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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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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357회 작성일 20-01-0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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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트

이지성 저

 



   서두가 참 의미심장하다. 불이 붙은 17층 건물 높이의 석유시추선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구한 유일한 생존자 앤디 모칸, 그를 제외한 갑판 위에 남은 168명은 모두 사망했다. 저자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바다로 위험을 무릅쓰고 뛰어들 것인지 화염에 휩싸인 배에 남을 것인지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계정세는 이미 오래전 급변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있었다. ‘인공지능’에게 대체되지 않기 위해 교육 등 다방면으로 기획해가고 있었다. 그에 반해 우리는 어떨까. 아직 준비도 못한 채, 아니 아무런 경각심도 느끼지 못한 채 ‘불타는 갑판’ 위에 서 있는 현실을 저자는 극도로 안타까워하며 책의 집필 의도를 분명히 밝혔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죽기 직전까지 매달렸다는 ‘인공지능’을 말한다. 왜 지금, 인공지능이어야 했을까. 10년도 더 된 1997년 6월, 내한한 빌 게이츠가 “인류의 미래 문명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다. 내가 만일 다시 학생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공부할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하지만 당시에 우리 중 그 누구도 빌 게이츠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뒤 국가부도사태(IMF)가 터졌다. 이제 한 작가가 1997년의 그처럼 말하고 있다. 부디 자신의 말이 허공 속으로 사라지지 않기를. 부디 나라가 응답하기를 바라며.

 

   UN은 우리나라 국민 평균 독서량이 세계 166위라고 발표했다(2015년). 유발 하라리를 비롯한 세계적인 석학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가장 큰 위험에 처하는 국가로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 3대 경영 컨설팅 기업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까지 로봇에 의해 일자리가 가장 많이 대체될 국가로 대한민국을 지목했다(2015년). 세계로봇연맹(IFR)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간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수가 세계 평균 69대보다 무려 462대나 많은 531대였다(2016년). 우리는 이러한 사실들에는 귀를 전혀 기울이지 않고 있다. 그 누구도 단 한 대국에서도 승리를 따내지 못했던 ‘알파고’를 상대로 불계승을 거둔 이세돌이라는 자랑스러운 바둑판 위의 영웅이 있다는 사실에 감격하고 흥분한다. 대부분의 편의점에서 이제는 인간 대신 인공지능과 로봇이 계산과 진열을 담당하게 되는 일본의 기술 수준과 정세를 무시한 채 다들 혐일 감정을 폭발시키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모두는 ‘포지셔닝 없는 한탄’을 즐기고 있다.

 

   Have skin in the game. 포지션을 갖지 않은 채 한탄만 하지 마라. 시대가 변하고 있다면 게임에 동참하여 책임감을 갖자. 자신이 질 위험과 책임은 피하려 하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만 하는 위선을 비꼬는 데 쓰는 표현이다. 현재 뉴욕대 리스크공학 특훈교수인 나심 탈레브는 자신의 핵심 이익을 걸지 않은 채 그럴듯한 말만 해대는 사람들과 적절한 포지션을 언급하지 않은 채 종말론을 얘기하는 비관론자들을 향해 “당신이 실제 그 문제의 리스크를 얼마나 감수하고 있는지 보여라!”라고 지적한다. 투자 위험과 수익, 정치와 종교, 재무와 책임에 대한 세상의 믿음에 직격탄을 날리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이 어둡다면,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의 늪에 빠졌다면 우리는 낙담하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을 그저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해외 자산, 효율적인 경매 등을 통해 포지셔닝을 취하며 미래를 전망하라는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인공지능 시대에는 인공지능에 지시를 받는 인간과 인공지능에게 지시를 내리는 사람, 이 두 부류로 전 인류의 계급이 재편성될 것이라 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현재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지를 구체적 사례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의 발언을 통해 보여주고, 이 새로운 물결의 창조 세력과 그들을 추격하는 기민한 후발주자가 지금까지 미래를 준비해온 방식을 알려준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지금 우리가 미래의 생존을 위해 시작해야할 8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지 않기 위해 우리가 갈고닦아야할 능력은 인공지능이 아직까지는 넘볼 수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인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 능력이라 강조한다. 인간은 이 고유의 능력을 발휘해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창조를 해내거나 기존 대상을 혁신적으로 재해석 해낼 수 있다. 이 능력은 결국 (문명적 의미의) '생각'을 통해 기를 수 있다. IT 기기를 멀리하고 독서, 사색, 토론, 글쓰기를 가까이할 때만 '생각'할 수 있다.

 

   책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의 성취 사례는 놀라움을 넘어 두려움을 자아낸다. 우리에게 너무나 잘 알려진 알파고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특히 책의 부록은 수많은 연구기관과 전문가 집단이 예측하는 암울한 미래를 수치로 보여준다. 구체적인 수치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들의 말은 하나같이 대부분의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일자리를 빼앗길 미래를 그려내고 있다. 거대한 물결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으나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의 대처는 너무나 안일하다. 저자는 대한제국의 운명이 되풀이될 불길한 예감에 두렵다고 한다. 미래에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주변국들의 군사적 위협이 커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역사에서 배우지 않는 자는 불행한 역사를 반복할 수밖에 없다는 너무나도 잘 알려진 말이 있지 않은가.

 

   어두운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일 것이다. 이미 학교를 졸업한 세대와 지금 교육제도에 편입된 세대, 그리고 미래 세대에게도 모두 적용되는 말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대한민국은 어떤 교육을 갈망해야 하는지, 정부와 국민이 한 마음으로 진지한 사색과 토론을 시작해야만 한다. 무엇보다도 개인이 스스로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스스로를 교육할 것인지 절박한 성찰을 시작할 때이다. 나는 이 책을 최소한 두 번 더 정독하는 것으로 이 성찰을 시작하려고 한다.

 

   책 말미를 장식하는 작가의 생각이 독자에게 책을 덮은 후에도 이어질 화두를 던진다. “어쩌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기계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이제는 진정한 인간의 삶을 살고 싶다는 인류의 오랜 바람에 응답해서 나온 게 아닐까?” 국민 대다수가 인공지능에 일자리를 빼앗겨 빈민의 삶을 살아가는 미래는 어둡고 참담하다. 그러나 OECD 가입국 중 가장 긴 노동 시간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의 경제참여 인구 대다수의 삶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매일, 매년 기계같이 반복되는 업무는 인공지능에게 맡기고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으로 자유롭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찾는 것도 다가올 암담한 미래를 행복하게 그리고 낙관적으로 관망할 수 있는 하나의 현명의 해답일 수 있다.

 

   인공지능의 성취는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하지만 인간 고유의 영역은 엄연히 존재한다. 인공지능이 완벽한 기사를 작성할 수는 있지만 수백 년, 수천 년 회자될 불후의 문학 작품을 작성할 수는 없을 거다. 로봇 의사는 범접할 수 없을 정도로 정확하고 빠른 진단을 내릴 수 있을지라도 분열된 국론을 통합하고 첨예한 갈등을 조율하는 지혜로운 정치 지도자가 될 수는 없을 거다. 이처럼 인간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치유하고 감동시키는 일이란 인간 고유의 ‘의식’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이다. 인간의 의식은 같은 의식을 가진 인간만이 접근할 수 있다. 인간의 정서적인, 의식적인 문제는 인간만이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도서관의 기적을 만난 사람’으로 잘 알려진 김병완 작가는 여러 저작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 의미 있는 성취는 지식이나 능력이 아니라 ‘의식 수준’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본질인 의식이 아닌 지식과 능력으로 상징되는 본질 이외의 분야에서 인간을 성취를 앞지른 셈이다. 인간은 의식이라는 고유하고 본질적인 영역 즉, 인간적인 영역에서 창조적 상상력과 공감능력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그 이전 어느 시대보다 인간성이 꽃 피는 영적 번영의 시대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인류가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스로를 기계 부품으로 전락시켰던 장시간의 육체적 노동에서 벗어나고 인류가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를 사색하며 동료 인간을 위해 봉사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인류를 위한 축복의 다른 이름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대두는 인류를 쓸모없는 비참한 존재로 만들 수도 있고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어갈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칼이 일상의 편리한 도구가 될 수도 있고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듯이. 이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는, 다소 진부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격언처럼 인공지능은 철저히 준비된 누군가에게는 더없이 값진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과의 아름다운 공생을 위해 어떤 준비들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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