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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탑 공화국 - 강준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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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태인
댓글 0건 조회 5,210회 작성일 19-12-0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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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인지 물으면, 나는 단언컨대 낮은 출산율이라고 말할 것이다. 2019년도 3분기 출산율은 역대 최저치인 0.88로 기록되었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낮은 국가이며 출산율이 감소하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몇 세기 이후에 지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은 아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 통계청은 40대의 베이비붐 세대가 통계에서 빠지면서 다시 출산율은 1.0~1.27명대로 회복할 전망이라고 했지만, 헬조선이나 수저계급론과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지금의 세대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할지는 의문이다.

 

극도로 낮은 출산율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아이를 갖지 않는다는 것은 내가 겪었던 비극과 절망을 물려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리라. 3포, 5포를 넘어 N포 세대라는 절망을 겪은 현세대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마을과 같은 공동체에서 함께 아이를 길렀던 과거와는 다르게 지금은 부부가 온전히 자신의 아이를 감당해야 한다. 이것은 경력 단절과 같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또한, IT의 발달로 결혼과 육아의 힘듦을 인터넷을 포함한 여러 커뮤니티에서 직간접적으로 목격하기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은 커지고 있고, 결혼은 해도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딩크(DINK, double income no kid)족은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

 

출산율의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이러한 여러 가지 사회 문제들 속에서, 사람들이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가장 큰 문제는 집 문제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주택시장은 투기의 장이 되어버렸다. 이번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대책을 발표하고 나서도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부동산의 가격은 급상승하였고, 집값을 낮추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은 많은 서민들은 절망하기 시작하였다. 서울 아파트의 중위 값은 2017년 5월 6억 초를 기록했는데, 2019년 11월 현재 9억이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2년 만에 50퍼센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서울의 상위 아파트가 아닌 중위 값이 이렇게 높으며, 이 금액은 일반 직장인이 평생 벌어도 살 수 없는 금액이다. 그럼에도 주택시장의 가격은 낮아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으니, 소득 격차와 더불어 자산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말할 것도 없다. 어느새 대한민국은 투기꾼들의 천국이 되어버렸다.

 

‘내 돈으로 ‘투자’하겠다는데 자유시장에서 이 무슨 규제인가’라는 주장은 집값을 상승시킨 주범인 투기꾼들의 일반적인 레퍼토리이다. 비정상적인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에서 자신도 콩고물을 먹고 싶다는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주택 시장에 뛰어들었다. 수도권에 집값이 오르고 대출 규제가 걸리니 그 자본은 고스란히 지방으로 갔고, 이 때문에 대전, 대구, 광주의 집값이 폭등했다. 폭등한 집값은 투기꾼들의 배를 불리고 나서 폭락하기 시작했고, 그 피해는 온전히 다른 시민에게 돌아갔다.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한 허생은 적어도 민생을 위해 쌀은 건드리지 않았으나, 현 사회의 투기꾼들은 그러한 배려조차 보이지 않았다. 각박한 사회에서 상처받은 이들이 쉴 곳은 자신의 공간뿐인데, 그 작은 공간마저도 이제는 우리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주공아파트가 ‘저소득층’이 사는 곳이란 인식이 번져 ‘주공 거지’라는 말까지 등장하자, 한국주택공사(LH 전신)은 주공아파트를 2006년 ‘휴먼시아’라는 이름으로 바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이 생겨났다. 휴먼시아는 5년을 못 버티고 사라졌다. 현재는 ‘LH’라는 브랜드로 통일되었지만, 전국 곳곳에 지어진 휴먼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지금도 ‘휴거’라는 비아냥에 시달리고 있다. - <바벨탑 공화국> 中

 

실패한 정부 정책과 투기꾼들로 인해 미쳐버린 대한민국의 집값은 아이를 낳아야 하는 세대들을 절망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게다가 이제는 어떤 지역의 어떤 브랜드 아파트에 사느냐로 사람들을 서열 매기기 시작했다. 임대아파트나 빌라에 산다는 것은 친구들에게 놀림당하는 요소가 되어버렸다.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더라도 아파트가 다르면 ‘휴거’나 ‘빌라거지’라고 놀리기도 한다니, 듣는 부모들은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이런 대한민국에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이 많다. 사회 전반적으로 인식이 이러하니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또한, 집값뿐만 아니라 임대료가 오르는 등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문제도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보기 좋은 예가 유럽권의 몇몇 국가에서 볼 수 있다. 특히, 독일은 자가점유율이 43%로 한국의 자가점유율인 54%보다 낮고, 공공임대의 비율이 5%임에도 주택 문제에 큰 불만이 없는 국가다. 이것은 임대료에 대해서 독일의 민법이 강력하게 개입을 하고 있어 월세를 3년 동안 20% 이상 올리지 못할 뿐만 아니라, 월세 제동책이라는 정책을 시행하여 제시된 기준치보다 10% 이상 올리지 못하게 법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물론 대한민국 나라의 특성상 독일과 완전히 같은 모델을 사용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제도 마련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은 여전히 임대인의 권리를 보장해 주려는 배려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기저에서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웃픈 얘기가 만연해졌다. 정부가 정녕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불신을 갖기 시작했다. 최근 들어 여러 법안들이 나오고는 있으나 효과는 아직도 미비하다. 국회의원 중 강남 3구에 집을 보유한 사람이 4명 중 1명이고 다주택자가 100명이 넘어간다고 하니 국민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찌 해결할 것인가.  

 

우리나라 일부 경제 관료들은 청년에 대한 투자가 포퓰리즘적인 '퍼주기'라고 우려하지만, 사실 훨씬 더 위험한 것은 건설사 사주에게 퍼주는 천문학적인 건설 경기 부양 예산이다. 우리 경제를 되살릴 수 있는 가장 소중한 투자는 교량이나 댐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이 아니라, 바로 '사람'이고 '미래 세대'라는 것을 늦기 전에 깨달아야 한다. - <바벨탑 공화국> 中

 

각자의 욕망의 결과로 부동산값이 폭등하였고, 그 이익은 부동산을 가진 사람들에게 돌아갔다. 가만히 앉아서 일반 직장인들의 몇 배의 연봉이 되는 돈을 벌었으니 꽤 만족할 만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렇게 각자의 욕망으로 벌어들인 돈은 개인의 부를 쌓는 데 도움을 주었으나, 미래에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세대에게 큰 빚을 주었다. 그 결과 지금의 세대는 빚에서 나오는 이자조차도 값지 못하고 있으니 희망적인 미래가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현재가 빈곤하나 미래가 풍족하다면 희망, 현재가 풍족하나 미래가 빈곤하다면 절망이라 했던가. 7~80년대와 비교한다면 우리는 상당한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절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으니 출산율의 저하는 필연적인 결과다.

 

욕망이 하늘을 찌르며 대한민국의 곳곳에는 바벨탑이 세워지고 있다. 스스로 위대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바벨탑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고, 그럴수록 대한민국의 서열화는 심각해질 것이다. 세상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한 세대가 몰락한다면 그 충격은 다른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리고 그 날이 바로 바벨탑이 무너지는 날이 될 것이다. 서로의 언어가 뒤섞여 분쟁과 분열이 심해지기 전에 우리는 과연 우리들의 욕망을 억제할 수 있을까.

 

처음에 세상에는 언어가 하나뿐이어서, 모두가 같은 말을 썼다. 그들은 서로 말하였다.

"자, 벽돌을 빚어서, 단단히 구워내자."

그들은 또 말하였다.

"자, 도시를 세우고, 그 안에 탑을 쌓고서, 탑 꼭대기가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의 이름을 날리고, 온 땅 위에 흩어지지 않게 하자."

주께서 말씀하셨다.

"보아라, 만일 사람들이 같은 말을 쓰는 한 백성으로서, 이렇게 이런 일을 하기 시작하였으니, 이제 그들은, 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하지 못할 일이 없을 것이다. 자, 우리가 내려가서, 그들이 거기에서 하는 말을 뒤섞어서,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주께서 거기에서 그들을 온 땅으로 흩으셨다. 그래서 그들은 도시 세우는 일을 그만두었다.

- 창세기 11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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