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콩떡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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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콩떡
김지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아버지의 이미지는 대체적으로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이미지였다. 옛날부터 한국사회에서 아버지는 밖에서 돈을 벌어야 하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집안 일을 하시는 어머니와는 달리 아버지가 가족들과 보내는 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었고, 그로 인해 가족들에게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어려운 존재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아버지에게 가족들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옛날 아버지가 가족들 사이에서 느끼는 소외감을 작품의 주인공인 딸이 깨달아 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며 동시에 아버지의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주인공의 아버지가 가출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화물차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주인공의 아버지는 출장을 마치고 집에 들어와서는 이유 없이 가출해버렸다. 평소에도 주인공의 어머니와 말다툼을 하고 나면 종종 가출을 하던 아버지였던 터라 다른 가족들(어머니, 동생)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만, 주인공은 아버지가 항상 가지고 다니던 아버지의 열쇠 꾸러미가 식탁에 놓여있는 것을 보고 아버지의 가출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버지를 찾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찾기 위해, 주인공은 아버지의 화물차를 뒤지고 아버지가 자주 가던 곳을 찾아가면서 지금까지 몰랐던 아버지의 일상과 가족들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간다. 집에서 보던 주인공의 아버지는 무뚝뚝하고 가족들에게 말이 없는 어려운 사람인 줄 알았지만, 일터에서는 국문학과에 다니는 주인공에게 사다 줄 책을 찾아보고, 자신이 맛있게 먹었던 토스트를 집에 가져가기 위해 소중히 포장해 놓는 등 아버지는 본인이 할 수 있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가족들을 사랑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자신의 사랑을 가족들은 몰라주고 집에서는 자신을 어려워만 하는 자식들과 자신에게 잔소리만 하는 부인을 피해 아버지는 가출을 해왔던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집 근처 모텔에서 혼자 있는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모텔 방에서 평소와 같이 자신이 좋아하는 흰 콩떡을 먹으며, 바둑을 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불편한 집안을 벗어나 편안히 쉴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게 모텔 방안에서 쉬고 있는 아버지를 두고 주인공은 집으로 돌아가며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글에서처럼 어렸을 적 나에게 아버지는 어머니에 비해 다소 어려운 존재였다. 아침 일찍 출근하셔서 밤 늦게 퇴근하셨기 때문에 마주치는 시간이 적었고, 또한, 주말에 아버지는 주로 방에서 TV를 보거나 낮 잠을 주무셨다. 가끔씩 술이라도 드시고 온 날에는 형과 나는 아버지를 피하기 바빴다. 밤늦게 술 드시고 오셔서 형과 나를 깨우는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내 나이도 그 때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 가면서 아버지의 심정을 조금씩 이해할 것 같다. 우리 아버지에게는 그 것이 우리에 대한 아버지 자신만의 최고의 사랑의 표현 방법이었던 것이다. 밤 늦게 마시는 술은 아버지가 삶을 견디는 유일한 피난처가 아니었을까?
언젠가는 나도 결혼을 하고 나를 닮은 아이를 낳게 될 것이다. 삶의 무게를 혼자 견디며 가족들을 위해 희생한 아버지를 보며 나도 아버지처럼 내 아이에게 그러한 사랑을 되돌려 줄 수 있을지 나는 자신이 없다.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을 다시 한 번 느끼며 오늘 아버지에게 감사하다고 문자 한 통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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