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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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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백지희
댓글 0건 조회 5,448회 작성일 19-11-02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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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 간다

 - 유성호 지음 -


백지희



  제목이 강렬해서 눈에 띄는 책이었다. '나는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 이 책의 저자 유성호 교수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법의학교실 교수로 일하고 있고 지난 20년간 1500여 건의 부검을 담당한 부검의이다. 그는 일주일에 한 번 매주 월요일 부검을 하러 간다. 즉, '매주 시체를 보러간다'는 매우 강렬하지만 그야말로 맞는 말인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집었다.

 

  이 책은 감정적이기 쉬운 죽음을 의학과 법학의 관점에서 분석해낸다. 그리고 죽음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과 우리가 죽음을 준비해야하는 이유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총 3부로 나누어져있고 그중 1부는 법의학이란 무엇인지 소개하며 저자가 비 인기분야인 이 길로 들어선 이유와 지금까지 맡아왔던 사건들을 소개한다. 그중에는 뉴스나 '그것이 알고 싶다.' 등에서 크게 보도되었던 윤 일병 폭행 사망사건이나 문경 십자가 사건등도 있다. 2부는 죽음의 의미에 대해 서술한다. 의학이 발달하면서 삶과 죽음의 경계에 대해 이전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윤리적인 문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줄기세포 연구에 따른 윤리적인 문제와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또한 스스로 생명을 끊는 자살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는 많은 생각을 했다. 3부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죽음을 준비해야하는지 다루고 있다. 2014년 만 20세 이상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임종을 원하는 장소로 약 57.2%가 집을 선택했다. 하지만 실제로 임종을 맞이하는 장소는 집이 18.8% 의료기관이 70.1% 였다. 의학의 발달로 많은 사람들이 충분히 준비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게 된다고 이야기하며, 웰빙에 대해 고민하는 만큼 웰다잉(well dying)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을 읽으면서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 어릴 때 부모님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 자랐는데 그래서 그런지 더 애틋했다. 할아버지는 나에게 참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리모컨의 건전지를 +,- 맞춰서 끼우는 법, 내 이름을 한자로 쓰는 법, 상처 난 곳은 소독 하고 반창고를 붙여야 한다는 것, 자전거 바퀴에 바람을 넣는 법뿐만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법, 누군가를 용서하는 법 등등.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마지막 인사를 하러 들어갔다. 그때가 내 인생에서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숨결이 없는 사람을 마주한 경험이었다. 마지막까지 중환자실에서 암세포랑 싸우다가 돌아가셨기에 할아버지는 마르고 파리했다. 덜덜 떨면서 할아버지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맞이한 순간이었다. 나는 가끔 잠이 안 오면 그 순간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죽음을 법의학 관점에서 다룬 글이라 감정이 많이 묻어나있지 않은데도 어느 순간 눈물이 고이기도 했다. 어찌 됐든 죽음은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의 주제이다. 살면서 다른 사람들의 죽음을 보게 되고 사실 언젠가는 나 자신도 죽을 것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타인의 죽음을 예기치 않게 맞이하게 될 때마다 우리가 연결되어있고 살아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모른 척 지나가는 사람도, TV로만 보아왔던 사람도, 건너 알던 사람도 사실은 모두 이 땅에 태어나 나와 같이 살아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삶은 죽음과 붙어있으니, 그건 마치 건강한 상태에서는 내 몸의 식도가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지만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게 되면 욱신욱신 쑤시고 아프면서 내 식도가 어디에 있었는지 그 자리를 깨닫게 되는 것 같다.

  누군가가 같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누군가의 죽음을 들을 때 나는 이어져 있던 지도 몰랐던 손이 툭- 하고 끊긴 허망함이 든다. 특히 이 책에서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서 자살 방지 펜스를 설치하는 연구에 대한 부분을 읽고 그랬다. 누군가는 어차피 이곳에 자살하러 왔다가 자살 방지 펜스 때문에 제지를 받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죽을 것이라면서 그러한 제지가 소용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연구에 의하면 한 번 자살 제지를 받은 사람 중 67%는 다시 자살을 시도하지 않고 평균 수명을 다 했다고 한다. 한 번이라도 제지를 받았으면 자살자의 무게중심이 죽음에서 삶으로 이동해 올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자살을 하려는 자는 즉흥적으로 자살을 저지르지 않는다. 몇 번이나 그 순간을 상상하고 계획하고 진행한다. 우리는 그들의 삶의 방향을 돌려 세워야 하고 시도를 막아 그들의 삶이 다시 새로운 빛으로 가득하게 도와주어야 한다. 나는 그 부분을 읽고서 나 자신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요 사이 좀 그랬다. 할일이 산더미처럼 많았는데도 순간순간 모든 것이 허망하다는 생각이 지워지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집 근처로 산책을 나갔다. 강가를 따라 산책하다가 이 책의 마지막에 나왔던 문구가 생각났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사실 나는 지금까지 죽음을 마냥 두려워만했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될 때면 어떻게든 그 생각에서 빠져나오려고 노력했다. 어떻게 나의 삶의 마지막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해본 적도 없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여정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온전하게 살 수 있다. 어찌 보면 죽음이라는 것은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산책로의 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옆에 따라 흐르는 강이 아닌가 생각한다. 강변 산책로 위를 걷는 나는 그 천길 물속을 알 길이 없지만 삶의 곁에 함께 흐르고 있고, 삶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책의 마지막 말이 결국 이 책이 하고자 하는 말인 것 같아 인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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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페 디엠 Carpe diem!

현재를 즐겨라!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던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에 앞서 죽음을 생각하며 살아야 한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신이 어떠한 모습이기를 바라는지 끊임없이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삶은 더욱 풍성해지고 깊은 의미를 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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