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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이 때로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 세부 모알보알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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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6,312회 작성일 20-01-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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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휴가는 추운 겨울을 떠나 필리핀 세부 모알보알에서 보냈다. 여행의 첫번째 목적은 스쿠버다이빙이었다. 모알보알은 공항에서 버스로 4시간을 타고 내려서 트라이시클로 10여 분을 더 타고 들어가야 하는 시골이었다. 일반인들에게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스쿠버다이버들에게는 꽤 유명한 여행지였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는 곳이었고,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샵도 많았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다이빙샵은 비교적 훌륭한 잠자리와 세 끼의 식사가 제공되었다. 필리핀의 현지식이 입에 맞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세 끼가 모두 한식으로 제공되었고, 10달러만 지불하면 필리핀 현지 마사지사를 불러 그날이 피로함을 풀 수 있었다. 다이빙이 진행되는 3일 동안 해변가를 제외하고는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었고, 한국의 여름만큼 날이 더웠기 때문에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외국에 왔지만 한국에 있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불편함을 거의 느끼지 못했던 다이빙샵에서의 3일과는 다르게, 나머지 3일의 여행은 완전히 달랐다. 사흘 동안의 다이빙이 끝난 후 해변에서 5분 거리에 있는 호텔로 방을 옮겼다. 말만 호텔이었지 한국의 일반적인 숙박시설들보다 시설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따뜻한 물이 나오고 에어컨이 잘 작동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곳이었다. 호텔에서 짐을 풀고 또다른 여행을 새롭게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여행하는 방식인 투어나 업체를 끼는 것이 아니라, 날 것 그대로의 방법으로 여행하고 싶었다. 에어컨이 나오는 편안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오토바이를 타고 수십 분을 달려 캐녀닝을 하기도 했고, 새벽부터 일어나 에어컨이 없는 버스를 타고 유명한 고래상어를 보러 가기도 했다. 유명한 관광지에는 비싼 금액을 주고 투어를 이용하여 온 사람들이 많았지만 나와 그들은 결국 같은 것을 보고 즐겼다. 실제로 그 곳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그렇게 많은 돈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라틴어의 고생(travail)에서 비롯된 단어인 여행(travel)은 여행의 본질을 보여준다. 신이 여자에게 내린 약속인 고생하지 않고서는 아이를 낳지 못한다고 할 때의 그 고생, 즉 산고의 고생을 의미한다. 하지만 필리핀 세부로 여행을 오는 많은 한국인들은 불편함에 대해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 조금이라도 불편한 점이 있으면 인상일 찌푸리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조금 더 편안하게 여행을 하기 위해 필리핀 세부에 오는 한국인들의 대부분은 투어 상품을 끼고 오며, 자유여행을 오는 사람들마저도 현지보다 훨씬 비싼 가격을 주고 모든 예약을 마치고 여행을 온다. 현지의 교통수단보다는 여행사가 제공하는 밴이나 버스를 타고 투어를 한다. 여행의 여정에서 주는 기쁨보다 목적지에 도달하기만을 기다린다. 여행(旅行)보다는 관광(觀光)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내 방식대로 했던 여행은 그들이 했던 여행보다는 훨씬 불편했을 지도 모른다. 도시 전체에 정전이 일어나 샤워를 하던 와중에 펌프가 멈춰 샴푸를 채 헹구지도 못한 채 한 시간을 기다려야 했던 적도 있었고, 한국의 여름보다 더운 날씨에 땀을 뻘뻘 흘리며 현지인들과 에어컨이 없는 버스를 타기도 했다. 현지의 투어를 하기 위해 수십 분을 탔던 오토바이 때문에 피부의 색깔이 현지인처럼 변하기도 했다. 에어컨이 있는 식당이 아니라 야외에서 현지 사람들과 함께 모기와 파리를 쫓으며 입에 잘 맞지 않는 음식을 먹어보기도 했다. 한국에서 지내는 것보다 당연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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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에 짜증을 낼 수도 있는 여행이었지만 땡볕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달렸을 때의 필리핀의 날 것 그대로의 시원함이 여행이 끝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모기에게 피를 뜯기면서 먹었던 그 식당 건너편에서 어디서 가져왔는지도 모를 프로젝트로 정신팔린 채 영화를 보고 있었던 아이들의 행복한 표정이 떠오른다. 현지 친구의 손에 이끌려 판자로 지어진 집을 구경하며 코코넛 껍질과 마른 잎을 땔감삼아 지은 밥을 짓는 것을 보면서, 그리고 대낮부터 술에 취해 신나게 춤추고 노래를 부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편함과 불편함은 본인의 마음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정전이 일어났을 때 보았던 아름다운 하늘의 별들은, 불편함이 때로는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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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았을 때는 한없이 불편하고 덥고, 힘든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그 나름대로의 일상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었고, 그들의 삶에 우리가 옳고 그름과 가치에 대한 판단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행은 그 여정에서 가치가 있다는 것을 또 다시 지각하게 되었다. 이해와 베풂은 스스로가 불편함을 감수할 때 생기는 것 또한 알게 되었던 여행이었다.


따라서 기도해야 한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우리의 여정이 가능한 한 긴 여행이 되기를. 신이 짜놓은 근사한 일정을 우리가 망치지 않기를. 그 여정에서 더 많은 모험과 시련과 근사한 일들을 겪게 되기를. 그래서 모퉁이를 돌 때마다 온갖 사건이 펼쳐져 이야깃거리가 많아지기를. 그 이야기들이 없으면 당신의 삶은 흥미진진한 여행기가 아니라 안전한 가이드북을 따르는 것이다. -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中 (류시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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