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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Life of Pi) - 얀 마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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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민수
댓글 0건 조회 5,623회 작성일 19-11-0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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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 (Life of Pi) - 얀마텔  (작가정신출판)


 멋진 바다와 호랑이의 뒷 모습을 책 표지로 한 <파이 이야기>는 몇년 전에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유명한 작품이다. 부터상 수상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은 인도에서 살던 한 가족이 새로운 삶을 꿈꾸며 캐나다로 건너가는 도중 배가 난파하게 되고, 구조선에 남겨진 파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표류와 구출되기까지의 과정을 정말 생각치도 못한 풍부한 상상력으로 풀어내는 걸작이다.

 

 우선 작품의 도입부분에서 인도에서의 삶과 가족간의 이야기가 여러 에피소드로 전개가 되는데, 도입부다 보니 작품 전체의 인물과 배경을 가져가는 부분으로 크게 흥미로운 부분은 아니기 마련이지만, 그 중에 한 부분이 꽤나 흥미로와 책의 주된 내용을 서술하기 전에 간단히 소개한다. 책의 전반부에 주인공 파이의 종교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신을 사랑한 주인공 파이는 기독교, 유대교, 이슬람교, 힌두교의 지도자를 모두 만났고, 각 종교의 신을 대하는 의식 (예를 들면 기독교는 예배당에서 기도를 올리고, 이슬람교는 어느 곳이든 땅에 엎드려 기도를 올리는..)을 모두 행하게 된다. 파이의 집을 방문하게 된 각 종교의 지도자들은 모두 파이를 자기 종교에 귀의한 독실한 종교인 (기독교인이자 이슬람교도인이자 힌두교도인인 주인공!)이라고 주장하며 서로의 종교를 헐뜯고 논쟁을 하게 된다. 유일신은 힌두교를 다신교라고 비난하고, 이슬람교는 기적이 없다고 비난하며, 신을 십자가에 못박은 야만적인 종교라고, 폭동을 주도하는 종교라고, 카스트제도가 있는 종교라고, 소를 숭상하는 종교라고, 백인에게만 사랑을 배푸는 종교라고, 서로를 비난한다. 얼마나 직설적이고 흥미로운 종교의 모습인지... 개인적으로 종교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는 건 아니지만 각 종교의 입장에서 상대의 종교를 바라보는 관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결론적으로는 '모든종교는 진실하다' 라고 말한 파이의 말에 모두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러 가며 암묵적으로 화해했지만..


 파이 이야기는 캐나다로 건너가던 파이의 가족(아버지, 어머니, 형, 파이)의 배가 불명의 이유로 난파하게 되고, 구조선에 홀로 남게된 파이와 '리처드 파커'라 불리는 호랑이, 얼룩말, 하이에나, 오랑우탄의 이야기로 주된 이야가기 시작된다. 홀로 남겨진 '사람'인 파이는 무서운 맹수인 호랑이와 하이에나에 두려움에 떨었고, 하이에나가 얼룩말을 공격하여 다리를 잘라먹고 몸을 파먹는 걸 지켜보고, 하이에나와 오랑우탄이 싸움이 나서 결국 하이에나에 머리가 잘려 죽는 오랑우탄을 지켜보게 된다. 그러한 일련의 사건 속에 파이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만 떨고 있었지만, 정작 자기 자리 아래에 있던 '리처드 파커' 호랑이의 존재를 몰랐다가 호랑이가 나타나 하이에나를 죽이고, 그 이후로 호랑이와 파이와의 긴장속 표류기가 시작된다.


 표류간의 이야기는 거북이 사냥과 날치떼, 폭풍, 탈수와 변비 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흥미롭게 이어지지만 역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기묘한 섬에 대한 이야기였다. 해초와 나무가 마치 공생관계처럼 이어진 초록 섬이었고, 미어캣만이 있을 뿐 그 외에는 어떤 생물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의 평화롭지만 기묘한 섬이었다. 오랜 표류동안 허약해진 파이와 호랑이는 그 섬에서 수분과 식량(미어캣)을 얻어 기력을 회복하지만 섬의 담수호에서 괴상한 나무열매속의 인간의 치아를 발견하면서 그 섬이 마치 식충 식물처럼 밤이되면 산성으로 변하여 섬의 생물들을 소화하여 에너지원으로 삼는 다는 것을 알게되고, 다시 섬을 탈출하여 표류를 하게된다. 추후에 이야기가 다시 나오겠지만, 이 섬의 의미와 존재는 모호하다. 파이의 상상속의 무엇일 수도 있고, 다른 동물처럼 어떤 일련의 사건을 묘사한 부분일 수도 있지만, 표류의 한계에서 만나는 신비의 섬, (식충(?) 식물의 섬) 그곳에서 발견되는 미어캣(항상 주변을 살피는)과 파이와 호랑이에게 수분과 음식을 제공해줬으나, 실상은 그들을 에너지원으로 삼기위한 목적을 가진 섬의 존재는 일련의 상황을 겪었던 파이의 내면의 모습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여 매우 인상 깊은 에피소드로 남는다.


 책의 말미에 멕시코에 도달하여 구출되는 파이는 배의 선주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인들이 찾아와 배의 침몰과정을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표류과정과 동물들과의 이야기, 섬의 이야기들을 이야기 하지만 당연히 일본인들은 실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해하지 못 했고, 파이는 동물이 나오지 않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냐며 인간이 등장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머니와 요리사, 선원, 그리고 자신이 나오는 이야기는 어머니=오랑우탄, 요리사=하이에나, 선원=얼룩말, 파이=호랑이에 빗대어 동물이야기를 풀어나갔다는 사실을 보여주며, 요리사의 탐욕으로 인한 선원의 죽음과 식인의 과정, 어미니와 요리사의 다툼과정에서 결국 어머니가 죽어가는 비극적인 이야기와 파이가 요리사를 칼로 찔러 죽이는 과정에서 요리사는 자신의 죽음을 방관하는, 그렇지만 파이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동물이 등장하지 않았던 인간의 눈으로 보는 표류의 진실이 나타난다. 그리고 파이는 일본인에게 묻는다. '어느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어느쪽이 더 나은가요? 동물이 나오는 이야기요, 동물이 안 나오는 이야기요?'

 

 이 책에 감탄하게 되는 부분은 저 비극적인 상황을 동물로 의인화하여 풀어내어가는 과정과 자신을 '리처드 파커'에 투영하여, 그리고 아마도 실제도 표류간에도 '리처드 파커'를 가상으로 만들어 자신을 위로해가는 일련의 부분이 정말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한 것인가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을 통해 극적인 상황을 한 걸음 떨어져 관찰하면서도 더욱 더 극적인 몰입감을 가지게 하는 것이 정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이렇게 뛰어난 상상력과 필력이라니!


 이 책의 또 다른 인상 깊었던 부분은 멕시코에 도착하여 눈물을 흘리는 파이가 그토록 서럽게 울었던 이유가, 드디어 구출되었다도 아니고, 그간의 힘든 여정때문도 아니었으며, 자신을 떠나가는 '리처드 파커'와의 이별 때문이라는 부분이었다. 그 '리처드 파커'는 파이의 내면의 모습이었고, 그를 지탱해주는 정신적 지주였을 것이기에 표류가 끝나고 인간의 영역에 돌아왔을 때 인사없이 떠나가는 '리처드 파커'와의 이별은 파이에게는 마음속, 정신속 깊은 곳에서 큰 의미를 가졌으리라.. '리처드 파커'와의 이별은 파이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파이 이야기는 영화소개(실제로 영화는 보지 못했다)를 통해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으나, 그냥 내용만 아는 것보다는 역시 책으로 읽어 보는 것이 더 큰 감명이었다.

 '부커상' 받은 책중에도 재미난 책도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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