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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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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지원
댓글 0건 조회 5,183회 작성일 19-10-0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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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 천명관

 

 가족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언제 들어도 애틋하고, 평안한 마음을 주는 존재로 남아있다. 어떨 때는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가 있을 때는 그 무엇보다도 큰 위로가 되어준다. 최근에는 조카들이 태어나면서 가족의 의미가 더욱 커졌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소중한 것으로 남게 되었다. 항상 그 자리에 남아서 언제 찾아가도 낯설지 않고 편안한 곳,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가족의 의미이다.

 

 고령화 가족이라는 소설에서는 경제력을 모두 잃은 두 아들과 이혼한 딸이 어머니 혼자 사는 집으로 들어오면서 평균 나이 49세의 고령화 가족이 다시 꾸려지게 되었다. 한 가정을 이끌어가야 할 나이인 두 아들은 초라하게 여동생과 어머니에게 의지하며 삶을 연명하기 바쁘다. 아버지의 부재로 인해 더욱 외로웠을 그들은 온 가족이 모여 살던 때를 회상하며 다시 모여서 새롭게 재구성되었다. 한집에 사는 이들이 겪는 가족 구조는 일반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각자의 역할이 분명했고, 어린 시절 왁자지껄한 가족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기에 활기찬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족 구성원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고, 그 속에서의 내 역할은 지금까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

 

 먼저 가장 가슴 아프면서도 진하게 와닿은 것은 어머니의 역할이었다. 외로운 생활을 하던 중, 자식들이 아픈 과거를 경험하고 돌아온 지금, 과거에 대해서는 한마디 하지 않고 묵묵히 자식들을 감싸준다. 다 쓰러져가던 집에, 점차 쇠퇴하고 있는 중년의 아들과 딸이 모였지만, 가족이 모였다는 그 자체로 행복해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그려진다. 자식들에게 쓴소리 한번 하지 않고, 고기반찬을 내어주는 어머니의 조건 없는 사랑을 엿볼 수 있었다. 나 역시도 가끔 내려가는 본가에서 항상 희생만 하시던 어머니의 역할이 가장 무거운 것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가족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가장 큰 역할을 하는 분은 어머니가 아닐까? 바쁜 일상을 보내다가 한 번씩 찾는 집에서는 바깥 음식에 찌든 나를 정화하듯 맛있는 집밥을 먹을 수 있고, 아무리 힘든 삶을 보내다가도 집에만 가면 학창시절의 나로 돌아가 마음이 편해진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하는 형제의 모습에서 우리 형과 나의 모습이 겹쳐 보여서 흥미로운 장면이 많았다. 덩치가 두 배에 달하는 소설 속 형인 '한모'가 동생 '인모'와 싸우며 아이들처럼 장난을 치지만, 동생을 걱정하고 아끼는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형제란 티격태격하면서 피어나는 우애로부터 발전하는 관계인 것은 어느 형제든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서 중년의 남성들이 되었지만, 본질을 잃지 않은 그들의 모습이 마치 지금의 우리 형제를 보는 듯했다. 어린 시절부터 줄곧 태권도 선수 생활을 했던 형에게 많이 맞기도 하면서 티격태격 자라왔지만, 성인이 된 지금은 나의 든든한 지원자이자, 가족의 분위기 메이커가 되어 존경스러운 마음이 든다. 나보다도 장난기 많고, 철없다고 느껴졌던 형이 어느새 결혼하고, 두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런 형이 이른 나이에 두 딸을 낳아서 힘들겠지만, 가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주고, 카페를 운영하며 밥벌이하는 모습에서 존경심과 대견함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 역시도 더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소설에 등장하지 않은 아버지이지만, 그의 부재로 인해 힘들었던 소설 속의 가족을 보면 집안의 기둥으로써 대단한 역할을 하고 계신 것이 분명하다. 우리 가족은 두 아이를 키우는 형수, 그리고 모두에게 기쁨을 주는 조카들까지 각자의 역할이 잘 짜인 한 팀처럼 서로가 행복을 주고받는다. 그런 가족과 7년간 떨어져 지내온 나의 역할을 무엇일까? 나를 제외한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각자의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고, 그 역할을 충실하게 행하고 있지만, 내가 가족의 행복을 위해 이바지한 것은 아주 작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족 모임에 항상 참여하고 싶지만 여의치 못한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았다. 그러면서도 크게 죄송한 마음 없이 내가 가야 할 길만 나아갔었다. 더 시간이 지나서 부모님이 더 나이 드신 후, 우리 가족이 ‘고령화 가족’이 되기 전에 시간이 나는 대로 자주 찾아뵙고, 그간 어떻게 지냈으며 무엇을 배웠는지, 부모님은 어떻게 지내셨는지 이야기하면서 소주 한잔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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