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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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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성원
댓글 0건 조회 5,329회 작성일 19-11-05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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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거리


김소원 지음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격언으로 알려져 있는 이 문구는 농담의 소재로 쓰이기도 할 정도로 많이 사람에게 익숙한 말이다. 문장이 간단한 것만큼이나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것이 지혜로운 사람이라는 격언의 의미 역시 간결하고 쉽게 와 닿는다. 그러나 아무리 이 명언이 유명하고 그 뜻을 알고 있다고 해도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 중에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의 기준에 맞추기 위해 흔히 말하는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애쓰며, 적성도 흥미도 무시한 채 세상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번듯한 직장을 들어 갔다가도 얼마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신입 사원들이 많은 현상도 이러한 상황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이 책은 우리의 주변에 다양한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겪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이끌어 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구성을 가진다. 그 중에서도 취업 준비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점점 자존감을 잃어가는 청년과 남들은 부러워할만한 직장에 입사했지만, 마음의 불안을 항상 안고 살아가는 청년 등 불안감 속에서 방황하는 20, 30대 젊은 이들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소설 속 주인공의 이야기가 아닌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상황 속에서 우리의 삶의 단편들을 실어놓은 이 책을 관통하는 주제는 자신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심리상담을 받는 사람들은 대개 ‘세상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바라보는 나’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가 이렇다 할 답을 찾지 못해 상담실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부모님을 기쁘게 해드리기 위해서는 빨리 취업을 해야 하는데 정작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무엇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고, 더 크게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렇게 자신을 알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인 불안은 나도 모르는 사이 조용히 마음 속에서 자라다가 실패나 좌절을 경험하는 순간 일상적인 삶을 위협할 정도로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래서 이런 심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을 알면 ‘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고 말한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내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알게 되고, 그러한 가치를 기반으로 삶의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삶이 분명하기에 남들의 기준에 맞춰 선택할 필요가 없어지고,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이해함으로써 기능적으로 자신을 활용할 수 있다. 어느 곳에서 살지, 어떤 사람들 속에 있을지를 스스로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나를 알아야 나를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잘 아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상태에 있을 때 행복한 지 알기 때문에 행복감도 더 자주 느낄 수 있다.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히는 스웨덴에는 ‘피카(Fika)’라는 오래된 풍습이 있다고 한다. 하루에 몇 차례 시간을 내서 친구 및 동료, 연인, 가족과 커피와 함께 달콤한 계피 빵이나 페스츄리를 먹으며 담소를 나누거나 쉬는 일이 그것이다. 일이든 공부든 우리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는 한계가 있다. 일을 능률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휴식이 필요하다. 그러나 스웨덴 사람들이 피카를 하는 이유는 일에 능률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들은 일하기 위해 살지 않고 살기 위해 일을 한다. 일은 그들의 삶에 일부일 뿐 거기에만 몰두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들은 ‘균형’을 삶의 중요한 가치로 두고 살아간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워라벨’이라는 단어가 유행하고 있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의 줄임말인 ‘워라벨’은 말 그대로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워라벨은 사회 초년생들 사이에서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으로서 자리 매김했고, 정부 정책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실행되면서 어느 때보다 뜨거운 언론과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와 ‘워라벨’을 따지는 청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좋은 쪽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바쁜 대한민국 직장인들에게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주는 것은 분명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과 삶 사이의 적당한 거리를 만들고 그 균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을 통해 각자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우리 사회는 좀 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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