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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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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896회 작성일 20-02-06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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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_ 마이클샌델


기고 전문 매체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서는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인류 전반에 관한 현실적인 주요 문제들을 다뤄왔다. 여기서 말하는 현실적인 문제란 법과 정의를 바탕으로 시대에 만연한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기보다는 미처 우리가 인식하지 못했으나 반드시 논의되어야 할 윤리적 문제들을 말한다. ‘고통은 신이 준 것인가’, ‘헌법은 진리인가’, ‘누구를 위한 생명 연장 치료인가’, ‘종교적 악법도 지켜져야 하는가’ 등과 같은 주제들에 대해 객관적인 윤리관을 적용한 철학적인 논의가 이루어진다.

 

본 책은 진솔한 문제 제기로 이 척박한 사회에 새삼 "정의"에 대한 관심과 각성을 촉구하는 책이다.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기고 된 주요 문제들에 더해 이 책은 그보다 더 구체적인 이슈 제기를 통해 정의 뿐만 아니라 "윤리, 도덕"이라는 거창한 논점까지 다룬다. 전개는 편하지만 내용은 깊고 심오하며, 보편타당한 결론은 일반인의 상식으로도 흔쾌히 수긍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본 책에 수록된 총 83가지 질문은 어느 국가, 사회, 공동체에서건 첨예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바로 우리 한국에서도 무엇이 맞고 그른지 갑론을박이 치열히 일어나기도 했던 흥미로운 주제들이다. 사실 이 책을 읽은 이유는 나의 생각 체계를 좀 더 긍정적인 면으로 바꿔보기 위함이 주요했다. 최근 들어 상반된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만한 특정 주제들에 대하여 고찰했을 때, 나는 종종 비관적인 결론을 자주 내리곤 했다. 특정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한번 고려해보고자 했던 어느 긍정적인 30대 대학원생은 그렇게 타락해갔던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특출난 질문을 선정하여 빼어난 답변을 제공해주었고, 독자인 나는 이를 통해 윤리적, 도덕적 갈증을 채웠고, 중대한 윤리 논점에 대해 반추하였으며, 생각을 성숙시켜 정신적으로 회개할 수 있었다.

 

인상 깊었던 주제들 중 몇 가지가 기억에 남는다. 그 첫 번째는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이다. 효율지상주의를 추구하고 세계화를 앞세워 반사회적인 분업화를 밀어붙이는 추세가 대세를 타는 지금의 추세에 대해 실천적 인문과 철학의 소양이 얼마나 당사자들의 삶을 질적으로 풍요롭게 가꿔 줄 수 있는지를 개탄하고 비판하며 동참 호소를 펼친다. 두 번째는 ‘범죄자에게 관용은 어디까지인가?’였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담과 역사적 사례 몇을 들며 "자비의 본질"에 대한 치밀한 논증과 사색을 전개하는데, 벤담 등의 전통적 공리주의자들의 입장이 무엇이었는지 살짝 이해가 갔다. 세 번째는 ‘담뱃갑 경고 그림은 필요한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 저자는 최근 미국과 호주에서 내려진 두 상반된 판결을 소개하며, 표현과 영업의 자유와 공공의 보건권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더하여 이 두 권리 중 한쪽이 전적으로 부정되고 다른 쪽이 전적인 승리를 거둬야만 하는지, 아니면 어느 중간지대에서 점진적인 타협점이 모색되어야 하는지를 놓고 역시 치밀하면서도 자상한 의견을 전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외에도 보통의 탁상공론처럼 보이는 ‘사회적 지위를 돈으로 살 수 있는가’, ‘동성애는 비도덕적인가’, ‘인류의 종말은 비극인가’ 등의 질문들에 대해 선명하고 지엽적인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실천적인 시사점을 짚어내는 게 일품이었다.

 

책 전반에 걸쳐 윤리 도덕의 문제는 개인 혹은 종교적 문제가 아닌, 화합과 연대를 기반으로 한 인간 본성에 눈을 떠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던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 책이 쉽고 재미있게 쓰여진 건, 저자의 신념에 대한 실천의 일환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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