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작지만 위대한 일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백지희
댓글 0건 조회 5,394회 작성일 19-09-04 00:02

본문

작지만 위대한 일들

- 조디 피코-

 
 루스는 20년 넘게 한 병원에서 근무한 분만실 간호사이다. 나는 아기를 낳아보진 않았지만, 만약 아기를 낳는다면 루스에게 나의 간호를 맡기고 싶을 만큼 그녀는 유능하고 감정적으로 산모를 위로할 줄 알며 책임감 또한 남다른 간호사였다. 그런 그녀에게 사건이 터진다.

여느 날처럼 그녀는 출근해서 갓 출산한 부부의 병실에 들어갔다. 그 부부는 상당히 긴장되어 보였지만 그녀는 그녀가 해야 할 일을 차근차근 진행했다. 아기를 살펴보며 신생아 검진을 했다. 체온을 재고 심장박동을 듣고 목욕을 시키고 부인이 모유 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찰나, 그 부부의 남편이 경직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내 아내에게서 손 떼세요.”

 루스는 그 병실을 나와야 했고 혹시 병실 안에서 본인이 실수한 것이 있나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아기 아빠 터크는 루스의 상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간호사나 저렇게 생긴 다른 간호사에게는 절대 내 아기를 맡기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는 터크의 손목에는 노예 제도를 지지했던 미국 남부 연합의 깃발, 남부 연합기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그 이후 터크 부부의 아기 차트에는 진홍색 포스트잇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간호사는 이 환자를 돌보지 말 것.”

 그 부부는 루스가 진행했던 어떤 검사나 행동이 못마땅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그녀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그 병동에 흑인 간호사는 루스 그녀 혼자뿐이었다.
 바로 그다음 날 사건이 일어난다. 인력이 모자란 병원에서 그녀는 아기와 단둘이 남는 상황이 발생했고, 아기는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으로 결국 사망하게 된다. 아기 부모는 그녀가 그 전날 본인이 병원 측에 했던 요청 때문에 그녀의 아기가 위급상황이었음에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그 때문에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었다. 그녀는 병원에서 쫓겨나는 것뿐만 아니라 간호사 면허가 박탈되었고 경찰에 체포되어 구치소에 수용되었다.

 그런 그녀에게 변호사 케네디가 나타난다. 그녀는 국선 변호사로 처음에 루스가 보석금을 내고 재판 전까지 구치소에서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만 맡았다. 그녀는 살인사건도 맡아본 적이 없고 이미 맡고 있던 사건도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케네디는 루스의 사건을 자세히 살펴본 후 온종일 그녀의 사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루스의 사건을 본인이 변호하고 싶다고 제안한다. 그리고 케네디는 루스의 변호를 맡게 되며 점차 그녀에 대해 알게 된다.
 케네디는 지난 대선에 오바마를 찍었고 흑인 친구가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 사건에 대해서도 인종차별 문제를 법정에서 이야기하면 패소 가능성이 커지므로 인종차별에 대한 논지를 꺼내면 안 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녀는 재판이 진행되고 루시에 대해 점차 알게 될수록 그녀 자신 또한 (의도치 않았던) 인종차별주의자였음을 깨닫는다. 

 머리에 하켄크로이츠 문신을 새기고 아프리카계 미국인 간호사가 자기 아기를 만지지 못하게 하며 흑인을 조롱하는 농담을 하는 것만이 인종차별이 아니다. 회사에 유색인이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상사에게 이유를 묻지 않는 것, 초등학교 교과서에 흑인 역사 수업이라곤 노예 시절만 다루는 것을 보고도 모른 척하는 것, 인종차별 때문에 기소된 의뢰인을 법정에서 변호하면서도 인종차별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듯 얼버무리는 것. 이런 것들 또한 인종차별일 수 있다며 그녀를 재판에서 변호했다. 

 소설은 이 세 명의 시각에서 같은 사건을 서술한다. 흑인이 몰던 차에 형이 사망한 후 백인우월주의 사상을 갖고 관련 사이트를 운영하던 터크. 그는 흑인 때문에 형뿐만 아니라 사랑스러운 아기도 잃었다.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했던 흑인 간호사 루스. 그녀는 빈민가 출신이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명문대에 입학해 간호사가 되었다. 그녀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꼈고 그날 사실은 아기를 살리려고 마지막까지 노력했지만, 흑인 간호사는 아기를 건드리지 말라고 했기에 응급조치를 취했던 사실을 재판 마지막까지 숨긴다.
 그리고 그녀를 변호하던 변호사 케네디. (사실 백인 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루시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루시를 이해하게 된다. 쇼핑센터에 가면 흑인이 낸 지폐는 꼼꼼히 검사하고 ID카드도 받는다. 본인은 그냥 계산하면 된다. 둘이 같이 쇼핑몰을 나서면 경호원은 흑인의 가방만 검사한다. 루스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케네디는 본인이 전혀 몰랐고 겪어보지 않았을 인종차별 문제에 직면한다.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케네디의 생각이 가장 많이 변하게 된다. 

“형평이에요. 평등은 모든 사람을 똑같이 대하는 거예요. 하지만 형평은 차이를 고려해서 모든 사람에게 성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거죠. 평등은 공정해 보일 뿐이고, 형평은 정말로 공정해요. 두 아이에게 똑같은 시험지를 주는 게 평등이에요. 하지만 한 아이는 장님이고, 또 다른 아이만 눈이 보인다면 그건 공정하지 않죠.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에게는 점자 시험지를 주고, 보이는 아이에게는 일반 시험지를 줘야 해요. 물론 같은 문제가 실린 시험지를요.”

 나는 한국 사회에서 살면서 인종차별에 대해서 피부로 느낀 적이 많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사실은 나도 외국에 나가면 차별받는 존재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혹은 장난처럼 ‘흑형’이라는 단어를 쓴 적이 있었나... 이 단어를 들을 때 거부감이 있었던가?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언킹에서 하이에나들은 흑인이나 남미인들이 주로 쓰는 속어를 사용하고, 친형인 무파사의 갈퀴는 연갈색인데 비해 악역 스카의 갈퀴는 까만색으로 그려져 있다. 이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나? 하는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 제목 ‘작지만 위대한 일들’의 모티브가 된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의 말을 덧붙여 본다.

“만일 내가 위대한 일을 할 수 없다면, 작은 일을 위대하게는 할 수 있습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