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소중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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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소중했던 것들
이기주 지음
“이처럼 사랑은 우리 안에서 솟아나는 떨림과 따뜻함을 상대에게 건네주는 일이다.
사랑은 자연 발생적인 감정이지만, 사랑을 표현하는 행위에는 분명 능동성이 깃들어 있다.”
사람을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모든 사람에게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를 표현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르며, 이러한 표현방식의 차이는 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하는 열쇠가 되기도 하지만 반대로 잃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항상 감정을 전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한때는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이해해줄 수 있기를 바랬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스스로 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은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사랑은 감정의 총합과 더불어 상대를 향한 생각의 총합이 아닐까 싶다.
사랑이라는 낱말이 ‘생각할 사(恖)’와 ‘헤아림을 의미하는 양(量)’을 조합한
‘사량’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사랑의 감정은 마음 속 한구석에서 나도 모르게 피어나는 연기와 같다. 연기가 피어 오르면 불이 붙은 원인을 찾는 것처럼 한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면 그때서야 그 이유를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감정이라는 것은 내가 의식하고 의도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이런 저런 이유를 붙일 필요는 없는 것 같다. 나는 이 사람이 왜 좋은 지 어디에서 불이 붙은 것인지 하는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일단 한 사람과 함께 있는 순간이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 순간을 온전히 누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감정만 앞세워 상대방과의 관계에 대한 이성적인 생각을 내려놓는 것은 위험하다. 그런 사랑은 감정이 식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이 피어 오르기 시작하면 현실을 바라보면서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정말로 나와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투적인 말이지만 세상에 나와 같은 사람은 나 이외에는 아무도 없으며, 모두가 저마다의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맞추어 나가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고 때로는 그 과정에서 마음 속 감정과는 별개로 현실적 문제의 벽 앞에 부딪혀 인연의 끈을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그래서 좋아하는 감정 안에 내재된 ‘확신’과 ‘의심’ 사이에서 열렬히 투쟁했다.
둘 중 어느 쪽으로 걸음을 옮겨야 할지 몰라 방황도 했다.”
사랑의 감정과 현실의 문제 속에서도 상대에 대한 나의 마음이 확실하다면 그때부터는 상대의 마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 때는 마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이라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자신의 마음에 대한 상대의 작은 호감의 표시에 자신감을 얻었다가도 작은 실수 하나에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스스로를 보면서 한심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국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 더욱 달콤한 것은 앞서 고민하고 갈등했던 시간을 거쳤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만나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다는 의미로,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이별의 아쉬움을 나타내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간단한 4글자가 담고 있는 의미가 오랜 시간을 걸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때로는 짧은 몇 마디가 사람의 감정을 더 잘 담아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이 만나면 언젠가 헤어지는 것이 순리지만, 떠나가는 사람에 대한 마음은 소중했던 추억으로 남고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사람은 살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사귀고 떠나 보내게 된다. 마음을 나눴던 사람과 이별하는 순간은 항상 힘들고 가슴 아프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의미 있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과의 추억이 한 때 소중했던 것으로 마음 속 한구석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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