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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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온다 – 한강
봄이 한창인 5월에 태어난 나는 5월이 가장 행복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시기이며, 가정의 달이라고 불리는 5월이 마냥 좋았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이런 푸르른 5월도 잊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이제는 영화 화려한 휴가, 택시운전사 등에서 쉽게 접할 수 있듯이 광주 사람들은 그렇게 날씨 좋은 5월이 잊을 수 없는 고통으로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친척 집 방문차 수도 없이 다녀왔던 광주는 애써 태연한 척을 하려는 듯이 밝고 건강한 분위기로 발전되어 있었다. 하지만 광주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아버지가 말씀하시는 광주의 번화가인 충장로 거리는 함성과 최루탄가스로 가득 했다고 회상하셨는데, 지금의 우리는 영화나 소설로만 접할 수 있는 일화였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중학생 동호, 고등학생인 은숙과 선주 등의 등장인물들은 도청에서 시신들을 수습하는 일을 돕는다. 5.18. 광주 민주항쟁의 실제 피해자인 16살의 동호는 그들을 탄압하는 군인들 역시 인간이며, 그들에게 인간적인 면모로써 탄압을 멈춰 주리라 기대한다. 도청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동호는 소총으로 무장하지만, 결국 계엄군에게는 총을 쏘지 못한다. 반면 계엄군은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사격, 동호를 비롯한 4명의 어린 학생들이 죽음을 맞게 된다. 계엄군과 시민은 같은 사람이지만 그들이 대치한 순간 철저하게 반대되는 모습에서 계엄군이 더는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 – 황금률”
시민들은 내가 죽임을 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계엄군을 쏘지 않았고, 그렇다면 계엄군 역시 살인을 멈추리라 기대한 것이다. 그 후에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의 가족이 처참하게 해산되는 모습을 그리면서 비극의 실상이 사실적으로 묘사된다. 성고문까지 당한 김진수는 성탄절 특사로 풀려나지만 자살하고, 목숨을 건진 사람은 불면과 악몽에 시달리며 정신 병원에서 지내기까지…. 결과적으로 그들은 모두의 힘으로 마침내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너무도 많은 희생이 있었다. 우리는 그런 그들에게 끝없이 감사해야 하며, 그들은 끊임없이 존경받고, 보호받아야 마땅하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5.18은 전두환 신군부에 의해 기획됐다…. 대구와 부산은 자기네 고향이자 규모가 커서 배제, 대전은 서울과 가깝고, 목포는 규모가 작아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내란사건으로 엮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 자신들이 만든 시나리오에 따라 모든 것이 진행됐다.” (5.18 당시 한·미 정보요원 “광주항쟁, 전두환 신군부의 기획”, 연합뉴스, 2019.05.14., https://www.hankyung.com/society/article/201905144961Y)
여전히 완벽하게 풀리지 않은 사건으로 진실은 치밀하고 광범위한 조작과 왜곡에 묻혀있다. 만약 광주 사태에 아버지가 휘말렸다면, 나는 세상에 태어날 수조차 없었기 때문인지, 광주 사태에 관한 관심이 컸다. 올해로 39년이 지난 일이고, 지금의 정서로는 총칼로 시민을 탄압하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그러나 요즘에도 역사적 비극으로 인한 사고들이 있었고, 이 때문에 가족과 삶의 터전을 잃는 사람들이 있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국민이 힘을 모아야 했던 사건들이 많았다. 만약 주변에 다시금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한 일이 일어난다면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을까? 2007년 겨울, 태안에 기름 유출 사고가 있었을 때는 중학생이어서, 세월호 참사 때는 군인이어서 힘이 되어줄 수 없었다면, 미래에 일어날지 모르는 비극에는 내가 그들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내가 남들에게 도움을 받고자 할 때, 그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려면 나 역시 끊임없이 남을 돕고,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요즘에는 타인의 비극을 자기 일처럼 생각하지 않는 개인주의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고들 이야기한다. 하지만 의인은 어려운 상황에서 등장한다. 뒤집힌 차 안에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달려드는 사람들, 전철에 끼인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 열차를 밀어 올리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있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위기 때는 영웅이 될 수 있다. 5.18 광주 사태를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영웅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1980년 광주에서 사람들이 힘을 합쳐서 민주화를 얻어낼 수 있었듯이 난세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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