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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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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용준
댓글 0건 조회 5,512회 작성일 19-09-03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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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임홍택 저




       요즘은 주위에 너무 재밌는 것들이 많다. 누군가가 나에게 이르길 ‘아침에 눈을 떠서 다시 잠자리에 누워 눈을 감을 때까지 스마트폰만 바라 보거라’ 한다면 나는 아주 가뿐히 그것도 능숙하게 잘 해낼 자신이 있다. 물론 충전기도 있어야겠지만 말이다. 나를 비롯한 많은 90년대 생들은 아마 나와 비슷하게 느낄 거다. 태어나서 이제 제법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가정에 한 대 씩은 장만할 수 있을 만큼 생산성이 높아진 개인용 컴퓨터를 다루기 시작했고,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하나 둘씩 스스로의 힘으로 깨우쳐 가기 시작했을 때부터 일찍이 스마트폰의 도움을 받기 시작했다. 수많은 정보들을 한정된 시간에 즐기는 방법을 십 수 년 간 혹독히 훈련해온 우리들이 이제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해서일까. 간단하면서도 엉뚱한 재미를 가지고 게다가 솔직함을 갖춘 많은 컨텐츠들은 주변에서 우리를 끊임없이 간지럽힌다.

 

  하지만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보면 철없는 젊은이들이 마음에 들지 않는 법이다. 유사 이래 그래 왔다. 패기도 없고, 꿈도 없고, 결단력도 없게 보시려나. 그저 하루하루 편하게 지내면 그만인 모양이라고 생각하실 것도 같다. 1960년대 중반 농촌에서 태어난 이른바 X세대는 새마을 운동의 정점에 퇴비증산을 장려하는 활동에 동원되어 농사짓고 일하며 학교 다니는 일이 몸에 배었다. 부칠 땅이 없는 집에서는 방치된 땅뙈기를 개간해가면서까지 주경야독으로 번듯한 직장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 직장에서 30년 남짓 일하다 퇴직하는 게 슬프게도 일반적인 일이다. 회사에 대한 충성이 곧 나의 성장이라 여기던 X세대는 그 마저도 자랑스러워하리라.

 

  그에 반해 90년대 생들의 의식은 기본적인 자아실현의 충족을 위해 힘쓰는 ‘유희 정신’에 기울어져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념적 세계보다 연극적 세계가 더 중요하다. 물론 이들도 앞선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적자생존의 경쟁이 치열한 세상에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이전 세대들과 다른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점, 유희를 추구하며 살아간다는 점은 이들의 세계를 다르게 만든다. 이들은 스스로를 어떤 세대보다 자율적이고 주체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과거 70년대 생과 그 이전 세대에게 충성심이라는 것은 단연 회사에 대한 것이었다. 하지만 90년대 생에게 충성심은 단연 자기 자신과 본인의 미래에 대한 것이다. 그 어떤 것도 대상이 될 수 없다. 충성의 대상이 다르고 그 의미도 다르니 갈등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때문에 90년대 생들을 위한 조직 문화 개선 방안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충성도에 회사가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빨리 온다고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제가 왜 정해진 시간보다 일찍 와야 하나요?

10분 전에 오는 것이 예의면 퇴근 10분 전에 컴퓨터 끄고 게이트 앞에 대기해도 되나요?"

 

  이런 90년대 생이 조직에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서 많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기성세대들에게는 팀워크를 키우기 위한 회식이 당연한 일정이지만 이들은 회식 좀 안했으면 좋겠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직장에서 열심히 해서 높은 직위로 승진할 욕심도 별로 없어 보이고, 그냥 재미있게 살아가면 좋겠다고 한다. 삶의 균형(워라밸)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저자는 90년대 생의 특징을 다음 3가지로 정리한다. 먼저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어설프게 맥락이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며, 회사나 제품에 대해 솔직함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간단함과 재미, 정직함에 열광하는 세대라는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규칙에 무작정 순응하지도 않고, 자신에게 꼰대질하는 기성세대나 자신을 호갱으로 대하는 기업을 가차 없이 외면한다.

 

  이젠 90년대 생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그리고 소비자로서 당당히 등장하고 있다. 커뮤니티를 통해 깜짝 할인 정보를 접하고 공동구매로 필요한 물건을 비싸게 구매하지 않는 새로운 소비자로 부상한 90년생들은 그들만의 소통 창구를 형성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한다. 이들은 스마트 컨슈머로 고객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는 소비자 중심 경영으로 고객 만족을 높이는 소비자본주의를 형성하였다. 가족 중심적인 식생활에서 가정식 대체 식품중심으로의 식습관은 조리 과정의 편리함으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삶의 만족도를 높여 주었다. 주력 소비자로 대두되는 90년대 생들의 솔직함과 간단함을 선호하는 성향을 들어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고객 중심의 혁신을 꾀하여 이윤을 창출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시대에 새로운 세대에 모아진 관심도 크다.

 

  1990년대 생을 대표하는 특징은 '정직함'이다. 사실 정직함은 예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보편적인 가치 중 하나로 특히 신세대를 지칭하는 표현 중 하나였다. 하지만 90년대 생들에게 정직함이란 기존 세대의 정직함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정직함이란 성품이 정직하거나, 어떤 사실에 대해 솔직하거나 순수하다는 'Honest' 와 다르다. 나누지 않고 완전한 상태, 온전함이라는 뜻의 'Integrity'에 가깝다. 그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히 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당연히 혈연, 지연, 학연은 일종의 적폐다.

 

  불공정 행위로 직원과 협력업체에 횡포를 가하는 기업의 제품을 불매하며 공정 거래를 이뤄내는 과정은 새로운 세대의 힘을 가늠케 한다. 비정규직이라도 일하며 경력을 쌓으려는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며 근성이 없다고 무시하고 업신여기는 꼰대보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로의 이행을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받아들이며 이들과 공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성세대를 마주하길 바란다. 무책임한 참견은 삼가고 불건전한 관행을 고쳐가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기성세대는 새로운 세대와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 이른바 X세대의 물결이 지금 일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서나 젊은이들은 새로운 생각과 문화를 지니고 있었지만 

요즘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가치관 그리고 행동양태는 가히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그 특성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20세기 말의 신세대.

그래서 우리는 이들을 X세대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1994년 어느 봄 날 KBS 뉴스에서 앵커가 했던 말이다. 이 세기말 신세대는 어느 새 마흔 살을 넘어 오십 줄을 바라보고 있다. 당시 뉴스에선 이들을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고 개성이 넘치는 자유로운' 세대라고 했다. 하지만 시간은 얄궂게도 ‘가히 상상을 뛰어넘는’ 이 세대를 기성세대로 만들었다. 요즘 회사에선 'X세대 꼰대'란 말이 나올 정도다. 당시 뉴스에서 X세대는 전통적 위계에 따른 권위를 부정하고, 재능과 개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나이 등으로 우대받는 것을 싫어한다고 했다. 하지만 X세대도 이전 세대들과 마찬가지로 시간의 흐름을 이겨내지 못했다. 지금 오고 있는 90년대 생들도 언젠가는 이들처럼 다음 세대에서 자리를 내어주어야 할 때가 온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가 추구하는 이 모든 것들이 그저 즐거움만을 위한 것이기 보다는 다음 세대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무엇인가가 되어야 하겠다. ‘우리는 이렇게나 대단한 사람들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우리는 이런 사람들입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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