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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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 루이스 캐롤
- 이 승 환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1865년 영국의 루이스 캐롤이 지은 동화책으로, 영미 문화권에서 성경과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인용이 많이 되는 고전이다. 호기심이 많은 소녀인 앨리스는 우연히 회중시계를 차고 바쁘게 중얼거리며 뛰어가는 토끼를 발견한다. 토끼가 들어간 토끼 굴 속으로 따라 들어간 뒤 이상한 나라에 도착하고, 이상한 나라에서 몸집의 크기를 바꿀 수 있는 음식을 먹으며 모험하는 내용의 이야기는 영화, 연극,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마주되고 패러디되었다.
필명은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본명은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Charles Lutwidge Dodson)은 영국 옥스퍼드 내 단과 대학인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공부하며 연구원으로 재직했는데, 그는 당시 학장인 헨리 리델의 집에서 하숙한다. 루이스 캐럴은 템스강에 함께 피크닉을 갔던 리델의 자녀에게 자신이 지어낸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 이야기를 엮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출판했다. 그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필했던 당시의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리며 대영제국의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산업 혁명 이후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영국은 과거부터 사상을 지배해온 전통 가치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곧이어 영국 사회에는 물질주의가 팽배하는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수학자이며 종교인이었던 캐럴의 눈에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회 변화로 혼란에 빠진 영국이 이상한 나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한 캐롤의 생각이 캐롤의 낱말에 스며든 것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동화이지만 많은 철학가와 문학가들의 화젯거리가 되어왔다. 작품 속에 숨겨진 비유, 행간에 숨어있는 메시지와 상징을 찾으려는 노력은 출판 이후 약 15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the Rabbit Hole
지루한 일상 속에서 무언가 재미있는 일을 찾던 앨리스는 나른한 오후에 언니와 하릴없이 강둑에 앉아있다가 하얀 토끼를 보게 된다. 그런데 그 토끼가 회중시계를 들고 뛰면서 말도 한다. 다른 생각은 하지도 않고 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간다. 그렇게 들어간 토끼 굴에서 지하 세계의 방을 발견한 앨리스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렇게 토끼 굴로 빠지는 앨리스의 모습에서 유래된 표현인 “Into the rabbit hole.” “Go down the rabbit hole.”은 공간적인 의미 이외에 무언가에 깊게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토끼 굴에 들어가는 행위’는 한 인간이 새로운 집단이나 사회에 들어가는 것으로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앨리스는 이상한 나라에서 모험을 시작하며 신체가 작아지고 커지는 등의 신체 변화를 겪고 이어서 혼란에 빠진다. 나아가 그녀는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들어오기 전에 배운 상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 좌절하고 끝내 자신이 누구인지도 헷갈리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우리가 새로운 학교에 입학하거나 새로운 회사에 입사할 때 비슷한 느낌을 겪을 것 같다. 가령 대학에 진학한 고등학생을 예로 들면, 고등학교 때 배우는 지식과 언어는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완전히 다르지는 않겠지만, 상당한 부분에서 차이점이 있고, 심각할 경우 가치관의 대립이나 인지 부조화에 당황할 수가 있다. 정해진 시간표가 없고, 미성년자라는 딱지를 붙이며 부여되던 각종 제재가 풀린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그 답은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어떻게 행동했는지 살짝 엿보면 될 것 같다. 앨리스는 쐐기벌레와의 만남 이후, 몸을 확대하는 버섯과 몸을 축소하는 버섯을 양손에 쥐고, 상황에 맞게 신체의 크기를 조절하며 각 상황을 더욱 깊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또한, 매 순간 정해진 답은 없으며, “나도 미치고 너도 미쳤어. 미치지 않았다면 여기에 오지 않을 테니까.”라고 유일하게 정상적인 답변을 하는 체셔 고양이의 안내를 받는다. 그런 앨리스는 모험을 계속하며 능동적이고 다양성을 배워나가면서 이상한 나라에 적응을 마친다. 이후에는 우리가 잘 기억하는 것처럼 카드 왕국의 병폐와 모순을 지적하고, 이에 화가 난 카드 왕국의 여왕이 앨리스의 목을 치라는 호통에 “당신 말에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요? 겨우 종이 카드인 주제에!”라는 대꾸를 하며 앨리스는 긴 모험을 마친다.
『"오늘은 정말 모든 게 다 이상하네! 어제는 평소와 다름없었는데 말이야. 하룻밤 사이에 내가 변한 걸까? 잘 생각해보자. 오늘 아침잠에서 깨어났을 때 어제의 나와 똑같았던 걸까? 그래, 기분이 조금 이상했던 것도 같아. 하지만 내가 정말 변한 거라면 ‘지금의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지?’ 아, 이건 정말 엄청난 수수께끼야." (본문 中)』
앨리스의 모험에서 상황에 맞추어 몸집의 크기를 바꾸는 것처럼 우리도 때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며 새로운 세계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여기에 체셔 고양이처럼 선택의 상황에서 적절한 조언을 던져줄 수 있는 동료나 선후배가 있다면 이상한 나라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져도 더는 당황하지 않고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종국에는 새로운 세상에서 다양한 경험을 축적한 뒤 카드 왕국의 왕이나 여왕 같은 커다란 권위 앞에서도 당당히 맞설 수 있을 힘이 생길 것이다.
물론, 이상한 나라의 어제오늘과 앨리스가 살던 지상 세계의 어제오늘은 분명 같을 것이다. 그렇지만 새로운 경험으로 무장한 오늘 밤의 나는 이제 막 깨어난 오늘 아침의 나와 분명 다를 것이다.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새로운 경험을 찾아 모험을 거듭하던 내가 성장한 결과일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 in Wonderland)>가 아니라 <앨리스의 땅속 모험(Alice’s Adventures Under Ground)>이었다고 한다. 나는 여기서 이 땅속의 ‘Under world’를 ‘더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비유로 받아들이고 싶다. 나는 내일 새로운 토끼 굴로 뛰어 들어갈 자신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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