탐구의 명작”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국은 물론 전 세계 평단을 사로잡았단 영화 기생충. '계급' 에 초점을 두어 이 영화에 대해 말하보고자 한다.
반지하 집의 창문, 널려있는 빨래, 그 아래의 가족으로 이어지며, 영화 전체의 수직적인 이미지를 처음부터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기택네 가족이 다른 집이나 카페의 WiFi를 얻어쓰려고 애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반지하 집과 더불어 이들 가족이 얼마나 가난에 쪼들려 있는지를보여주는 동시에, 남의 것을 이용해서 살아가는 '기생충' 같은 면모를 시작하자마자 보여주는 셈이다.
기택네 가족이 원래부터 작중 모습처럼 궁핍하진 않았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택이 가두소독을 신기해한다. 이로 미루어보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해당사항이 없는 아파트 단지 등에서 살다가 최근에야 반지하로 이사오게 되었거나, 혹은 낮시간대에는 사업이나 직장일을 하여 가두소독을 하는 모습을 잘 보지 못하여 왔음을 추측할 수 있다. 4수나 미대 지망은 집에 돈이 정말로 없으면 절대 못 한다. 민혁이 기우에게 요즘엔 기정이학원 안 나오냐고 안부를 묻는 것으로 미루어, 최근까지는 기정도 미대입시 학원에 다녔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미대 입시는 값비싼 학원 비용뿐만 아니라 재료비까지 자비로 충당해야 하기에 돈이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택이 여러 사업에 도전하다가 망하기 전까지는 최소한 자녀의 입시를 지원해줄 정도의 경제력은 있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민혁이 가져온 돌을 보자마자 산수경석이라 곧바로 알아보는 것을 봐도 기택은 기본 이상의 교양과 식견이 있는 인물이다. 민혁은 명문대를 다니며 수석 모으기가 취미인 부자 할아버지를 둔 집안이다. 기우가 그런 친구를 둔 것부터가 예전엔 기우네도 괜찮게 살았을 거라는 걸 알 수 있는 요소이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자고로 친구 부류란 부와 가정환경에 따라 나누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말이다. 기우는 고졸이므로 초중고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을 것이다. 원래도 민혁이 기우보다 생활 수준이 한 단계 위였을 수는 있어도 아예 계층이 다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러한 면모를 보아, 기택의 상황은 '가난한 자는 능력이 없거나 노력을 안해서 가난한 것'이라는 편견을 반박하는 설정이라 해석할 수 있다.
사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고작 피자 박스 접는 아르바이트 정도만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견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4인 모두 신체 건강하고 정신적인 문제도 없지만 막노동이나 대학생들이 자주 고용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아예 시도조차 않고있는 모습을 납득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이 설정을 두고 "본래 지금처럼 극도로 비참한 하류 계급이 아니었으나, 거듭된 실패로 계급이 하락한 이후 경제적 활동에 도전할 의지를 잃어버렸다" 라고 해석될 수도 있겠다.
영화 '기생충'에서 폭우는 함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폭우는 박 사장네 가족에겐 그저 캠핑이 취소되는 살짝 짜증나는 일 정도에 불과하지만, 기택네에겐 하수도가 역류하고 누전이 되며 집이 물에 전부 잠기는 생계의 위협이 되어버린다. 심지어 마당에 설치해놓은 미제 인디언 텐트는 아이의 장난감에 불과할 뿐인데도 폭우 속에서도 물 한 방울 안 들어오고 뽀송뽀송하다는 점, 다음 날 연교가 비가 와서 미세먼지도 없고 날씨 좋다며 좋아하는 장면에서 다시 강조된다. 상류층에게는 단지 유희거리이며 해프닝인 것이 하류층의 터전이던 반지하집과 그 일대 계층에게는 삶의 터전을 없애버리는 재앙인 것이다. 연교는 충숙의 집에 폭우로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지 걱정하지 않는데, 이는 박 사장네 가족을 비롯한 상류층이 서민들의 삶에 관심이 없거나 아예 알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폭우는 또한 경제위기 등을 상징한다. 앞서 언급되었듯, 박 사장네 가족에겐 심각한 폭우도 소소한 일이지만, 기택과 같은 하류층에겐 정말 생명의 위협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이런 위기가 생긴 이후에 부유층들은 오히려 비가 와서 미세머지도 없다며 맑은 환경을 즐기고 고급 의류를 고르며 음식을 가득 깔아두며 파티를 열지만, 가난한 자들은 생활의 터전이 파탄나고 체육관에서 모여 몸에 걸칠 수 있는 옷가지를 간신히 고르고 식판에 배급되는 밥을 먹으며 초라한 파티를 가지게 된다. 실제로 모든 경제 위기 이후에 살아남은 상류층, 재벌들의 부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나, 서민층은 항상 힘들어졌다.
폭우를 포함한 물은 정당한 응징의 상징이기도 하다. 동네가 물에 잠긴 것을 보고 급하게 달려가던 기택 가족은 이웃주민이 퍼내는 오수섞인물을 여러 번 맞는다. 중반부 노상방뇨하던 취객을 물로 응징한 것과 생각하면 기택 가족은 그동안의 기만 행위를 응징당하는 것이다. 또한 지위가 올라갔다던 그들의 뿌리는 여전히 취객과 같은 반지하에 묶여있다.
영화 '기생충'은 빈부격차의 디테일한 연출 탓에 반지하에 살아봤던 사람들 사이에서 서글픔과 상처를 부르기도 했다. 이런 빈부격차를 소재로 한 영화들의 스토리가 대부분 '가난하지만 선량한 시민 vs 부패한 상류층'이란 구도로 흘러가서 진부하고, 정치적인 요소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고 비판을 받지만, 기생충의 경우에는 치밀한 각본과 연출을 통해 이러한 비판을 영리하게 피해갔다. 각 계층의 사람들의 어두운 면모를 포함한 모든 모습을 전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선악이 명확하지 않은 입체적인 인물 설정을 구축하여 진부한 스토리 전개를 벗어났으며, 정치적 요소를 직접적으로 제시하는 대신 간접적인 설정으로 대체했다.
이 영화는 한국적인 요소가 작품 내에 깔려있지만 빈부격차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내세워 외국인들에게도 공감을 사며 좋은 평을 받았다. 칸영화제 상영일 날에 기생충을 본 대부분의 외국 관객은 영화의 내용이 자기 나라 상황과 똑같다고 말했고, 어느 영국인은 런던 배경으로 영화를 리메이크하면 시나리오를 하나도 고칠 필요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기생충에 대해 "매우 로컬(한국)적이면서 세계적인 영화였다"고 평가했다. 오랜만에 완성도있는 국내 영화가 나와 한국의 위상을 드높여준 것 같다.
- 이전글옹정제 20.01.04
- 다음글장자화의 ‘사기’ – 사마천 원작/ 장자화 저 20.01.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