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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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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의중
댓글 0건 조회 5,655회 작성일 20-01-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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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 (Walden)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연말연시가 되면 자동적으로 튀어나오는 주제가 있다. 새해의 다짐에 관한 것이다. 작년 이맘때 친구와 이야기 하던 중, 새해의 목표에 대한 주제가 튀어나왔던 걸 아직 기억한다. 그때 친구는 다리를 꼬지 않고 바르게 앉아있는 것이 새해의 다짐이라고 했다. 난 그게 무슨 실없는 말이냐며 웃어 넘겼지만 이제는 다리를 꼬며 앉을 때마다 그 기억이 스치는 바람에 다시 가지런히 하기를 반복한다. 나는 왜 그런 어려운 일을 별거 아닌 시시한 다짐으로 치부했을까 괜히 부끄러워졌다.


해가 또 지났다. 항상 그래왔듯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며 새해에 바람을 적어본다. 문득 느끼는 사실은 다짐이 점점 명료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단순할수록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는 와중에 다가오는 한 해를 ‘월든’이라는 책과 함께 시작해보았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그가 월든이라는 숲에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오두막을 짓고 혼자 살아가며 터득한 생각을 기록한 책이다. 자연인으로 단순하게 살아가지만 오히려 더 철학적이며 고상한 물음을 던지는 그의 모습에서 새로운 자세를 얻고자 했다. 책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었다.


나는 어디서,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나는 의도적으로 삶을 살아보고자 숲으로 들어갔다. 필수적인 요건만 충족한 채 살아도 삶이 가르쳐주는 진리를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또한 죽음을 맞이했을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었다. (중략) 낫을 크게 휘둘러서 풀을 바싹 베어 내어 삶을 구석으로 몰아가 가장 기본적인 조건으로 압축해 버린 다음, 삶이 천박한 것으로 판명된다면, 그 천박함을 속속들이 알아내어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또는 반대로 삶이 숭고한 것이라면 경험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어 다음 번 여정에서 그 참모습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랐다.

-'월든' 中

  

  소로는 월든에서 기본에 충실했다. 하나의 생명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필수적인 것들만 했다. 자연스럽게 걷어내어 지는 것이 있는 반면, 그대로 남아있는 것들이 있었다. 예를 들자면, 기본적인 의식주나 독서, 소리, 자연과 같은 근본이 그러했다. 그가 말하는 압축된 삶이란 다른 식으로 말하면 고전적인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고전은 인류의 생각을 담은 고귀한 기록이기도 하며, 방식이기도 하다. 현재를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들이다. 그리고 그것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번째로는 단순하지만 잘 해내기가 어렵다는 것에 있으며, 두번째로는 진지하게 임할수록 그 가치를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로는 월든에 머무는 동안 고전적 양식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진다.

 

글로 쓰인 문헌은 가장 소중한 유산이다. 그 어떤 예술 작품보다 인간에게 더 큰 친밀감을 주고, 더 보편적이기도 하며, 삶 그 자체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예술 작품이기도 하다. 그것은 모든 언어로 옮길 수 있다. 단순히 읽힐 뿐 아니라, 모든 인간의 입술에서 숨결처럼 내뱉어지기도 한다. (중략) 하지만 행여 대중이 위대한 시를 읽었다 해고, 그저 별을 읽듯, 그것도 ‘천문학적으로’ 가 아니라 ‘점성술’로 읽어왔을 뿐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어떻게든 편해볼 요량으로 읽기를 배운다. 장부를 적고 거래를 하며 속지 않기 위해 셈을 배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고귀한 지적 운동으로써의 읽기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 하지만 그런 고차원의 읽기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독서다.

-'월든' 中


  자연스레 나는 기본에 충실하고 있는지 돌이켜본다. 당장 내가 이 책을 피상적으로만 읽진 않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점점 모든 것이 진지하게 느껴졌다. 그는 ‘고독’ 역시 고결한 삶에 있어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한다.

 

농부는 종일 홀로 들판에서 김을 매거나 숲에서 나무를 베면서도 일에 몰두하는 덕에 전혀 외로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밤에 집으로 돌아가면, 생각이 많아지는 탓에 기분 전환 삼아 ‘사람들을 만나러’ 밖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것을 종일 혼자 있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 생각한다. 그러면서 농부는 어떻게 학생은 밤낮 가리지 않고 방 안에 홀로 앉아 있으면서도 권태를 느끼기는커녕 ‘우울증’에도 걸리지 않는지 궁금해한다.

-'월든' 中


  농부와 학생은 같이 고독을 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농부는 학생의 고독은 이해하지 못하며 고독을 어떻게 다룰줄을 모른다. 기본을 덜 이해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학생들은 고독에 힘겨워 하지 않는다. 오히려 고독이라는 삶의 한 부분을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월든에 들어갔던 때가 무려 170년 전인 1850년 즈음이다. 그가 고전적- 근본적- 기본적- 인 요소들을 강조한 지도 어느덧 170년이 지났다. 고전을 강조하던 이 책이 똑같이 고전이 되었다. 인류는 시대를 막론하고 같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다. 바뀌어가는 세계가 개인을 혼란스럽게 할 때면 자신의 방점을 찍어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를 얻기 위해 고전을 들춰보곤 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나름의 위로를 건네주기도 한다. 다들 나처럼 혼란스러워하는 와중에 깨달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니 말이다. 단순한 일에 진지하게 임하는 자세를 가지며 감사한 2020년을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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