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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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몬드 – 손원평
“여자친구랑 헤어졌어?”, “시험 떨어졌어?”…. 세상에는 위로를 받게 되는 일도 많고, 위로를 해주어야 하는 일도 정말 많다. 주위에는 표정만 봐도 어떤 문제가 있는지 눈치채고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아무렇지도 않은 듯 지나치는 사람도 있다. 눈빛만 보아도 상대방이 어떤 마음인지 눈치채는 사람들은 항상 사람들을 잘 웃게 하고, 상대방의 가려운 곳을 콕 집어 긁어주는 듯한 행동으로 상대방을 편하게 해준다. 이러한 사람들은 상대방의 감정을 잘 헤아리고, 공감하여 의지가 되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능력이 바로 ‘공감 능력’이고, 모두에게 항상 사랑받는 사람이 바로 ‘공감 능력’이 충분히 갖춰진 사람일 것이다. 나는 과연 ‘공감 능력’이 갖춰진 사람일까? 그렇지 않다면 내가 그 사람들과 다른 점은 무엇이고, 그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감정표현 불능증’이라는 정서적 장애를 앓고 있는 소설의 주인공 윤재는 사람의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사람이 외부의 자극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정서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편도체의 역할 덕분이다. ‘감정표현 불능증’은 편도체의 크기가 작은 경우 발생하는데, 윤재는 이 편도체를 ‘아몬드’라고 표현한다. 뇌 속에 들어있는 형태가 마치 아몬드 모양이면서, 전혀 편도체의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머릿속에는 ‘아몬드’가 들어있다고 표현하는 것 같았다. 편도체의 이상으로 어떤 자극에도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윤재, 그리고 그런 아들에게 글로 감정을 알려주는 그의 어머니. 상대가 웃고 있으면 비슷하게 따라 웃고, 슬퍼하면 함께 슬퍼하라는 가르침을 받지만, 할머니의 죽음에도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지 못한다.
감정표현의 장애가 있는 윤재, 반면 윤재가 바라보는 주변의 인물들은 윤재보다도 더욱 감정이 메마른 사람처럼 보인다. 식물인간이 된 어머니에 대해 냉철하게 이야기하는 의사, 어머니의 소변을 아무런 감정 없이 기계적으로 치우며, 마치 짐을 다루듯 어머니를 대하는 한 간호사, 그리고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던 여경에게 오히려 감정을 표현을 자제하라는 경찰관이 등장한다. 이렇듯 상대방의 감정은 뒤로 한 채 본인의 일이 우선인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나 역시도 경쟁 사회에서는 상대방의 어려움을 못 본 척 지나치고, 그 사람을 넘어서야 한다는 사고방식을 무의식적으로 배워온 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면 ‘남자가 이것 가지고 울기까지 하냐.’는 말을 들으면서 공감 능력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했다. 편도체에는 이상이 없었음에도, 어른이 되어 갈수록 공감 능력이 퇴화하는 듯한 인생을 살아온 것 같았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 지금, 다 자라버린 키와 같이 공감 능력을 발달시키는 것은 불가능할까? 인간의 생활을 더 윤택하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어 하면서 사람의 감정으로부터 나오는 문제점을 잘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역설적이다. 하지만 나도 머릿속으로는 이 사람이 어떤 상황에 있는지 알 수 있다. 다만, 마음을 다해 공감하는 단계까지는 발전하지 못하게 된다. 상황은 알겠지만 내가 할 일이 있어서, 지금은 바빠서라는 핑계로 늘 그렇듯 그냥 지나쳐왔다. 공감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만, 계속해서 그 사람의 감정을 마치 내 감정과 같이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주변의 사람에게 항상 즐거움을 주는 사람들은 편도체의 크기가 다른 사람들보다 크기 때문도 아니고, 공감 능력이 타고나서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한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지만, 매사를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훈련을 무의식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그러므로 공감 능력이 좋다고 한다." - 와다 히데키 『잠시만 기대겠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공감을 지속해서 연습했기 때문에 타인을 잘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다. 마치 축구 실력, 운전실력처럼 계속해서 숙달하면 공감 능력이 좋아질 것이라고 한다. 의식적으로 노력할 때만 공감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공감하는 능력이 배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로 생각된다. 축구를 할 때, 억지로 공을 컨트롤 하려고 노력하지 않고도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되고, 운전할 때, 습관적으로 방어운전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지나가다가 마주친 누군가를 자연스럽게 공감하고, 그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말을 물 흐르듯이 해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바로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공감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 라도 단정 짓는 순간, 건강한 인간관계를 만들 기회를 저버리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타인의 처지와 문제에 대해서 끊임없이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함을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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