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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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득이 > - 김려령
- 이 승 환 -
여기 낙후된 주택가에 살고, 가족으로는 꼽추 난쟁이인 아버지, 정신시체가 있는 삼촌과 사는 소년이 있다. 같이 살지는 않지만, 어머니는 베트남에서 결혼 이민을 온 사람이다. 그리고 이 소년은 옆집에 살고, 늘 그를 괴롭히기만 하는 담임선생님 ‘동주’ 때문에 더욱 팍팍하기만 하다. 옥탑방, 수급대상자, 카바레와 지하철을 전전하는 가장의 밥벌이 등 실제로 있을 법하다고 하지만 척박한 배경에서 자라난 소년 완득이는 우리가 평소에 신경 쓰지 못하고 있는 가난한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찍 헤어지고 17년 동안 완득이는 어머니 없이 성장한다. 세상의 시선이 온종일 그의 가슴을 후벼판다. 세상은 마땅히 놀릴 거리가 없으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버지를 들먹이고 이런 아버지를 감추도록 강요한다. 어머니는 사람들에게 ‘저쪽 사람’으로 분류되기에 이른다. 이렇게 부모 자체가 상처인 완득이는 세상에 자신의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다는 탄식을 내뱉는다. 그래서 돌아다니다가 결국 혼자 있고 싶어서 온 곳이 결국 집이더라는 완득이는 갈 곳이 없는 소년이다. 이렇게 완득이를 둘러싼 환경은 처절하다. 완득이는 태어날 때부터 혹은 자라면서 입은 상처가 깊을 법도 한데 완득이가 이끌어가는 완득이 인생의 분위기는 밝다. 마치 고통을 해학으로 탈바꿈하는 자세를 가진 코미디언과 같은 자세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우리 중에서도 같은 사건을 겪었지만, 그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는 썰쟁이가 있지 않은가?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 완득이의 길고 긴 기도문으로 시작한다. 기도란 자고로 엄숙하고 경건해야 할 것 같지만, 완득이의 기도는 그렇지 않다. 완득이는 하나님께 담임선생님을 죽여 달라고 기도한다. 완득이가 죽여 달라 기도하던 담임선생님은 학교에서 자기 반 아이들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협박 중이다. 완득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상황이 엇박자다. 그러나 아랑곳하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된다. 그 엇박자를 타고 흐르는 이야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완득이의 담임선생님인 동주는 완득이에게 불편한 존재이다. 뜬금없는 행동만 일삼는 담임선생님 동주는 완득이가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인 것을 공공연하게 밝히는가 하면, 수급품인 햇반을 가져오라 하고는 집에 와서는 다시 그 햇반을 빼앗아간다. 완득이는 미쳐버릴 상황이지만 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과 학생 같지 않은 학생이지만, 서로 상대에게 남겨진 마지막 선은 넘지 않기 때문에 안심하고 웃는다. 선생 같지 않은 선생과 학생 같지 않은 학생이 엇박자를 타고 티격태격한다.
이런 완득이 이야기에 강한 엇박자가 하나 더 들어간다. 담임선생님 동주는 허구한 날 싸움만 하는 완득이에게 킥복싱을 권유한다. 싸움과 킥복싱은 완득이에게 같은 듯 다른 세상이다. 몸을 쓴다는 면에서 둘은 닮았지만, 싸움은 이기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면, 킥복싱은 잘 지기 위해서 무엇이든 한다. 이기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정당한 방법을 찾아 이기는 것, 그것을 찾지 못한다면 잘 지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자신을 지킬 수 있다. 끊임없이 움직여 몸을 만들어야 한다. 달라진 완득은 이렇게 고백한다. “전에는 나만 멈춘 것 같았는데 지금은 나만 움직인다.”
완득이 이야기에는 엇박자 말고도 쉼표도 있는 것 같은데, 바로 어머니다. 갑자기 나타나 아들에게 존댓말을 쓰는 어머니. 베트남 사람이지만 완전한 어른으로 완득이를 보듬는다. 그리고 또 하나의 쉼표, 여자친구. 그들은 화내고 욕하지 않아도 함께할 수 있는 세상이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이 과정에서 완득이는 성장한다. 일련의 성장통에 완득이는 웃지 않는다. 하지만 그 변화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다.
완득이를 둘러싸고 있는 인물은 우리가 ‘실패자’라고 쉽게 부르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런 실패자 완득이가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희망을 엿볼 수 있다. 내가 살던 곳 안산은 외국인 노동자가 밀집된 지역이다. 코리안 드림의 꿈을 꾸며 먼 타국의 반월 공단으로 모인 그들도 그들만의 인생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아무리 우리네 인생이 팍팍하다고 해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소외된 구석으로 시선을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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