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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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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성원
댓글 0건 조회 5,444회 작성일 19-10-09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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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최근 SNS 상에서는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남에게 상처받지 않는 방법 등 자존감이나 인간 관계 속에서 상처받는 사람들에 대한 포스트가 많이 올라온다. 또한, SNS 뿐 아니라, 오프라인 상에서도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무뎌질 줄 알았는데, 무너지고 말았다’ 등 사회 생활 속 사람 사이 관계에서 받는 상처들에 대한 내용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물론 1995년에 발표되기는 했지만 깊이에의 강요 역시 앞서 언급한 책들과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젊은 여인이 초대 전시회에서 어느 평론가에게 비평을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그는 악의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저 초대 전시회를 연 그녀를 북돋아 줄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런 평론가의 의중을 알리 없었던 그녀는 그가 이야기하는 깊이라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자신에 작품에 부족한 깊이를 더하기 위해 깊이가 없는 이유를 찾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러나, 그저 미사여구가 부족해서 끄집어낸 깊이라는 단어에 애초에 큰 의미란 존재할 수 없었고, 그런 사실을 몰랐던 그녀는 점점 허상에 집착하게 되고 결국 자존감을 완전히 상실한 채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을 덮고 나서 어떤 사람은 한 사람의 말에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삶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 그녀를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사람이 존재하고, 나 역시 책을 덮은 후 그녀의 삶의 모습에서 예전의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나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어떤 일을 마치고 평가를 받을 때 여러 칭찬의 말보다는 한 가지 질책의 말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사람이었다. 원채 내가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지 않는 편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이 기분 나쁜 것을 못 견디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깨달은 한가지 사실은 다른 사람은 내 인생에 그다지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소설 속 그녀가 그토록 집착한 깊이라는 단어는 정작 그 말을 뱉은 평론가의 입장에서는 비평에 쓸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고른 단어에 지나지 않았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는 것처럼 삶을 살아가보면 주변에서 별 의미없이 던진 말들에 상처받는 사람들이 많다. 속담을 빌어서 내 생각을 이야기하자면, 어렸을 때는 무심코 돌을 던지는 사람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개구리였기 때문이었을까 싶지만, 당연히 돌을 던지는 사람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상황을 겪어 보니 돌을 던지는 사람을 바꾸겠다는 생각은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애초에 돌을 던지던 사람이 고의로 그런 행동을 저지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사람이 고의로 돌을 던졌다면 개선의 여지가 있겠지만, 무심코 돌을 던지는 다시 말하면 자기가 돌을 던지는 지도 모르는 사람은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런 사람은 아마 돌 좀 그만 던지라고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할 것이다.


이런 사실을 깨닫고나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애석하게도 개구리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돌을 맞아도 끄떡없는 개구리로 바뀌거나 또는 돌을 현명하게 피할 수 있는 개구리로 변하는 것이다. 만약 소설 속 주인공이 이런 개구리가 되어 비평가의 말을 한 사람의 의견 정도로만 받아들이고 흘려 보냈다면 소설의 스토리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녀와 그녀 작품에 호감을 표하는 많이 사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깊이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결국 그들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았다. 이는 비단 소설 속 주인공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주변에도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상처 받아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의 문을 닫고 결국 스스로의 감옥에 갇혀 고통 받는 사람들이 너무도 많다. 만약 자신이 그런 사람 중에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서 빨리 현명한 개구리가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자신을 향해 돌을 던지는 사람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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