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속도의 배신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김의준
댓글 0건 조회 5,289회 작성일 19-11-05 00:22

본문

속도의 배신

프랭크 파트노이 저


   날이 갈수록 과학이 많이 발전되고 있다. 예전에는 집에서만 통화가 가능했지만, 현재는 길을 걸어가면서, 버스를 타고 가면서, 언제 어디서든 통화를 할 수 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인터넷 속도가 느려서 사람들이 컴퓨터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많았다면 현재는 5G (5세대 이동 통신) 세대에 사는 만큼 우리는 매우 빠른 인터넷 속도로 인해 컴퓨터를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다. 과학이 발전됨에 따라서 '속도'는 그만큼 중요한 키워드로 부상되었고 더 빠른 속도를 위해 현대 과학은 발전하고 있다. 과학 발전 속도에 발맞춤이라도 하려는 듯이 현대인들의 생활 패턴도 점점 빨라지는 것 같다. 현대인들의 출근길을 보면 '여유'라고는 볼 수 없을 만큼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지하철역에서나 버스 이용하는 길에서 볼 수 있다. 식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전에는 푸짐한 밥상을 먹으며 식사를 즐겼다면 요즘 현대인은 조금이라도 빨리 먹기 위해 패스트푸드를 선호하게 되었다. 이렇듯 현대 사회는 점점 빠른 것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시대의 흐름은 빠른 것을 추구하지만 이러한 것이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일지는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나는 시대의 흐름과 다르게 느린 것을 추구하는 편이다. 물론 운동할 때나 집중력을 필요로 할 때는 그 상황에 맞춰서 빠르게 하지만 평상시에는 될 수 있는 한 느리게 걷고 느리게 행동하고 느리게 생활하려고 한다. 느리게 생활하는 이유는 느리게 행동하는 것 자체가 좋아서 그런 것은 아니다. 느리게 생활하고 행동하다 보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게 되며 조급함이 없어지게 된다. 조급함은 일을 실수하게 하는 주범이라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여유를 갖기 위해 느리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느리게 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4년 전이다. 군대를 갓 제대한 나는 고려대를 다니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의대를 준비하게 된다. 늦은 나이에 수능을 다시 준비한다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다시 준비하기로 한 만큼 열심히 준비하였다. 제대하고 5월쯤부터 시작한 나, 첫 모의고사 성적은 거의 4~5등급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입시를 치룬지 오래된 터라 내용도 많이 잊어버리고 머리도 많이 굳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않았다. 하나씩 차근차근히 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가질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 매달 모의고사 성적은 조금씩 올랐고 결국 그해 수능에서 지방대 의대에 갈 수 있는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거기서 만족하지 못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준비한 만큼 서울에 있는 대학교의 의대에 진학하고 싶었다. 다시 한번 더 수능을 준비하게 된다. 사실 그 당시에는 자신 있었다. 이미 국어를 제외한 다른 과목들은 어느 정도 안정적인 성적을 얻었었고 국어만 올리면 된다는 다소 안일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수능 시험인 만큼 나는 어떻게 하면 빨리 풀 수 있을까에 초점을 두면서 공부하기 시작했다. 공부라는 것은 기초를 쌓아가면서 차근차근히 해야 완성되는 학문이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는 지식을 쌓는 것보다는 어떻게 하면 빨리 풀 수 있을까에만 초점을 두기 시작했다. 실제 그 해 중요한 모의고사라고 할 수 있는 6월과 9월 모의고사는 난이도가 쉽게 출제되어 좋은 성적을 받았었다. 문제는 수능이었다. 객관적인 난이도는 어렵지 않았지만, 그 해 출제된 모의고사들에 비해 조금 더 어렵게 출제되었다. 평소 빠르게 푸는 것에만 초점을 두던 나는 평소보다 문제 푸는 속도가 더디다는 생각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제와 지문 내용이 머리에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그해 수능 결과는 처참했다. 원래 다니던 고려대를 갈 수 있는 성적도 안 되었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약 6개월간 준비한 수능 성적보다 그 이후 1년 동안 준비한 수능성적이 훨씬 안 좋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의대를 가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1년을 더 준비하고도 수능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에 더 놀랐던 것 같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조급함'이었다. 나는 조급했었다. 늦은 나이에 다시 입시를 준비한다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며 이번에 반드시 수능을 잘 봐야겠다는 압박감. 그에 따른 조급함이 입시 실패의 원인이었다. 어떤 시험이든 무조건 빨리 풀어야 하는 시험은 없는 것 같다. 시험이 있으면 문제를 읽고 그것에 대한 답을 내가 알고 있는 범위 한에서 적는 것이 시험이지 누가 더 빨리 푸느냐는 시험의 본질이 될 수 없다. 그러한 시험의 본질을 잃은 채 수능을 무조건 빨리 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임했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후회하지 않는 법. 이를 교훈 삼아 고려대 전기·전자에 복학해 상위권의 학점을 받고 졸업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때의 경험을 교훈 삼아 조금 해 하지 않고 마음속의 여유를 가지며 느리게 행동하는 것을 내 모토로 삼고 있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어떤 이는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고 어떤 이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옛 동화에 보면 느린 거북이가 빠른 토끼를 이기지 않았는가? 물론 아이들 수준의 이야기지만 분명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