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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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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형도
댓글 0건 조회 5,425회 작성일 19-07-0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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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관계를 지치게 하는 것들_ 라파엘 보넬리

  

  인간은 자신의 잘못, 실수 혹은 실패에 대하여 인정하지 않으려는 본능이 있다. 자신을 최대한 방어하고 상황을 회피하려고 한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존심과 체면이 깎이는 일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입지가 좁아지게 된다는 생각마저 한다. 각종 매체에서는 각기 사회 지도층이 중대한 실수나 정책의 오류, 민심의 이반에 대해 강력히 부인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고, 우리의 주변에서도 본인의 실수에 대한 인정보다는 남을 깎아내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죄책감을 잃어버린 시대’다. 이렇게 사람 사이의 관계가 회피, 무책임, 안일, 전가로 일관된다면 우리들의 정신적 내면은 성장할 수 없을 것이다.

 

   신경학자, 정신과의사, 심리 요법 치료사인 저자 라파벨 보넬리는 신경정신과에 내원하여 심리 치료를 받았던 환자들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우리가 관계 속에서 자주 마주하는 자기합리화와 자기변명, 죄책감 등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는 이런 합리화가 몸에 밴 사람들은 겉으로는 불안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정신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와 있다고 분석한다. 이들이 잘못을 떨쳐내고 억압하는 데 갖은 애를 쓰는 이유는 이 존재 자체가 고통을 의미하고, 이 고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른바 ‘피해자의 덫’에 빠진 것인데, 이는 당사자 개인은 물론 관계에 있어서도 해악이다.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고 잘못을 저지른다. 저자는 이 관점에서 심리 기제를 분석했고, 상처받는 쪽이 정해져 있는 듯 보이지만 어느 누구도 일방적으로 피해자거나 가해자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책은 실제로 마음이 편하지 않은 사람들의 죄의식을 없애는 방법이나, 덮어놓고 용서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각자의 몫을 인정하고 행위에 책임질 것을 주문한다. 정당한 죄책감은 물론 과도한 죄책감으로부터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무조건적인 위로나 힐링이 아닌, 전문지식과 풍부한 치료경험을 바탕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탓, 혹은 서로에 대한 탓에 지친 사람들에게 명쾌한 해답을 제공한다.

 

무책임한 너, 상처받는 나, 무엇이 진짜 문제일까

더 이상의 원망과 상처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유로워지는 법은 무엇일까

 

   책에서 지속적으로 강조하듯, 인간은 누구나 죄를 짓는다. 문제는 ‘죄의 존재는 제대로 인식되지만 그 다음으로 죄의 몫이 항상 제대로 분배되지 않는’ 데서 발생한다. 죄를 타인에게 전가한다는 것은 잠시 심리적 부담을 더는 일에 불과하다. 관계 회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해야하고, 그 다음에 ‘용서’라는 새로운 행동의 여지가 생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화해 무능력을 답답해한다. 책에서 언급되는 용서란 ‘이미 일어난 일을 하찮은 일로 치부하는 행위’나 덮어놓고 무조건 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당한 부당함으로부터 해방되는 최적의 형태’다.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필요하다. 자신도 실수를 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잘못된 행위를 한 사람을 인정할 수 있는 자세, 어느 일을 덮어 줄 수 있는 용서하려는 의지, 그리고 용서하려는 감정이다. 즉, 용서를 위해서는 이해, 의지, 감정 세 단계가 필요하다고 해석된다.

하지만 만약 매우 심한 마음의 상처를 받아서 도저히 용서가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심각한 경우에는 상처를 받았다고 느낀 대상에 대해 용서하겠단는 결심만으로는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기에 충분치 않다. 의지는 가해자에 대한 이해라는 새로운 태도를 가능하게 한다. 진정한 용서와 같이 느껴지는 감정적 용서는 의지의 행위로 시작되어야 한다. 감정은 이해와 의지에 뒤이어 희미하게 다가온다. 정리하자면 용서할 의지가 없는 사람은 용서를 실천하지 않는다.

 

   결론적으론 자기 잘못이라는 주제가 빠져 있는 조언들은 다시 말하면 이가 빠져 있는 조언이나 다름없다. 심지어는 타인에게 죄를 전가하며 실제적인 해결책을 차단한다. 자신의 잘못은 바로 실패다. 그렇기에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내면적인 형태다. 자신의 잘못을 억압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을 진정으로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관계에 지친 우리는 어찌해야 될 것인가? 타인에게 당한 부당함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상처와 굴욕을 이겨내는 최적의 방법은 무엇인가? 그리고 용서는 가능한 것인가? 선택은 나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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