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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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록위마(指鹿爲馬)
조고가 이세황제 호해에게 말했다.
“폐하, 이건 참으로 좋은 말입니다. 폐하를 위하여 바치나이다.”
“승상은 농담도 심하시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니 무슨 말이요?”
“이건 말이 틀림 없사옵니다.”
조고가 우기자, 호해는 중신들에게 물었다.
“대신들은 저게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말이오 사슴이오?”
그러자 대부분 조고가 두려워 ‘말’이라도 대답했다. 일부 사람은 ‘사슴’이라고 대답했는데, 조고가 기억해두었다가 죄를 뒤집어 씌워 제거했다. - 사기 진시황본기
그 유명한 지록위마(指鹿爲馬)의 유래이다. 권세를 앞세워 윗사람을 농락한다는 의미와 함께,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이려는 짓을 의미한다. 본인이 왜 지록위마의 고사를 이렇게까지 소개하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눈치 챘을 것이다.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등학교 2학년 때 쓴 의학 논문이 부정한 방법으로 작성되었고, 이를 입시에 이용한 것에 대하여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였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고등학교 2학년에 모대학의 의대 교수 밑에서 2주동안 인턴을 하였고, 이를 토대로 SCIE 급의 의학 저널에 ‘제 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이를 대학입시의 자기소개서에 그대로 실었고, 합격했다. 누군가는 ‘고등학생이 논문을 쓰는 것이 무슨 문제냐?’라고 항변할 수 있다. 맞다. 논문을 실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폰 노이만 같은 세기의 천재도 고등학생 시절에 수학 논문을 썼으니 말이다. 하지만, 논문을 쓰는 것 이전에 논문을 쓸 자격이 되는지, 논문의 제 1저자를 가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나 합리적인 반박 없이 고등학생은 왜 안되냐고 말하는 것은 논점을 흐려버리는 반박이다. 첫 번째, 병리학이라는 학문은 의학적, 생물학적 지식이 없으면 일반인이 2주만에 이해하고 실험하여 논문을 작성하기 어려운 학문이다. 본인이 확인한 결과 문제가 되는 논문에서 인용한 다른 논문만 30개이다. 전공자라도 배경지식 없이 논문을 2주 만에 30개를 읽고 이해하여 필요한 구절에 인용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더군다나 1저자라는 자리는 결코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해당 논문과 실험에 설계 및 주도적으로 연구를 수행하며, 교신저자와 함께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하고, 나아가서 다른 사람의 질문에 능숙하게 본인의 연구 결과에 대하여 설명하고 제기한 문제에 대하여 명확하게 답변을 해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언론의 취재결과 지도했던 의대 교수는 외국대학 입시를 위하여 후보자의 딸을 논문의 1 저자로 주었다고 시인했으며, 그저 일을 열심히 하고 영어를 잘해서 1 저자를 본인이 주었다고 했으니 문제가 없다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말도 안되는 소리! 언제부터 논문의 1 저자가 그저 열심히 한 사람에게, 영어 잘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던 자리던가? 지금도 논문을 쓰기위해 실험하고 다른 논문을 찾아보며 공부하는 학생들과 이를 성심 성의껏 지도하는 대다수의 교수들을 모욕하는 발언이다. 개혁을 위해서 기본적인 윤리 위반을 저지르고 이를 불법은 아니니 상관없다고 발뺌하는 자들은 나라를 이끌어갈 자격도 권리도 없다. 고작 6페이지 밖에 되지 않으니 논문(article)이 아니고 수필(essay)라고? 피인용지수 1도 되지 않는 국내 허접한 저널이라고? 1저자를 주는 것은 지도교수 마음이라고? 그저 옹호하기 위한 궤변에 지나지 않아서 일일이 반박할 가치조자 느끼지 못한다. 입시에 제출한 것은 아니니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해당학년 입시요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표기되어 있다.
“학업성취도, 학업 외 활동을 증명 할 수 있는 상장 증명서 등 기타 서류”
“서류 위조 또는 변조 사실이 확인되면 불합격 처리합니다.”
구체적으로 일일이 설명하기에는 모든 것을 담을 수 없어서 여기까지만 하겠다. 이화여대가 촛불을 든 이유도 오직 한 사람의 딸을 위해서 규칙을 바꾸며 멋대로 운용한 것에 대한 분노였다. 이 사건이 기폭제 중에 하나가 되어 박근혜 정권이 무너졌다. 그리고 나도 분노하여 광화문에가서 매주 촛불을 들면서 정권의 퇴진을 외쳤다. 이런 부정의, 불공정 때문에 내 모교인 고려대학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지난 금요일 저녁에 입학처에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가지 못해서 한스럽지만, 그 곳에 모인 학생들이 하나같이 하던 말.
“우리는 무엇을 믿고 젊음을 걸어야 합니까?”
그런데, 여당과 지지자들은 ‘가짜뉴스, 사실과 다름, 에세이에 불과함, 불법은 아님, 그럴 수도 있지, 극우세력의 분탕질’이라는 프레임으로 나서고 있다. 정의와 공정성을 외치던 자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사법개혁이라는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잘못을 감싸고돈다. 눈을 감고 귀를 막고 사실을 부정하려고 한다. 결국 그들이 그렇게 싫어하던 독재정권과 다를바가 없는 행동과 생각으로 지금까지 개혁과 반성을 사회에 요구했던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국민들에게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권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뻔뻔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음험한 정치인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소위 진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입을 닫고 침묵하고 있거나 부화뇌동하여 궤변만 늘어놓고 있다. 이런 상황을 짧고 간결하게 한마디만 하려고 한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우리가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진보를 자처하는 자들이 이런 합리적인 의문과 문제 제기에 진영논리를 내세우면서 학생들을 우경화 되었다고 하면서 일베니 박사모라니 모욕하는 것은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극치다. 반듯한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면 수꼴 마이크 잡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난 정권에 비하면 조족지혈도 아니라고? 일베들이 대학교를 장악했다고?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고? 수시중에서 자기 소개서 쓴 학생이 몇 명이나 되냐고? 좌우 이전에 이것은 대통령이 취임식에서 이야기 했던 정의와 공정성의 문제이다. 그럴 때 마다 내가 떠올리는 건학이념과 김준엽 총장님의 말씀이 있다.
“자유(Libertas), 정의(Justitia), 진리(Veritas)”
“현실에 살지 말고 역사에 살아라. 정의와 진리와 선은 반드시 승리한다.”
정의와 진리를 잃어버린 자유는 자유가 아니다.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는 하지 않겠다. 사슴은 사슴이고 말은 말인 것이다. 조고와 이세황제 호해, 그리고 진나라의 최후가 어떤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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