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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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무에게 인생을 배웠다 - 우종영
예전 할아버지의 댁은 파주 한 쪽의 조용한 동네에 있는 전원주택이었다. 이 집의 마당에는 조그만 연못이 있었는데, 여기에는 금붕어가 세 마리 정도 살고 있었다. 아무 생각 없었던 하루 우연히 금붕어를 보면서 ‘얘들은 하루 종일 무슨 생각을 하고 살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마도 얘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이 연못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그날의 루틴을 살 것이다. 어느 날 만약 외지의 물고기가 여기에 들어와서는 ‘야 여기 말고 더 큰 강물이 있어’라고 말해준다면 금붕어들은 뭐라고 대답할까?
최근 많은 분야의 다양한 사람들을 오랜 기간 동안 만나게 되니 이런 저런 건설적인 이야기가 오고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인생을 준비하거나 재테크를 하거나 혹은 인생 2막을 살아갈 미래의 얘기를 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사실 다들 자신만의 이야기에 바쁠 뿐 남의 이야기에는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신이 살고 있는 삶과 직장이라는 테두리에서 한 치 앞을 보는 것만으로도 바쁘기 때문이다. 연못에 살고 있는 물고기처럼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자신의 바로 앞에 놓여있는 삶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살아간다.
나는 예전부터 연구가 끝나면 회사에 가서 능력을 기여해보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고, 처음의 의지는 예전과는 약간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내 생각과 확신에 변화를 준 요인은 각 단계별로 몇 가지가 있었고, 그 중 이 책은 내 결단에 안도를 준 책 중 하나다. ‘인생의 어려운 질문에 대해 항상 나무에게서 그 해답을 얻었다’고 하는 작가는 나무 의사라는 직업으로 30년 동안 자연과 함께 했다. 그 속에서 얻은 자신만의 통찰을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유한다.
“나무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
저자는 나무가 주는 힘에 대해 가장 중점적으로 언급한다.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 나무의 결단력, 주변 나무들이 자라는 동안에도 뿌리를 키우는 일에만 집중하는 나무의 인내심, 마지막까지 다른 생명을 위해 밑거름이 되어 주는 나무의 헌신 등을 통해 우리의 삶도 더 깊어지고 단단해진다고 조언한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들 앞에서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면 더 도움이 될 듯하다.
“나무 곁에 서면 불필요한 일과 무의미한 관계가 구분되고, 삶은 저절로 단순해진다.”
나는 이 부분이 제일 와 닿았다. 사람들은 보통 나무를 수동적인 존재라고 생각한다. 주어진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는 못하고 감내할 뿐이라 짐작한다. 나무는 늘 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환경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생명체다.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환경으로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고, 생존을 위해서는 주변의 아주 작은 변화에도 재빨리 대응해야 한다. 기후와 땅에 대해 나무들이 다르게 적응하는 것이 그 예다. 같은 종인데도 사막에 자리한 나무는 비옥한 땅에서 자라는 나무에 비해 가지도 적고 달린 잎도 얼마 되지 않지만 건조한 기후에 살아남기 위해 잎이 두껍다. 완전 사막으로 들어가면 그나마 있던 잎도 모두 없애고 잎이 달릴 자리에 가시만 남긴다. 변화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곳에 맞게 적응해 가는 것이다. 천수천형이란 이를 뜻하는 듯하다.
이처럼 나무가 가진 모양새는 주어진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매 순간을 생의 마지막처럼 최선을 다해 노력한 결과다. 나무는 선택 앞에서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처럼 주어진 환경을 탓하지 않고, 변화를 올곧이 받아들이며,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완전히 적응하는 능력이야말로 나무의 제1 생존 전략이자, 나무가 이 지구상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생명체가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이런 것을 보면 과연 인간이 나무보다 현명한 존재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우리가 가진 물질적 풍요와 선택의 자유는 어찌 보면 이전 시대의 인간들은 누려 보지 못한 선물이다. 하지만 이는 다른 한편으론 고통의 근원이기도 하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인간이 하루 평균 150가지 이상의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고 한다. 그렇기에 사람들에겐 선택 자체가 스트레스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선택이 지금의 안정적인 상태를 벗어나 잘못된 결과를 낳거나 혹은 더 좋은 걸 놓치게 될까 봐 걱정하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것도 놓치고 싶지 않은 나 같은 현대인들은 더 많은 일과 복잡한 인간관계에 얽매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에 놓이고 만다. 매일매일 흔들린다.
생각해 보면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 때문에 현재를 희생하는 건 오직 인간뿐일지도 모른다. 결국 저자가 중점적으로 언급한 ‘나무는 결코 내일을 걱정하느라 오늘을 망치지 않는다’는 것은 이런 것을 의미하겠다. 수억 년 전부터 지금까지 나무의 선택은 늘 ‘오늘’이었으니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두려움이 밀려올 때는 나무의 조언에 귀 기울여 보는 것도 좋겠다. 어쩌면 사람들이 머리가 복잡할 때 숲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말 그대로 나무 곁에 서면 불필요한 일과 무의미한 인간관계가 구분되고, 삶은 저절로 단순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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