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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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붕괴 – 제레드 다이아몬드
1969년은 인류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해라고 볼 수 있다. 11번째 아폴론 계획이 성공하면서 인류 최초로 달 표면에 착륙할 수 있었고, ARPANET 탄생하기도 하였다. 인류의 우주 진출과 가상 네트워크망의 탄생은 인공위성과 인터넷이 되어 현재도 지구 전역을 실시간으로 연결해주고 있다. 만년 가까이 독립적으로 발전해오던 인류 문명들이 대항해시대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다각도로 교류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나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이전에 존재한 문명들이 전부 살아남지는 못했다. 작게는 이스터섬에서 크게는 마야까지, 크고 작은 다양한 문명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거나 다른 문명으로 대체되었다.
멕시코 남쪽 유카탄 반도에 존재했던 마야 문명은 11세기까지 번영하다가 어느 순간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다. 많은 학자들이 마야 문명의 몰락에 대한 가설을 다각도로 내세웠는데, 현재 정설로 굳어지는 내용은 유카탄 반도의 가혹한 자연환경과 이것에 맞지 않은 사회 및 경제구조가 맞물리면서 마야문명이 몰락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도 과거에도 중남미 아메리카의 주식은 옥수수인데, 옥수수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이 높지만 그 만큼 지력을 소모하기 때문에 현대에서도 지력을 유지하는 질소 비료나 휴경이 필수적이다. 지력을 회복하는 유일한 작물은 콩인데, 콩은 당시 아메리카에서는 재배되지 않아서 지력 회복의 수단으로 화전을 통한 재가 동원되었다. 비료처럼 사용된 재들은 바로 열대우림을 태워서 만들어낸 부산물이고, 열대우림 지역은 강수량과 일조량이 풍부하여 삼림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인간이 자연환경에 맞춰서 이에 맞는 농경 방법을 찾아 적응한 것이기 때문에, 도대체 왜 가혹한 환경이고 부적절한 경제 구조인지 생각 할 수도 있다. 또한, 열대우림지역은 보기에는 삼림이 우거져서 생명이 넘치는 환경이다. 문제는, 생명력이 넘치는 것은 맞는데 식량을 생산하기에는 부적절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특히 유카탄 반도 지역은 토양이 석회질이어서 비가와도 금방 빠져나가 수분을 저장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양분이 되는 알칼리 물질이 매우 부족하다. 이를 토양침식이라고 하는데, 수분을 저장할 수 있는 수목들은 풍성하게 자랄 수 있지만, 다량의 물을 필요로 하고 영양분을 주로 저장하는 곡식들은 재배하기 어려운 환경인 것이다. 주변에 큰 하천이나 강도 없고, 오직 비만 바라보고 농업을 하던 마야 문명은 가뭄이라도 닥치면 기근과 반란에 시달려야 했고, 그 때마다 통치자들이 머리를 짜내면서 통치력을 발휘하여 문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외부 문명과 교류도 없던 시절에 하필 소빙하기까지 닥치면서 역대 최악의 가뭄이 몰려와 그야 말로 마야 문명의 농경을 박살내버렸고, 자연마저 어쩔 수 없던 지배층은 결국 대기근을 수습하지 못하고 문명의 몰락을 맞이할 수밖에 없던 것이다.
환경은 마야 문명이랑 비슷하지만 그럭저럭 문명을 수습하면서 현대까지 이어져 온 지역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동남아시아를 생각할 것이다. 물론 동남아시아의 여러 문명들이 있었지만, 세계사적으로 주변에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국가로서 거듭난 문명은 근대이전까지는 보기 힘들다. 베트남이나 캄보디아의 원형이 되는 왕국들이 있었지만, 중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장했기 때문에 독자적인 문명권을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의외로 메소포타미아, 즉 현재 이라크 지역이다.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탄생하던 시절에는 중동지역이 삼림으로 우거져 있었다고 한다. 풍부한 삼림과 함께 유프라테스와 티그리스라는 거대한 두 강줄기를 낀 비옥한 초승달지대는 고대시절 누구나 탐내던 알짜배기 땅이었다. 밀가루를 만들 수 있는 밀이 인류 최초로 이곳에서 재배되었고, 운이 좋게도 밀은 옥수수에 비하여 물을 많이 필요로 하지는 않기 때문에 건조한 중동에서도 쉽게 재배 될 수 있었다. 물론 자연환경 같은 개념이 없던 고대 시절에는 삼림들을 무자비하게 베어내면서 문명을 유지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홍수에 취약해졌고, 지속적인 농사 때문에 지력이 고갈되어 작물 생산력이 점점 감소하여 문명의 주도권을 유럽에게 넘겨주게 되었다. 하지만, 이집트-유럽-인도-중앙아시아를 잇는 문명의 교차로에 있었고, 거대한 두 개의 강은 여전히 물을 공급해 줄 수 있었기 때문에 경작을 통해 사회를 유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은 남아있었다. 가혹한 환경에서 문명이 탄생하고 환경 때문에 쇠퇴할 뻔 했지만, 여러 문명의 교류와 거대한 두 개의 강으로 새로운 위치를 찾아나간 경우다. 불행히도 현대는 기후 변화 때문에 중근동 지역의 사막화가 가속화 되면서 정치체제와 사회가 불안정해지고 난민들이 발생하면서 전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명하면 역시 이집트와 중국도 빠질 수가 없다. 이집트는 환경 자체는 가혹했지만 거대한 나일강과 주기적인 범람을 이용한 농업으로 중세까지 유럽과 중동의 곡물창고 역할을 하던 지역이다. 중국은 다른 문명과 다르게 상대적으로 고립되어 있어서 발전이 늦었지만, 황하와 장강을 끼고 있으면서 춘추전국시대를 거치며 자기들끼리 치고박고 싸우면서 급격히 성장하여 통일제국을 세우고, 제한적이지만 바닷길과 실크로드를 통해서 타 문명과 교류하면서 고대부터 본인들의 정체성을 간직해온 유일한 문명이다. 이처럼 성공사례도 있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왜 문명이 사라졌는지에 대한 해답이다. 캄보디아의 크메르 문명은 앙코르와트라는 화려한 건축물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찬란했지만, 베트남의 침공으로 쇠락하였다. 아즈텍과 잉카 문명은 본인들의 분열과 스페인 침략자들이 가지고 온 유럽산 천연두에 내성이 없어서 질병으로 쇠락하였다. 이스터 섬에 있던 문명은 해안에 거대한 모아이 석상을 세울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노동력을 동원 할 수 있던 문명이지만 고립되었기에 자연환경에 취약하여 자멸하였다. 콜럼버스보다 아메리카에 먼저 도착한 바이킹들은 스칸디나비아와는 다른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정착한 곳을 떠났다. 모두 가혹한 환경, 고립된 위치, 부적절한 사회체제 및 문제 해결 방안이 문명을 붕괴시킨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항공-선박과 인터넷으로 인하여 인류 내부에서는 적어도 고립되었다고 볼 수 있는 사회는 없다. 가혹한 환경도 기술의 발달로 멜서스 트랩을 부정하면서 근 100년간 인류의 숫자는 70억까지 불어난 상태이다. 사회체제는 각 지역마다 다르지만 몇몇 실패국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국가로서 기능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렇다면 인류의 문명은 앞으로 붕괴할 걱정 없이 지속 가능하다고 볼 수 있을까? 현대 사회는 과거와 다르게 에너지 집약적인 사회이며, 이 에너지를 지탱하는 수단은 전기이고 공급하는 수단은 석유에너지이다. 그리고 석유를 기반으로 파생된 수많은 화학 산업들이 비료, 플라스틱, 섬유 등을 공급하면서 현대 산업의 전반을 뒷받침하고 있다. 많은 학자들이 석유의 고갈을 우려하고 있지만, 채굴 기술의 발달과 셰일 가스의 공급으로 1 배럴당 200달러나 하던 고유가 시대는 지나가버리고 석유 고갈 시점은 점점 뒤로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석유나 석탄은 언젠하는 한계를 맞이하는 시점이 올 것이 분명하고 이를 대체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태양에너지, 지열에너지, 바이오메스 등등 여러 연구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한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바로 인류 전체가 아직도 지구에 고립되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지구는 넓기 때문에 현재 인류가 파괴하는 자연 환경이나 사용하는 자원이 문제 없다고 치더라도, 언젠가는 한계를 맞이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이 1969년에 두가지가 제시되었고, 그 중 하나는 인터넷이 되면서 지금도 실시간으로 지구 곳곳을 연결해 주고 있다. 하지만, 인류가 달에 첫 발을 내딛은지 50년이 지났지만, 30년전에 쏘아 올린 보이저 2호는 태양계 밖으로 나가지도 못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돌아가는 상황을 봐서는 인류가 우주로 진출하는 것을 걱정하기도 전에 자기들끼지 치고박고 싸우다가 자멸하게 생길 상황이다. 인류를 수십번도 멸망시킬 수 있는 핵무기는 여전히 위협적이고, 미국과 중국의 신냉전 상황이 열리면서 무역전쟁으로 대혼란을 맞이한 상황이다. 거기다가 트럼프는 쓸데없이 이란을 자극하면서 중동에서 긴장감을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고립되어서 자기들끼리 싸우다가 멸망한 이스터섬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다. 지구는 한정적이기 때문에 인류가 미래로 나아가려면 늦기 전에 위로, 우주를 향해서 꽃을 피워야 한다. 인류는 항상 갈림길에서 선택해왔지만, 지금은 좋든 싫든 우리는 미래로 가는 갈림길 앞에 서있다.
지구에 남아서 서서히 자멸하느냐,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고 우주로 진출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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